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도곡동 타워팰리스 건너 판자촌은 지금...

그루터기 나무 2006. 12. 24. 13:20

 

서울시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일대를 알고 계십니까? 80년대 초 전쟁고아, 폐지수집상 등 극빈층이 자활근로대라는 이름으로 강제 이주해 만들어진 동네. 번지수는 있지만 주민등록상에 등재가 되지 못해 일명 '유령' 이라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빈민촌 혹은 판자촌 사람들. 그 맞은편에는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높이 솟아 있는 이 시대 최대의 양극화로 상징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90여세대가 살고 있는 이 마을에는 지난 89년 이 지역이 용도변경이 되면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불법 점유자' 신세가 돼 적게는 5천만원에서 많게는 8천만원까지의 변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고지서가 날아들었습니다. 지난 2004년 7월에는 변상금 문제로 고민하던 한 부부가 한달 간격으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일대.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습니다. 변상금 문제를 둘러싸고 강남구청과 몇 년째 사투를 벌이고 있는 포이동 266 대책위. 좋지 않은 환경으로 아이들을 비롯한 주민들의 건강은 날로 악화되고 가난의 대물림으로 고달픈 삶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주민등록상에 등재가 돼 있지 않다보니 의료보험 혜택 등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교육적인 면에 있어서도 학원 등 과외를 하는 아이들이 전무한 곳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전날인 12월 24일 포이동 266번지 판자촌을 찾았습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질퍽질퍽한 곳에서 폐품을 정리하는 몇몇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쓰러질 듯한 판자집 사이 골목을 지나는데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반야심경이 흘러나왔습니다. 빼꼼히 들여다보니 아파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누워 기침을 하며 반야심경을 듣고 있었습니다. 고난의 삶을 불경으로 달래는 듯 했습니다.


저쪽 골목으로 들어가니 열살 정도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꺼져가는 집 마당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나무막대기로 한없이 땅을 그리다가 저를 빤히 쳐다보는 눈빛이 너무 애처로와 보였습니다. 양재천건너 펜타하우스의의 또래 아이들은 이 시간에 학원을 다니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재활용 일을 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말 한마디 못건넸습니다. 아픈 상처를 더 건드리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포이동 266번지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플래카드가 수 없이 날리고 있었습니다. 쓰러지는 판자촌 아래 너덜너덜하게 걸려있는 빨래가 그들의 고단한 삶을 한눈에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언제쯤 이 포이동 266번지 일대에 따스한 봄날이 올지 모르겠군요.

 

 

포이동 266번지 일대 주민들의 겨울나기. 초라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담벼락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그려넣었네요. 화려하진 않지만... 사진 오른쪽에 따듯한 불이 있네요. ⓒ 윤태

 

 

판자촌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보입니다.

ⓒ 윤태

 

 

폐품을 모아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 윤태

 

 

하찮은 넝마처럼 보이지만 이들에겐 유일한 삶입니다.ⓒ 윤태

 

 

판자촌 지붕 위에는 눈이 아직 그대로 있습니다. 더욱 춥게 느껴지네요.ⓒ 윤태

 

 

주민등록에 등재되지 못한 266번지 주민들. 이렇게나마 주민등록증을 만들었군요.ⓒ 윤태

 

 

마을 주민 두명이 폐품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윤태

 

 

사진 오른쪽에 '포이동 공부방'이 보입니다. ⓒ 윤태

 

 

폐지로 가득찬 동네. 건강상 좋을리 없겠지요. ⓒ 윤태

 

 

그래도 조금은 희망이 느껴집니다. 사진 왼쪽에 '희망'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윤태

 

 

 

2004년 변상금 압박에 못이겨 자살을 한 사건때문에 플래카드가 걸렸습니다.ⓒ 윤태

 

 

강제이주를 인정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습니다.ⓒ 윤태

 

 

 

앞마당에 쌓인 폐품위에 아직 눈도 녹지 않았습니다. 더더욱 추워 보입니다. ⓒ 윤태

 

 

이들 삶의 전부인 폐품 덩어리.ⓒ 윤태

 

 

포이동 대책위 가건물 뒤에 타워팰리스가 보입니다.ⓒ 윤태

 

 

판자로 얽혀 있는 판자촌. 추워 보입니다. 뒤에 타워팰리스가 보입니다.ⓒ 윤태

 

 

보온덥개로 겨울을 나고 있는 판자촌 주민들.ⓒ 윤태

 

 

땅이 아직 질퍽하군요.ⓒ 윤태

 

 

쓰러질듯한 담장 아래에 식구들의 빨래가 걸려 있습니다. 햇빛도 안듭니다.ⓒ 윤태

 

 

식구들이 꽤 많은가 봅니다. 신발을 보니 말이지요.ⓒ 윤태

 

 

역시 보온덥개로 둘러쌓인 허름한 집ⓒ 윤태

 

 

판자촌 지붕위에도 폐품이 한가득입니다. ⓒ 윤태

 

 

판자촌 어두운 골목길. 쪽방촌입니다.ⓒ 윤태

 

 

보온덥개에 나무로 만들어진 허름한 집ⓒ 윤태

 

 

힘겨운 삶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윤태

 

 

허름한 골목길.ⓒ 윤태

 

 

포이동 대책위 가건물 위에 투쟁을 위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습니다.ⓒ 윤태

 

 

 

앞마당에 가득찬 장독대.ⓒ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