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뉴스

자장면 한그릇에 얽힌 사연

그루터기 나무 2007. 5. 27. 20:14

 

믿음과 믿음이 주고 받는 사회, 이 자장면 한그릇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식이는 중국집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종종 자장면 생각이 나면 중국집을 찾곤 했습니다. 근처에는 서너 군데 중화요릿집이 있었는데 성식이는 중국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자장면 집만 갔습니다.

토요일 퇴근길에 성식이는 그 중화요릿집에 들러 간자장을 먹었습니다. 집에 들어가도 마땅히 먹을 밥이 없었던 성식은 그렇게 한끼를 때우기로 했습니다.

맛있게 자장면을 먹고 난 성식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갑을 통째로 사무실에 놓고 온 것입니다. 밖에 세워놓은 차에는 100원짜리 동전 몇 개만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얼굴이 새빨개진 성식은 카운터에 서 있는 종업원에게 다가가 머리를 긁적이며 사정조로 말을 했습니다.

“저어, 죄송한데요. 제가 지갑을….”

성식은 종업원이 대답이 떨어지기 전에 말을 이었습니다.

“길 건너면 바로 저희 집이거든요. 바로 갖다 드리면 안될까요?”

성식의 얼굴을 위 아래로 훑어보던 종업원은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됐어요.”

성식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종업원에게 순간 화가 났습니다. 성식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한걸음에 집에까지 뛰었습니다. 일부러 중국집 앞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놓고 집에까지 뛰어가 간자장 값 3000원을 가져왔습니다.

“자, 여기 있습니다. 치사하게 그러지 말아요. 3000원 때문에 사람을 못 믿다니…. 왜요? 제가 삼천원 떼먹고 저 차 타고 달아날 줄 알았나요?”

성식은 손님들이 있는데서 종업원을 향해 계속해서 쏘아붙였습니다.

“진짜, 이러는 거 아닙니다. 제가 아까 길 건너 산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걸 못 믿어요?”
“…….”

이러는 동안 종업원은 아무 말도 못하고 급기야 얼굴이 울그레불그레 해졌습니다.

 

이때 2층에서 중국인 주인이 내려왔습니다. 손에는 그릇이 가득한 쟁반을 들고서 말입니다. 그리고는 더듬더듬 우리말로 성식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손님, 죄송합니다. 얘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손님을 못 알아본 모양입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손님께서 급하게 나가시기에 말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주인은 말을 이었습니다.

“아, 손님, 두어 달에 한번씩 오셔서 꼭 간자장만 드시잖아요. 댁이 저쪽 태양여관 골목 안에 있죠?”

주인장의 말에 성식은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두 달에 한번 정도 왔던 중국집인데 주인은 성식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믿음과 애정을 갖고 손님을 대했기에 얼굴을 기억했던 것인데 성식이가 종업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주인장은 2층에서 손수 그릇을 나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믿음과 믿음을 엮어주는 자장면 한그릇(그림은 전남 해남 조대희님께서 그려주신 것입니다)

 

 

 

 

위 이야기는 제 경험담인데, 제 3자의 인물을 내세워, 동화형식으로 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