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가 다닌 병원 진료비 및 진단서 등입니다. 일부만 보여드립니다. ⓒ 윤태
정신(마음)과 신체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구체적인 예를 들어 왜 우울하거나 화가 날 때, 속상할 때 식사를 하면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체하는 등 심리적인 요인으로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위에 언급된 내용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정도로 심리적인 요인으로 흔하게 신체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이 문제와 관련된 경험을 가감 없이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합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도 적지 않고 현재 이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분들도 많을 거라는 예상을 해봅니다. 지금은 완벽할 정도로 몸이 정상이지만 정신(마음)으로 인해 몸이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제 경험담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지난해 저는 실직으로 적잖은 고통을 받았습니다. 종일 집 안에 있으면서 이웃의 눈이 두려워 집밖 출입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부모님, 형제들도(6남매) 제 문제에 대해 걱정하고 격려하곤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큰 스트레스가 다가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몸 이곳저곳에서 이상증후가 나타났습니다. 도저히 몸을 추스를 수 없을 만큼 신체 여러 곳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증상을 한꺼번에 적어 보겠습니다.
'하루 종일 뒷골이 당긴다.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극심한 두통이 온다. 눈이 시리고 아파온다. 잇몸이 붓고 입안이 헌다. 고속도로를 열 시간 운전한 것처럼 정신이 몽롱하며 비현실감이 느껴진다.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은 이물감이 느껴지며 이로 인해 호흡곤란 증세가 자주 나타난다. 가슴인지 심장인지 모르겠지만 흉부에서 찌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명치에 불록한 것이 만져지고 헛배부름과 복부팽만감으로 인한 불쾌감 등으로 입맛이 뚝 떨어진다. 더불어 소화는 전혀 되지 않고 거센 트림만 나오면서 식사를 거의 못한다. 옆구리와 허리쪽이 결리고 아프다. 소변색이 무척 탁하고 거품이 심하게 일며 냄새가 난다. 양쪽 사타구니 멍울이 아프고 찌릿한 통증이 온다. 허벅지에 감각이 없어지는 등 마비증세가 나타난다. 몸은 무척 피곤해 쓰러질 지경인데 잠이 전혀 오지 않는다.
우선 당시의 증상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이 증상들은 한꺼번에 찾아오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통증이 오기도 했습니다. 몸이 이렇다보니 생활은 엉망이고 더불어 취직을 위한 노력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어디에 취직을 하던 이 몸 상태라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이러한 증상에 대해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고 대부분 설명했습니다. 저는 그것에 동의하면서도 속으로는 심각한 질병이 생긴 것이라고 짐짓 생각했습니다. 신체적 증상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찾아본 내용들을 토대로 나름대로 여러 가지 진단을 제 스스로 내릴 수 있었습니다.
뇌종양, 후두암, 폐암, 위암, 당뇨, 단백뇨, 신장염(암), 뇌졸중 전조증상, 전립선염(암), 스트레스 증후군, 공황장애 등등. 왜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뉴스에서 보면 가벼운 소화불량 증세가 있어 병원을 찾았다가 위암 판정을 받는가 하면 두통이 있어 정밀 진단하니 뇌종양, 소변이 이상해 검사해보니 전립선 암 등 뜻밖의 암 선고를 받는 일이 나오지 않습니까?
저는 병원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동네병원, 종합병원, 대학병원, 한방병원, 양방, 한방 협진병원 등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아는 사람을 통해 유명한 대학병원 전문의도 쉽게 만나 진찰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혈액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 초음파 검사, 뇌 CT 촬영 등 각종 검사를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내시경 검사를 세 번이나 받았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내과적인 질병은 하나도 발견해내지 못했습니다. 내시경 검사 때도 흔하게 있는 가벼운 위염 정도라는 진단만 내려질 뿐 이었습니다.
질병은 없다는데 왜 이렇게 몸이 아픈 걸까. 저는 의사들이 제대로 진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병원들을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질병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매번 똑같은 증상을 이야기하고 아무 이상 없다는 결과만 들어야 했습니다.
진료비는 진료비대로 들어가고 몸은 점점 더 야위어갔으며 취업에 대한 생각은 아예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어떤 의사들은 명상이나 요가, 운동 등을 하면서 마음을 다듬으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내 몸을 이렇게 만드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운동도 하고 공원 팔각정에 올라 두어 시간 동안 눈을 감고 명상을 하기도 했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끝으로 찾아간 곳이 성남 분당에 있는 대학병원 정신과였습니다. 지금까지의 증상과 있었던 일을 의사에게 모두 이야기하니 의사는 ‘신체화 장애(증상)’ 같다는 소견을 내놓았습니다.
신체적, 내과적으로는 질병이 없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그 증상들이 실제로 신체에 나타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픈 증상에 대해 인터넷 등 의학, 건강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며 “혹시 암이 아닐까?” 하는 ‘건강염려증’ 이라는 질병도 신체화 장애 질병에 한 몫 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후로 증상에 대해 다시는 인터넷을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건강염려증’이 제 몸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해 11월 저는 좋지 않은 몸을 추스를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수 있는 잘 아는 사람의 회사에 취직을 했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건강 염려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열심히 일을 하다보니 증상들이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늘 몽롱한 상태의 정신은 어쩌다가 한번 나타났으며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괴롭히던 두통도 거의 생기지 않았습니다. 소변 색깔은 정상으로 되돌아왔으며 불편하던 속도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괴롭혀오던 증상들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을 하는 동안 그 증상들이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입니다. 결국 ‘일’이 치료약이었습니다. “춥다, 춥다”하면서 몸을 움츠리면 더 추운 것처럼, “아프다, 아프다,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겠”고 생각하며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위축돼 있으면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진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제 몸 상태가 어떻냐구요? 컨디션 100입니다.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구직을 겁내기보다는 일을 하면서 아픈 몸을 추스르다 보면 몸 상태가 자연적으로 좋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실직이나 기타 이유로 저와 같은 경험을 했거나 현재 경험하고 계신 분들, 아픈 증상 인터넷에서 그만 찾아보시고 저처럼 무엇인가에 열중해보시면 어떨까요? 그 아픈 증상이 매우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속이 너무 좋지 않아 일년에 세번 내시경을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었습니다 ⓒ 윤태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맨발의 기봉씨, 여동생이 잘 모실겁니다" (0) | 2006.12.12 |
---|---|
막노동은 단 한번의 체험이 아닙니다-미디어다음 메인 뉴스를 보고 (0) | 2006.12.11 |
여성 패러글라이더가 전하는 생생한 하늘속 세상 (0) | 2006.12.11 |
국내 최초 여성 경호원은 누굴까? (0) | 2006.12.11 |
자연속에서 시 쓰며 사는 시인 부부 (0) | 2006.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