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세상

복숭아 베물었더니 벌레가..히죽히죽 웃으며 삐죽거린다

그루터기 나무 2007. 6. 26. 14:15

독자여러분들 혹시, 나무거울이라는 단어 아시나요?

궁금하신 독자 여러분들은 '나무거울'한번 사전 검색해보시구요

제가 자작한 시 한편 감상해보세요. 감회가 다를겁니다. 단순한 시 작품으로 보지 마시고 사회적 현상으로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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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거울

                                        윤태


               1

빛 좋은 개살구의 교훈으로

잘 익은 복숭아 한입 덥석 베어 물었더니

벌레 한 마리 히죽히죽 웃으며 입을 삐죽거린다

앗! 속았다


               2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뷔페에 갔더니 부패한 음식만 득실거린다

또 속았다


               3

밤거리를 나선다

매미는 가로등 줄기에 무대를 만들고

매달린 해를 쳐다보며 밤새 노래하다가

해가 진 아침에서야 잠을 자려 하지만

또다른 태양은 이미 떠오르고

노래하는 것이 제 생애인 그는

전 생애를 그렇게 속으며 노래한다

      

               4

옷이 날개라 하였던가

몸에 옷을 맞추는 사람들은 없고

옷에 몸을 맞추는 사람들뿐이다

그 옷을 입기 위해 위장을 혹사시키고

몸을 깎아 내지만

결국 서늘한 몸에는 날개가 돋아나지 않는다

허름한 수의가 최후의 몸을 맞출 것이려니...


               5 

T. V를 켠다

광고가 나온다

30인치 거대한 브라운관을 어그적 어그적 씹어먹

을 기세로 위풍당당한 백두산의 호랑이 한 마리가

마라도 바닷물을 모두 빨아들일 듯이

드럼통 같은 목청을 벌려 가다듬고는

고함을 내지른다

야~옹


             6

T. V를 끄고 세상을 켠다

세상이 날아가려고 한다

훨~훨

텅빈 세상이 너무 가볍다

탁구공처럼.

 

나무거울 : 겉모양은 제법 그럴 듯 하나 실제로

 

는 아무 소용이 없는 사람이나 물건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가로등 불빛을 보고 낮인줄 알고 울어대는 매미

 

 

잘 익은 복숭아 한 입 베어물으니 벌레가 히죽히죽 웃으며 삐죽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