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장모님과 나의 육아방식 차이

그루터기 나무 2006. 12. 3. 13:44

 

 

 

아내가 출산 했을 때 장모님은 아기를 돌보기 위해 직장도 그만두신 채 저희 집에 오셨습니다. 아내가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출산 후에 조금이라도 무리하면 안 된다며 음식, 빨래, 청소까지 온갖 집안일을 하고 계십니다.


특히 한밤중에 아기가 칭얼대 아내가 잠을 못 자면, 장모님은 아기를 안고 한두 시간 달래는 것은 물론, 정 안되겠다 싶으면 당신의 빈 젖을 물리기도 합니다. 어떻게든 딸이 덜 피곤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손수 당신의 젖을 물리시는 장모님. 밤새 아기와 씨름하느라 못 주무신 장모님은 다음 날 피곤에 휘청하시면서도 그 숱한 집안일을 또 하십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시장에서 장도 봐 오시고, 아기 분유, 기저귀, 옷 등도 사 오십니다. 돈을 드려도 꼭 당신 손으로 아기한테 해주고 싶다시며 한사코 뿌리치십니다. 출산 전에도 장모님이 사다주신 아기 용품들이 방안에 한가득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장모님께 매우 죄송스럽기도 하고 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모님이 아기를 키우는 방식과 저희 부부의 방식에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장모님은 30년 전 자식들을 키우던 방식이나 이곳저곳서 듣고 본 내용에서 힌트를 얻어 아기를 다루고 저희는 병원이나 인터넷 등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아기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식 차이에 대해 장모님과 저희 부부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아기를 둘러싼 육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결하고 있습니다.


장모님께서는 땀띠가 났을 때 땀띠분을 발라야 한다고 하십니다. 땀띠분을 약이라고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그래서 장모님은 아기 목욕을 시키고 난 후 팔, 다리, 가슴 등 온 몸에 분을 바르십니다. 그런데 땀띠가 이미 발생하면 분을 발라도 소용이 없을뿐더러 땀띠가 땀구멍을 막아 오히려 피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방 차원에서 엉덩이, 사타구니, 겨드랑이 등 살이 겹치는 부분에 발라 마찰을 줄여 땀이 차지 않게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장모님께 ‘어쩌니 저쩌니’ 설명 드리지 않습니다. 분을 바르며 까꿍까꿍을 무척이나 즐거워하시는 장모님을 보면 그저 저도 즐거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장모님은 아기를 시원시원하게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친척 집에 갔더니 에어컨에 선풍기 틀어놓고 시원하게 하니까 두달 된 신생아가 잘 자더라 하시며 선풍기를 제법 세게 틀어 회전으로 놓습니다. 그러면 저는 살짝 가서 가장 약한 바람으로 돌려놓고 선풍기 방향을 위로 돌려놓습니다. 아기한테 바람이 최대한 약하게 갈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러나 잠시 후에 장모님은 제가 취한 조치를 눈치 채십니다. 그러나 아무 말씀도 안하십니다.


저는 아가를 목욕 시킬 때 매우 조심합니다. 혹시 입이나 눈에 물이 들어가지 않을까 살살 머리를 감기고 얼굴을 닦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장모님께선 꽤 ‘터프’하게 목욕을 시키십니다. 저는 무척 걱정이 됩니다.


목욕물이 혹여 입에 들어가면 탈이라도 나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장모님이 목욕 시킬 때 제가 수건을 들고 옆에 서 있습니다. 아기 얼굴에 물이 떨어지면 바로 수건으로 닦습니다. 이렇게 하니 장모님께서도 목욕시킬 때 전보다는 부드럽게 아기를 다루십니다. 제가 수건을 들고 옆에 서 있는 이유를 잘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아기를 키우는데 있어 장모님과 저희 사이에 의견 차이는 있지만 마찰은 없습니다. 극한 상황이긴 하지만 전에 한 시트콤에서 아기를 잘 못 봤다고 시어머니 뺨을 때리는 며느리 때문에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여하튼 장모님 방식이나 저희 방식 모두 더욱더 아기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에 대해 말 없이 이해할 수 있었던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