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서는 대한민국

불온도서 읽으면 불온해지나요? 서평써서 역행하는 정부 바로잡아요

그루터기 나무 2008. 11. 4. 15:18



제가 어릴적에는 대북 전단, 일명 ‘삐라’가 있었습니다. 북한 선전, 찬양을 담은 삐라. 주워온 개수만큼 공책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또 모의간첩이라고 해서 국가에서 모의간첩을 풀어놨고 신고하면 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모의 간첩 잡는다며 산속 묘(우리고장에서는 무덤 즉 묘를 ‘모이’라고 불렀음, 그 ‘모의’가 ‘모이’인줄 알았던 철부지 시절)주변을 몽둥이 들고 친구들과 작전(?)을 펼치기도 했죠. 간첩이 흔한 시대였으니까요.

 

시대는 변했습니다. 머리 번득이는 탤런트가 꼭 대통령 닮았다고 해서 TV 출연을 금지당하는 시대도 아니고 머리 길다고, 스커트 짧다고 잡아가는 시대도 끝났습니다. 새 시대, 새로운 이념과 체제로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학습하고 탐구하며 추구하는 자유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시대를 역행하는 정부, 물대포로 촛불 끝고, 사이버 모욕죄 만들자??
-불온의 뜻 부터 제대로 알고 가자-군사정권에 어울릴법한 '불온'

 

그런데 유독 시대를 역행하는 그룹이 있습니다. 바로 정부 또는 정당입니다. 지난 촛불 집회때 물대포로 수많은 촛불을 끄려고 시도하더니 최근에는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겠다는 발상을 했습니다. 사이버(?) 아니면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IT 초강대국에서 사이버 모독죄라? 초가집에 빈대가 좀 많다고해서 한국민속촌의 초가를 다 태워버릴 셈인가 봅니다.

 

힘으로 누르면 누를수록 움츠러들기보다는 새로운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정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 누르면 찌그러지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위에서도 몇가지 예를 들어 언급했습니다.

 

시대를 역행하는 정부의 정책 혹은 행보 중 초절정 고단수(?)는 연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국방부의 ‘불온도서’ 지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줄곧 이 문제를 지켜보고 있다가 손가락이 근질거려 몇 자 적고 싶어 시대를 역행하는 정부의 사례를 서두에 걸어두었습니다.

 

‘불온’은 어떤 뜻이 있을까요?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국어사전적 의미를 풀어놓고 보니 갑자기 섬뜩해집니다.

 

특히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이 대목 말이지요.

 

독재, 군부에 맞서 민주운동을 펼치는 시민들을 일명 빨갱이로 몰아세우고 자신의 권력에 순응하지 않았다고 국민에게 총칼을 휘둘렀던 광주민주화 항쟁(1980년 5월 당시 군부는 이를 광주폭동 이라고 표현했었죠)을 연상케 하지 않습니까. 불온의 사전적인 의미에서 말이지요. (그런 시대 이미 갔다고 위에 두 번이나 언급했는데 자꾸 ‘복습’하게 만드네요)




-10만부 팔린 '밀리언셀러도, 문광부 추천도서도 불온서적이라?


그런데 참 재밌습니다. 10만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 셀러를 넘어선 ‘밀리언 셀러’가 있는가하면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추천도서도 불온서적 지정 목록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컬하고 우스꽝스러운 일입니까? 같은 정부중앙부처인데 어디는 권장하고 어디는 금지한다고 하고.. 어떤 기준으로 불온이고 아니고를 판단해 지정했는지 애매하군요. 아, 국방부에서 말하는 북한 찬양, 반미 반정부, 반자본주의 서적? 글쎄요. 그런 내용을 담은 도서들이 넘쳐나고 유통되고 있는데 대체 정확한 선정 기준이 뭐냐 이거죠.

 

대부분 알고 계시겠지만 미국의 유명한 사상가 노암 촘스키의 서적 두 권도 불온도서목록에 포함돼 있는데요 Daum 인터넷 '까페  불온서적을 읽는 사람들이 놀이터' 운영진들이 그에게 이메일을 보내 간단하게 인터뷰했고 그 내용이 한겨례 등에 보도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한 사건 알고 계시지요.

 

노암촘스키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국방부를 “자유와 민주주의로부터 나라를 보호하는 부서” 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뇌리에 팍 꽂혀 버렸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로부터 나라를 보호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아, 무셔버라~~)

 

여하튼 상황이 좀 복잡하게 됐네요.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도서의 필자와 출판사가 국방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고 군 당사자인 법무관들이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에게 헌법소원을 제기하는가 하면 민사소송 움직임까지 이는 등 파문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장관은 이들을 항명으로 다스릴 것이라고 하고...

그래도 국방부가 잘한 건 있는 것 같네요. 국방부 덕분에 일부 불온서적 지정 도서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렇잖아도 얼어붙어 있던 인문사회과학도서 시장에 국방부가 기름을 부은 겪이 됐으니 이 부분은 아주 높게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



-불온도서
읽고 서평 통해 지적인 방법으로 정부의 역행, 바로 잡자!


국방부는 이번 불온도서 지정 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썩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학문과 표현, 출판의 자유 등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을 제한하려고 할 때 국민들이 어떤 방법으로 그 권리를 찾고 목소리를 높이는지 말이죠. 국민들이 더 이상 무지몽매하지 않고 이성적인 논리와 의지로 강하게 자신을 표현하며 국가의 주인이라는 점 말입니다.

 

위에 잠깐 언급한 인터넷 까페 있지요. 불온도서를 읽는 사람들의 놀이터. 까페 이름이 좀 재밌게 보이면서도 의미심장한 모임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마침 그곳에서 불온도서 서평 쓰기 대회를 벌이고 있군요.

대다수 국민들이 원치 않는 정부의 불합리적인 행보에 대해 국민 의지를 참신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인터넷 까페를 발견하것 같아 반갑습니다. 저도 언론보도 통해 알게 됐지만요.

 

정부의 정책이나 방침이 자신들의 의견과 맞지 않는다 해서 무조건 ‘안된다, 갈아라, 엎어라’가 아니라 이성적인 측면에서 감정을 절제하고, 책 읽고 서평을 통해 현정부의 삐딱선(?)에 일침을 가하는 지적인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국방부가 지정한 불온도서 목록, 그리고 여전히 그 방침을 고집하고 있는 국방부에 대해 우리는 불온도서에 대한 신랄하고 통찰력 있는 서평을 통해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불온도서 지정이 이 시대에 얼마나 역행하는 발상인지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뜻있는 사람들의 응집력으로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이 시대 시계 바늘을 제 자리로 돌려야하지 않을까요?






아래 내용은 불온도서를 읽는 사람들의 놀이터 운영진이 노암촘스키에게 받은 이메일 일부 내용


1. 한국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대한 당신의 전반적인 생각이나 느낌은?

-한국의 독재자들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그 유명한 투쟁은 세계에 큰 감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물론 언제나 자유를 두려워하는 자들이 있으며, 사상(생각)과 표현에 대한 통제를 다시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방부가 그러한 세력에 가담한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아마도, 공정성을 고려한다면, 이렇게 다시 표현해야만 하겠죠. : "국방부가 자유와 민주주의로부터 국가를 보호한다"

2. 당신의 저서 중 두 권이 불온 도서로 지적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나의 책들은, 심지어 언어학에 관한 기술적 저서들조차 고르바쵸프 이전의 소련 사회에서도 금서가 된 바 있습니다. 나는 그러한 금서 조치를 영광으로 여겼으며, 스탈린의 전철을 밟는 다른 사람, 다른 사회가 내 책을 금서라 정한다 하더라도 그는 소련에서 내 책을 금서로 했던 것 만큼이나 영광입니다.

3. 당신은 미국 정책을 비판하는 많은 책을 저술했습니다. 당신 자신이 미국인임에도 미국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공식적인 적들에 관해서라면 매우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때문에, 우리는 소련의 반체제자들을 존중하였으며, 자신의 범죄는 덮어버리거나 후원해주면서 타인들의 잘못만 비방하는 소련 공산당 지도자들만을 비난했습니다. 시민들이 정부 정책에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훨씬 더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에 있어서 똑같은 원칙은 훨씬 더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모든 미국 시민들은 무엇보다도 미국 정부의 행동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정부의 행동이 잘못되었으며 때때로 그게 범죄라면 말뿐만이 아닌 행동으로 비판적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4. 우리에게(불온도서를 읽는 사람들의 모임) 격려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인들의 위대한 성취를 전복시키려는 노력들에 대항하는 당신들의 당당하고 용기있는 행동을 알게 되어서 매우 기쁘고 고무되었으며, 당신들의 매우 중요한 작업에 큰 성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