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뉴스

마티즈와 엔터프라이즈와의 접촉사고..."그냥 가시오"

그루터기 나무 2007. 8. 28. 12:56
 

8월 27일 저녁 8시경 퇴근길, 갑작스레 큰 비가 내렸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저녁길 도로상황,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엑스레이터를 밟았습니다. 연동속도 시속 80km인 교차로. 그 교차로를 신속히 통과해야만 약 200미터 앞에 있는 교차로를 신호 받아 통과할 수 있었고 바로 분당~수서간 도로를 탈 수 있었습니다.


연동속도 80km인 교차로에서 시속 90km 정도로 빠르게 통과했습니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 그런데 교차로를 건너자마자 우측 골목에서 갑작스럽게 진입한 고급승용차가 있었습니다. 이정도 속도에 저 정도 거리에 있는 차량이면 분명 충돌할게 뻔한 일. 아쁠사, 저는 순간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고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뒤틀리더니 몇미터를 더 진행했습니다. 시동이 꺼진채로. 그리고는 제 차 앞 범퍼와 고급승용차 옆면이 긁혔습니다.


저는 핸들 위에 고개를 떨구고 한숨을 쉬었고 뒤에서는 경적 소리가 울렸습니다. 순간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정확히 차종은 모르지만 분명 고급승용차임에는 틀림없는데....제가 속도를 너무 많이 냈기 때문에 이번 접촉사고가 발생했다는 건 저도 알고 상대편 차량 운전자도 잘 알고 있던 터라 저는 위축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피해차량과 저는 길가에 차를 세웠습니다. 제가 그 차량 뒤에 세웠죠. 차종을 보니 삐까뻔쩍한 중형차 엔터프라이즈 검은색이었습니다. 60대 후반의 신사분이 차에서 내렸습니다.


“어디 다친데는 없으세요? 선생님?”


제가 먼저 물었습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써야할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양 차량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제 차는 마티즈인데 앞 범퍼 부분은 그전부터 워낙 많이 긁혀 있어 표시도 안났지만 상대방 차량은 상황이 달랐습니다. 운전석 손잡이 부분부터 뒷문에 이르기까지 꽤 심하게 긁혀 있었습니다. 나름대로의 견적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습니다. 저정도 차량이면 50만원? 60만원? 아니면 그 이상?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속력을 너무 많이 내는 바람에.....”

“어떻게 처리해드리면 될까요?”


저는 보험처리할 생각으로 상대방에게 최대한 공손하게 의향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대답을 뜻밖이었습니다.


“젊은 사람이 성질이 어지간히 급하시구만, 운전을 할때는 항상 방어운전을 해야하는 법이오. 앞으로는 조심하시오.”


이렇게 말을 하더니 홀연히 차를 차더니 그냥 떠나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곧 그 차의 뒤를 따랐지요. 그런데 그 차량이 양쪽 방향지시등을 몇초동안 켜더니 유유히 사라지더군요. 양쪽 방향지시등 즉 비상등은 감사할 때 켜주는 건데, 그 분이 켰던 비상등의 의미는 무얼까요?


일방적인 제 잘못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책임을 묻지 않고 간단한 말한마디와 함께 홀연히 떠나며 감사의 표시인 양족 방향지시등까지 켜 주고 간 그 분. 어지간히 너그러운 성품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고이 보내주지 않으셨을텐데....,


여하튼 8월 27일 저녁 8시쯤 성남 분당구 정자동의 한 사거리(밤에만 다녀서 4거리 이름은 모르겠음)에서 너그럽게 봐 주신 신사분, 아니 선생님, 이 글 빌어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같은 분이 있기에 이 세상은 아직 살아갈 만한 곳인가 봅니다. 

 


 

교통사고가 나면 피해자는 어떻게서든 가해자로부터 한푼이라도 더 뜯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다반사인데

제가 만난 노신사분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자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