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세상

내 옷을 벗기는... 아 "부끄럽다"

그루터기 나무 2007. 8. 31. 16:37

시 제목이 '부드러운 승리' 입니다. 제목이 왜 <부드러운 승리>가 됐는지,  잘 한번 음미해보세요.

그리고 맨 마지막, 내가 왜 부끄러운지 생각해보시면서 읽으시면 뭔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제목이 너무 선정적이라고요? 아닙니다. 누가 왜 내옷을 벗기는지, 그래서 뭐가 부끄럽다는건지,

운율 속에서 잘 음미하시면서 읽어보심 이해가 될 것입니다 ^^ 

 

 

부드러운 승리

                              윤태

십 일월의 플라타너스
너는, 옷을 벗는다
연수정빛의, 그러나 우그러진 누더기 같은
부끄럼 없이 훌훌 벗어 던지고
Y자 치부까지 드러내어 전라가 되고 마는,
너, 플라타너스
음한 겨울이 너를 범할지도 몰라

나는, 옷을 입는다
한 겹, 두 겹
겨울의 힘을 당해내기 위해
세 겹, 네 겹
때로는
푸푸, 입김을 밀어 올리며
겨울의 힘을 떨어뜨리려고,

겨울은 누구를 범할지 아무도 모른다

삼월의 플라타너스
너는, 옷을 입는다
주섬주섬, 그러나 한올한올씩
기워가며, 네 스스로를 키워가며
반드러운 새 옷을
너는, 입는다

나는, 옷을 벗는다
맑은 햇살에게 내 치부를 내어주고
보드라운 공기에게 내 살갗을 점령당하며
내 옷을 자꾸만,
이제는 벗겨가고 있다

아, 부끄럽다
플라타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