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과일 상자 그 밑에 숨겨진 비밀은??

그루터기 나무 2006. 12. 1. 15:27

 

 

딸기 한 상자를 구입해 밑에 있는 좋지 않는 것과 분리해보았습니다. ⓒ 윤태

 

 

우리는 속음과 속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번씩이나 속음과 속임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상대가 나를, 내가 상대를 속이고 속고 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양심을 속이는 것까지 포함하면 열거할 없을 만큼 많겠지요.

전에 국도를 타고 시골에 내려가다 충남 예산 근처 도로변에 사과를 파는 데가 있어 사과를 사려고 차를 잠시 멈췄습니다. 주인이 깎아주는 시식용 사과를 조각 집어먹으니 그렇게 달콤하고 싱싱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과 파는 아주머니도 전부 맛이 좋다고 해서 2만원 짜리 상자를 구입해 집에 와서 풀어보니 거의 대부분 수분도 없고 푸석푸석한 것들이었습니다
.

시커먼 비닐 봉투에 우르르 쏟아 넣을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아내는 워낙 꼼꼼해서 하나하나 확인하고 사지만 마침 차안에서 자는 아기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 사과를 샀던 것입니다. 저는 원래 그렇게 꼼꼼히 확인하는 편이 아니랍니다
.

알고 보니 시식용 '맛보기' 사과는 좋은 것들로 준비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일로 저는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고 어머니께도 꾸중을 들어야했습니다. 아무래도 뜨내기손님을 상대로 하는 장사다보니 처음부터 사과 아주머니의 말을 100% 믿은 아니었지만 아내도 이건 심하다 싶었던 모양입니다. 상자 개만 좋은 물건으로 채워 넣고 밑에는 형편없는 물건으로 깔아놓았던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은 며칠 지난 어제, 집에 손님이 와서 딸기 상자를 시장에서 왔는데, 딸기를 씻던 아내가 크게 실망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
이게 뭐야?"

집에 와서 위엣 것을 들어내니 밑에는 한결같이 작고 볼품없는, 게다가 시들시들한 딸기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투명팩(용기)이면 상하좌우로 들여다보여 문제없지만 많은 양은 주로 스티로폼 용기에 담아 팔기 때문에 하나하나 들춰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이런 경험 한두 번씩 있지 않나요?

"
이상하다. 분명히 싱싱하다고 했는데…"

결국 아내한테 한소리 들었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렇게 속아 산다고 말이지요. 아예 저더러 물건을 사지 말라나 뭐라나. 그리고 상하고 볼품없는 딸기는 저더러 먹으라나 뭐라나. 저도 화가 나서 한마디 대꾸했습니다.

"
아주머니(장사) 먹고살려고 그런(속인)거지."

쫓아가서 다른 걸로 바꿔 와도 시원찮을 판에 제가 아주머니를 옹호하는 말을 하니 아내가 더욱 속상했던 모양입니다. 제가 아내와 다툼할 강조하는 말이 '역지사지'인데 이런 경우는 역지사지 성격이 아닌가 봅니다. "아주머니 걱정하지 말고 당신 사는 걱정이나 하라" 잔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거짓말을 수단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속임과 속음. 그러나 이러한 속음과 속임이 누군가를 음해하거나 범죄, 사기 등의 목적이 아닌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의 일부, 어쩌면 생계에 직접 관련한 삶의 일부 일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속임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손해를 있고 기분 좋을 없겠지요.

사과나 딸기 장사의 경우처럼 손님이야 속아 약간의 손해를 봤다고 하지만 많은 손님을 상대하는 장사꾼의 입장에서는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돈을 버는 결과가 됩니다. 이쯤 되면 역지사지해서 '먹고 살려고' 그런 아니라 ' 많은 욕심을 챙기려고' 자신의 양심과 손님을 동시에 속이는 것이라고 있습니다.

속고 속이는 일상사. 이것이 결코 정당한 처사라고는 없지만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불가피하게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하얀 거짓말'처럼 말이지요.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그냥 속아 넘어가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직장인들이 뻔히 하는 거짓말 있지 않습니까? 최근에 '직장인 거짓말 베스트 10'라는 것을 인터넷에서도 봤습니다.

그러나 사과나 딸기 장사처럼 속여서 부당 이익을 취하는 일부 상행위는 근절돼야겠습니다. 특히 재래시장이나 길거리 장사의 경우 대형 마트와는 달리 소비자가 말없이 구매하기보다는 장사의 친절한 설명을 믿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물건이 엉터리라면 이에 대한 분노는 물론 인간적인 배신감도 무척 크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작은 부분에서 부당 이익을 챙기고 하다가 재미 들려 크게 벌이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나요

 

 

 

꺼내어 비교해 보니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