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뉴스

'맨발의 기봉씨' 드디어 고향집으로 돌아오다

그루터기 나무 2009. 1. 9. 16:09

2년전 기봉씨 집 찾았다 기겁한 사연
영화 230만 흥행가도, 대통령도 만나...그러나 쥐와 함께 생활했던 기봉씨 모자

 

관객들에게 감동과 희망, 용기를 안겨주었던 영화 <맨발의 기봉이> 실제 주인공 엄기봉씨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입니다. 2년 동안 강원도 철원 여동생 집에서 생활을 하다 고향 새집으로 돌아온 것인데요, 일부 매체는 ‘어머니와의 극적 상봉’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제가 엄기봉씨를 처음 알게 된 건 2006년 5월 20일경이었습니다. 2006년 4월 말에 개봉한 당시 영화 <맨발의 기봉이>를 관람한 후 직접 주인공 집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기봉씨 집을 방문하고 나서 저는 기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방은 온통 쥐구멍과 쥐똥으로 가득했고 부엌에 들어가서 그 비참함의 진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창틀에 수북하게 쌓인 쥐똥이 먹던 된장찌개로 떨어지는 그런 극황상황이었습니다.

기사 : 맨발의 기봉씨 사는 집 가봤더니(클릭)

실제 주인공 기봉씨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당시 영화 개봉하고 나서 엄기봉씨를 비롯해 주인공들이 청와대 만찬에 초청돼 대통령 내외를 만나고 기념촬영도 했습니다. 관객 230만이라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후원금 둘러싸고 피디수첩까지 출연...우여곡절의 기봉씨

 

그런데 실제 주인공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을 하다니... 저는 한 인터넷 시민기자의 자격으로 그 실태를 기사화했습니다. 이로 인해 기봉씨에게 출연료 이외 도움을 주겠다는 영화 제작사의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서둘러 기봉씨네 새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면사무소 건축 담당자와 수시로 연락을 하며 새집 짓기 현황을 체크했고 이 와중에 집터와 텃밭을 내준 독지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뿌듯했습니다.

그러다가 그해 겨울 기봉씨와 어머니는 강원도 여동생네 집으로 떠났습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요. 후원금을 둘러싸고 피디수첩까지 출연을 하게 됐으니....

그러나 얼마 후 기봉씨 어머니는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셨습니다. 기봉씨가 떠난 고향집 새집에는 늘 어머니 김동순 할머니가 혼자 계셨습니다.

기봉씨 없는 새집엔 어머니만...일년에 서너번 찾아뵙다

 

2007년, 2008년 두해 동안 저는 예닐곱차례 찾아뵈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집이 있던 고구마 조금 싸들고 가끔은 박카스 한박스 사들고 외로운 어머니를 찾아뵈었습니다.

그때마다 기봉씨 어머니를 우리 식구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종종 찾아줘서 고맙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한숨에는 늘 기봉씨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하게 사무쳐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아들과 떨어져 지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찾아뵈었던게 2008년 10월 개천절때인데요. 그때 기봉씨 어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음력 10월이면 기봉씨가 고향으로 온다고 말이죠. 물론 2개월 더 늦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기봉씨가 이젠 고향으로 내려왔고 새집에서 노모와 함께 살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2006년 당시 처음 기봉씨 집을 찾았을때는 ‘취재’ 라는 어떤 업무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자주 찾아가면서 그냥 소박한 이웃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대해 좀더 서둘러 영화사 등에서 약속했던 지원과 후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구요. 이젠 모두 지나버린 일이지만요.

다시는 노모와 이별하는 일 없었으면..

 

어릴적에 열병을 앓아 8살에서 지능이 멈춰 마음만은 8살 초등학생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영원한 마라토너 엄기봉씨. 이 시대 무조건적인 효도가 무엇인지를 그 순박함을 통해 알려 준 그. 초등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이 영화 많이 보여줬죠.

앞으로 노모와 떨어져 사는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2년 전 당시 강원도로 갔을 때 여동생과의 통화에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사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했으니까요. 강원도로 데리고 간 이유가 그것이라고 동생이 제게 이야기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주거환경은 열악하지 않습니다. 튼튼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깔끔하고 아담한 집이 있으니까요. 예전처럼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요즘들어 제 블로그가 느려졌네요. 왜그런건지?? 조금 기다리시면 댓글 쓰기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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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이던 친근한 이웃 엄기봉씨. 2006년 여름 새집 짓기 전 집터를 배경으로 포즈 취한 기봉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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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집이었지만 늘 어머니와 이렇게 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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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개천절에 찾아 뵌 기봉씨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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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큰아들이 기봉씨 어머니께 큰절을 하고 있다.(지난해 개천절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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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 얼굴을 기억하시고 이것저것 간식을 오히려 내 주시던 어머니..(지난해 개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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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당시 기봉씨 집 안방 사진. 쥐가 다 갉아먹고 쥐똥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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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창틀 위에 쌓여있는 쥐통. 바로 아래에는 두껑 열린 찌개와 반찬이 놓여 있었다.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