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맨발의 기봉씨, 여동생이 잘 모실겁니다"

그루터기 나무 2006. 12. 12. 14:39

 

기봉씨가 살아야 할 새집. 그러나 새집에 대한 꿈은 어떻게 될지 불투명합니다. ⓒ 윤태

 

 

<맨발의 기봉씨>가 갑자기 사라졌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주요 포털에 메인 기사로 떴습니다. 강원도 철원에 사는 여동생이 철원으로 기봉씨 모자를 데리고 갑자기 데리고 갔다는 소식입니다.

 

그동안 저는 미디어다음 블로그와 <오마이뉴스> 등에 예닐곱차례 걸쳐 기봉씨를 비롯한 이장님, 후원회, 면사무소 관계자, 영화사 관계자, 건축주 등 기봉씨 새집 짓기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취재하며 기사를 써왔습니다. 영화가 흥행하는 가운데 기봉씨가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을 <오마이뉴스>와 주요 포털을 통해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기봉씨가 사라졌다는 기사가 오늘 날짜로 떴습니다. 사실 <연합뉴스>의 이 기사가 올라오기 전인 지난 주 목요일, 기봉씨의 법정관리인이며 후견인인 이장님으로부터 기봉씨 여동생이 후원회 통장을 갖고 철원으로 기봉씨 모자를 철원으로 모셔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여동생이 기봉씨 모자를 잘 돌볼거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이와 함께 기봉씨 새 집이 너무 허술하다는 여동생의 지적도 이장님을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를 기사화할 수 없었습니다. 혹여나 그 여동생에게 자칫하면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마음속으로 많이 고민했습니다. 혹여나 누구의 입을 통해 이 사실이 기사화되면 기봉씨 가족간에 불화가 생길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가 사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봉씨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기사에 금전문제 등과 관련해 여동생을 비난하는 댓글이 적잖게 올라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기봉씨 관련 기사를 계속 써 왔던 저로써는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장님 말로는 최근에 KBS <인간극장>에서 전에 살전 집과 비교해 새 집에서 새 삶을 살아갈 기봉씨 모자의 모습을 후속 방영하겠다고 <인간극장> 관계자가 찿아왔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기봉씨의 집 짓기 프로젝트와 관련해 기사로써 지속적으로 참여해왔던 저로써도 정말 안타깝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 비극으로 치달은 <산골소녀 영자씨>의 전례를 생각하며 우려하지 않은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봉씨 곁에는 이장님과 마을 청년회 그리고 후원회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으로 영자씨와 같은 비극은 오지 않을거라고 내내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네티즌 여러분께 감히 부탁 말씀 드립니다. 이제 기봉씨는 강원도로 이사가고 없습니다. 그림 같은 새 집에 대한 꿈도 접어야 할 상황입니다. 하지만 금전 문제 등과 관련해 그의 가족, 여동생에게 무차별적인 비난성 댓글은 삼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부터는 여동생이 모신다고 했으니, 기봉씨 모자를 정성으로 모시려는 기봉씨 여동생의 마음을 진심으로 믿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여덟살 어린 마음으로 의무감이나 도리가 아닌 무조건적으로 어머니께 효를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의 기봉씨, 그 환한 미소만을 간직하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기봉씨 모자. ⓒ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