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서는 대한민국

촛불 집회에 묻혀버린 축산 농민

그루터기 나무 2008. 5. 29. 21:43

녀석들이 왜 한쪽을 보고 있는지 아십니까? 사료를 충분히 못줘 배가 고파 혹시 사람이 들어오면 사료 줄까 하는 마음에 일제히 저를 향해 보고 있는 것입니다.ⓒ 윤태


충남 서산에 계신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산지 소값이 1kg에 5500원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1kg에 9000원선 일때도 있었지만 옛날 이야기입니다. 요즘 아버지는 밤잠을 못주무시고 끙끙 앓고 계시다고 합니다. 칠순을 넘긴 연세인데 마음에서 시작된 병이 몸으로 번져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지난 5월 2일부터 10일까지 전국에서 세명의 축산농민이 소값 하락을 비관해 자살을 했습니다. 29일 미국 쇠고기 고시발표가 있었지요. 축산 농민에 대한 대책도 나왔습니다. 한우고급화 장려금으로 마리당 10만~20만원을 준다고 합니다. 또 축사시설 현대화에 향후 10년간 1조 5000억원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답답합니다. 10~20만원 지원받으면 한우고급화가 이루어집니까? 소규모로 소를 키우는 많은 일반 농가들이 무슨 수로 고급화를 실현한답니까? 한우고급화 장려금이라고 하지 말고 그냥 ‘위로금’이라고 하는게 낫겠습니다. 또 축사시설 현대화만 하면 뭐합니까? 소값이 안정이 안되는데 누가 지원받아 현대화된 축사시설로 대량 사육을 시도하겠습니까? 참으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입니다. 현실적이지 않고 온갖 수치로만 계산되는 공무원들의 머릿속에서만 나오는 탁상대책입니다. 전에 나왔던 큰 실효성 없는 대책 모아서 한꺼번에 발표하는 수준입니다.

우리 시골집도 하루 세끼 먹이던 사료를 두끼로 줄이고 전에 심지 않던 호밀을 심어 소에게 먹이고 있습니다. 건초더미 사들여 굶주린 녀석들 배 보충하고 있습니다. 외양간에 사람이 지나가면 녀석들이 일제히 사람을 쳐다보며 혹시 사료를 줄까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지금 이시간도 청계광장에서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모든 이목이 그것에 쏠려 있습니다. 인터넷 뉴스 검색을 해봐도 소값 하락에 따른 축산 농민들의 애로사항이나 대책 촉구같은 기사는 뜸합니다. 축산신문, 농민신문 등 관련 특수전문지들만 바쁩니다.

우리 축산 농민들에게도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네티즌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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