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검찰청 사칭 사기전화 받아보니....

그루터기 나무 2007. 8. 3. 15:21

 

 

가정주부 입장에서는 "검찰청입니다"라고 상대방이 말하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 윤태

 

“따르릉”


집 전화벨이 울렸다.


(ARS-음질이 좋지 않은 남자목소리) 지방검찰청입니다. 귀하는 7월 00일까지 검찰청에 출두해야하는데 출두하지 않았습니다. 8월 6일까지 검찰청에 출두하지 않으면 강제로 00합니다.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으면 9번을 눌러주십시오.


아내는 잠깐 고민했다. 우선 검찰청이라는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검찰청 이라는 말에 걱정이 됐던 아내. 다만 최근 여동생이 인사 교통사고로 벌금을 내야하는 상황이라 그 문제 때문인가 싶기도 했다.


여동생 교통사고 문제인가 싶어 더 알아보려고 9번을 눌렀다. 그리고 아내는 물었다.


(아내) “거기 어디에요?”


(검찰청 안내라는 사람) “검찰청 안내실입니다.”


(아내) “뜬금없이 무슨 일로 출두를 하라는 건지 밑도 끝도 없이 출두하라니 이게 무슨 얘긴가요?” 그리고 동생 교통사고 벌금 다 냈어요.”


아내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검찰청 안내라는 사람) “조회해봐야 하는데요 이름을 말해보세요.”


(아내) “됐어요.”


(검찰청 안내라는 사람) “아니, 아가씨가 왜 이렇게 쌀쌀맞아요?”


아내가 ‘됐다’라며 전화를 끊게 된 그 이유는 처음에 ARS로 나온 검찰청 안내 메시지(출두하라는)와 9번 누른 후 사람과 통화했을 때 그 남자 목소리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마치 ARS인 것처럼 속인 것이다. 그러니 음질 상태도 좋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안내라는 사람이 “왜 이렇게 쌀쌀맞냐?”는 물음은 또 뭡니까?


여하튼 그 전화를 끊고나서 혹시나하여 인터넷 포털에 들어가서 “검찰청 사기”를 검색해보니 난리도 아니었다. 검찰 사칭 전화 받은 사람은 부지기수이고 개인정보를 알려줘 피해를 금융사기를 당한사람도 있으며 이를 이용한 전화요금 사기 등 검찰을 사칭한 사기가 유행하고 있음을 알았다. 뉴스에서도 몇 번 보긴했지만 우리집에도 이런 사기 전화가 걸려올줄은 꿈에도 몰랐다.


집에서 살림하는 아내들 입장에서는 전화로 “검찰”이라고 하면 쫄아들기 일쑤이다. 남편이 혹은 가족이 뭐 잘못했나 싶어 걱정스런 마음에 전화에 귀 기울이게되고 이러다보면 사기를 당할수 있다. 참으로 삭막한 세상이다. 불과 두 달 전에 “4층인데 아기 아파 병원가게 돈 빌려 달라”는 사기의 당사자가 바로 우리집이었는데....


그렇게 치고 보면 이러한 사기를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독자 여러분!

 

전화 와서 어설픈 ARS로 ‘검찰 출두’ 어쩌구 저쩌구 하면 더 이상 들을 것도 없이 바로 끊어 버리세요. 그 방법이 사기를 당하지 않는 최선의 방법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