세상사는 이야기

가요 '젊은 연인들'에 얽힌 슬픈 사연

그루터기 나무 2006. 12. 20. 17:17

 

 

 

1970년대 우리 가요를 수놓았던 많은 포크송들을 독자 여러분들은 많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2030 독자들은 많은 노래들을 정확히 따라 부르진 못해도 어느 정도 멜로디를 흥얼거릴 정도는 것입니다.

저는 많은 노래 중에서 서울대트리오가 부른 '젊은 연인들'이라는 노래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엊그제 퇴근길에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좀처럼 듣기 힘든 노래인데 말이다. 그런데 노래에 특별한 사연이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면서 어렴풋이 노래에 담긴 사연이 생각났습니다. 우선 노래 가사를 유심히 살펴보겠습니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저기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네
길은 험하고 비바람 거세도
서로를 위하며
눈보라 속에도 손목을 잡고
따스한 온기를 나누리
세상 모든 내게서 멀어져 가도
언제까지나 너만은 내게 남으리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저기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네

세상 모든 내게서 멀어져 가도
언제까지나 너만은 내게 남으리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저기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네

연인들의 다정한 사랑이야기를 노래한 같습니다. 그러나 가사 중에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는 부르네. 눈보라 속에도 손목을 잡고. 세상 모든 내게서 멀어져 가도...' 등의 가사가 나오는데 특히 '낙원'이라는 단어에서 무엇인가 의미 심장함을 느낄 있습니다.

낙원이라 함은 흔히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즐거움이 넘쳐흐르는 또는 안락하게 있는 이상세계를 뜻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난과 슬픔 따위를 느낄 없는 곳으로 '죽은 뒤의 세계' 비유해 이르기도 합니다
.

이쯤 되면 독자 여러분들은 제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대충 짐작 가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노래 가사 말과 멜로디의 분위기를 연결시켰다면 아마도 후자 쪽의 '낙원' 이미지를 떠올리게 것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노래에 얽힌 사연은 아래와 같습니다
.

남녀 대학생 여러 명이 겨울 산에 올랐다. 일종의 동아리 M.T같은 . 위로 올라갈수록 더욱 많은 눈이 내렸고 정상에 거의 올랐을 바로 그때 밑에서 눈사태가 발생했다. 돌아갈 길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당황해진 남녀 대학생들은 눈을 피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한참만에 찾은 곳은 조그마한 동굴이었다. 동굴 안에서 눈을 피할 있었지만 밤이 되면서 엄습해 오는 추위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용감한 남학생 명이 구조를 요청하기로 결심하고 속을 헤치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

한편 동굴에 남아 있는 학생들은 겉옷을 벗어 땔감으로 사용하면서 추위를 달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모닥불은 점점 꺼져가고 그들은 얼어죽기 않기 위해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하지만 이러한 사랑의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꺼져가는 모닥불 앞에 그들의 운명도 그렇게 서서히 꺼져 갔던 것이다
.

밤새 속을 헤치고 날이 밝아서야 민가에 도착한 학생은 급히 구조대원을 불렀고 구조대원이 도착했을 그들은 이미 모두 숨져 있었다고 한다. 마침 떠오른 아침해가 동굴 안을 환하게 비췄고 햇빛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서로의 손을 잡고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띄운 그렇게 멀리 떠나 버렸던 것이다
.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구조 대원 중의 명이 노래 가사말을 만들었다고 한다
.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 저기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이야기를 들은 어언 10여년이 지났습니다. 93, 아카시아 꽃이 만발하던 푸르른 5월의 어느 , M.T 장소였던 공주 금강변의 '곰나루터'라는 백사장 위에서 필자가 선배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 훨훨 타오르는 모닥불 주위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선배의 기타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면서 우리들은 숙연해지지 않을 없었습니다.

물론 사연이 사실인지 아닌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니 설령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라 해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를 숙연하게 만든 노래가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다른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젊은 연인들' 들으며 글을 적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노래를 들을 기회가 있다면 가사말을 음미하며 위에 적힌 사연들도 함께 떠올려 보세요.

 

 

** 등산하는 위 그림은 아내 김령희가 그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