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맨발의 기봉이' 후원금 1500만원, 그럼 왜 강원도로 이사갔을까?

그루터기 나무 2006. 12. 13. 00:22
 

 

영화 <맨발의 기봉이>실제 주인공 엄기봉씨 ⓒ 윤태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실제 주인공인 엄기봉씨가 돌연 여동생과 함께 강원도로 이사갔다는 내용의 기사가 지난 12일 인터넷을 휩쓸었다. 급기야는 저녁 시간 KBS 뉴스에도 이 소식이 전파를 탔다. 지난 해 5월 힘겹게 살아가는 엄기봉씨의 모습을 취재해 주요 포털에 내 놓은 후 기자는 현재까지 예닐곱 차례에 걸쳐 기봉씨 관련 기사를 써 왔고 그때마다 주요 기사로 뜨곤 했다.


강원도로 이사한 소식을 접한 지난 12일 밤 10시경, 서산시 고북면 정자리에 살고 있는, 기봉씨의 후견인이자 법정관리인인 이장 엄기양 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낮 동안의 농사일에 피곤해서 농촌에서는 9시 정도면 대게 잠자리에 드는데 그 늦은 시간, 엄이장은 무슨 사연이 있어 기자에게 전화를 한 것일까?


“윤기자, 기봉이가 사람들한테 욕 먹고 있다는데 대체 그게 무슨 소리랴?”


인터넷에 어두운 엄 이장도 주요 포탈에 오른 기사를 어디선가 전해들은 모양이었다. 사실 기봉씨가 욕을 듣는게 아니라 후원회 통장 등을 들고 강원도 철원으로 이사한 동생이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는 터였다.


“네, 이장님, 기봉씨 동생이 후원금 통장 들고 갔다는 기사 내용 때문에 여동생이 돈에 욕심이 있는 걸로 네티즌들이 생각하고 안 좋은 얘기가 인터넷에 빗발치고 있습니다.”


“아니, 그 사람들이(네티즌) 뭐 때문에 그 동생을 욕하는거여?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겨? 윤기자가 다시 한번 진실 되게 기사 써봐. 그게 아니라고 말여. 그래서 전화했어.”


이렇게해서 엄이장과 기자는 30분 여동안 통화를 하게 됐고 주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지난 12일 기봉씨 이사 소식이 전해지기 일주일전 기자는 그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괜한 오해를 살까 우려돼 기사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뒤늦게 기사화됐고 네티즌들이 정확한 내막을 모른 채 여동생을 비난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엄기양 이장에 따르면 기봉씨에게는 한 명의 누나와 두 명의 여동생이 있다. 누나는 충남 서산 시내에 살고 있고 한명의 여동생은 강원도 철원, 나머지 동생의 거주지는 엄이장도 모르고 있다고 한다.


11월 27일 월요일 세 자매가 엄이장을 찾아왔다. 엄이장이 기봉씨의 후원회 통장 관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통장이 보관 돼 있는 서산시 고북면사무소 치안센터(파출소)에가 통장에 들어있는 돈을 확인했다. 기봉씨 누이들이 금액을 확인한 것이다.


엄이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11월 27일자로 후원회 통장에는 1500여만원이 찍혀 있었고 어머니 명의로 된 통장에는 900만원 정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중 1천만원은 영화 <맨발의 기봉이>촬영할 때 계약금으로 받은 것이고 나머지 500만원은 후원회에서 조금씩 들어온 돈이다. 그리고 어머니 명의의 900만원은 기초수급생활대상자로써 그 동안 받은 생활 보조금이다.


이와 함께 현재 기봉씨가 거주 예정이던 새 집은 기봉씨 명의가 아닌 마을청년회 명의나 다른 사람의 명의로 추진중이었다. 재산을 갖고 있으면 생활보조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집터(토지) 또한 독지가 이용성씨가 무상 영구 임대해준 것으로 기봉씨 재산은 아니다. 결국 기봉씨 재산은 2400만원과 낡은 집의 가재도구뿐이다.


이와 관련해 엄기양 이장은 “맨날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에서 찾아오면 돈이 엄청 들어올 거라고 부락 사람들도 대부분 오해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엄이장은 “기봉이가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후원금이 고작 그 정도밖에 되지 않음에 누이들이 실망한 얼굴빛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 후 누이들은 모여서 가족회의를 열었고 몸이 좋지 않은 기봉씨와 어머니를 좀더 조용하고 편안히 생활할 수 있는 강원도 철원 여동생 집으로 기봉씨와 어머니를 모시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이사하고 전출신고 까지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엄이장은 “그래도 그동안 기봉이와 동고동락하며(주로 신문, 방송 등 언론 상대)지냈는데 이사갈 때 인사라도 나눴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과 서운함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그래도 그 가족들이 악하거나 돈 때문에 기봉씨 모자를 데리고 간게 아니라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당연히 가족들이 돌봐야하기 때문에 이사를 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엄이장은 그러면서 기자에게 거듭 당부했다.


“윤기자, 윤기자도 잘 알다시피 기봉이가 가진 재산이 뭐가 있어? 그 누이들이 이미 통장까지 다 봤는데, 무슨 돈 때문에 강원도 갔네 뭐네, 그런 얘기가 나오는겨. 정말 답답하구먼, 누이 등 가족들이 많다는 것도 좀 써 주고 윤기자가 다시 한번 기사 써서 사실 좀 제대로 알려줘.”


엄이장은 끝으로 ‘기봉이가 갑자기 사라졌다’가 아니라 “동생이 잘 보살피려고 이사했다‘로 기사 제목을 바꿔야한다며 전화를 끊었다. 

 

 

     기봉씨와 어머니 모습 ⓒ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