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뉴스

이런 직장 상사만 있다면 회사생활 할만할텐데...

그루터기 나무 2007. 4. 23. 14:07

 

처음에 경계를 품었던 직장 상사 성덕용 팀장님, 그러나 알고보니..

 

 

직장생활에서 힘든 일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직장내 사람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면 직장생활이 괴롭습니다. 직장을 그만 두는 이유 중에도 상사 때문에 그렇다는 내용의 보도를 몇 번 접한 기억이 납니다.

물론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그 스트레스 역시 직장상사와의 관계에서 비롯한 것들이 많습니다. 업무를 잘 못하는데 따른 것보다는 업무를 무기 삼아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지요.

이 때문에 여직원들은 삼삼오오 화장실에 모여 꼴불견 상사를 흉보고, 남자 직원들은 술 한 잔 하면서 "더럽고 치사해서 못 다니겠다. 사표 내야지" 하며 말하는 것을 TV 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업무가 아닌 일로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딴지'를 거는 경우 심적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해 저희 사무실 디자인 팀장님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한마디로 위에서 언급한 꼴볼견 직장상사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분입니다.

 

얼마전 저희 회사에 40대 중반의 남자 디자이너 한 분이 입사를 하셨습니다. 저희 회사가 출판사다 보니 기획실장님과 상무님 그리고 저만 빼고 여(女)사장님을 포함해 편집부 기자와 디자이너해서 여직원만 여덟 명입니다.

그런데 그 남자 디자이너 분이 입사한 날 여직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저희 회사 디자이너들은 젊은 여직원이 대부분이었는데 40대 중반의 남자분이 매킨토시를 능숙하게 다루는 디자이너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직원들의 걱정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혹시 이 회사의 책임자급으로 군림하는 건 아닐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사무실은 특성상 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직원들의 그런 걱정은 당연했습니다. 게다가 그 분의 인상이 좀 강했기(?) 때문에 책임자급으로 상사가 될 경우 괴로운 회사 생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 불안과 긴장 속에서 첫 날을 보냈습니다. 다음 날 그 분에게 디자인팀장이라는 직급이 주어졌고 그 분은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습니다. 원고 교정을 보고 디자인 팀장님에게 넘기는 편집부 여직원(기자)들은 어떤 말도 건네지 않았습니다. 처음이라 서먹서먹하고 어색해서 그랬겠지요.

디자인 팀장님 출근 셋째 날. 출근 시간 15분 전에 사무실에 도착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팀장님께서 문 밖에 있는 스테인리스 재떨이를 화장실로 가져가서 맨 손으로 씻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계단 바닥은 이미 물걸레질이 돼 있는 상태였구요.

팀장님 출근 넷째 날. 저희 사무실은 월·목요일에 청소를 합니다. 사무실 바닥이 카페트여서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는데 그 넓은 공간을 밀고 다니려면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닙니다. 그 날도 15분 전에 출근을 했는데 신발장 옆에 있는 청소기에서 뜨끈한 열기가 올랐습니다. 팀장님 혼자서 사무실 청소를 해 놓은 것입니다. 역시 계단은 흥건히 젖어있고 재떨이는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디자인 팀장님의 이러한 행동은 금요일, 토요일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저는 평소보다 30분 먼저 나왔습니다. 몇 분 후에 같이 출근하자는 아내를 떼어놓고 부지런히 지하철역을 향해 걸음을 떼었습니다. 그동안 팀장님께 너무 죄송해서 그날만큼은 제가 청소기도 돌리고, 계단 바닥도 훔치고 재떨이도 닦을 참이었습니다. 그러나 또 한발 늦었습니다.

모든 청소를 말끔히 마친 팀장님은 텅 빈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서자마자 일어나 공손하게 아침 인사까지 하시는 디자인 팀장님. 위 아래를 제법 따지는 제게 이러한 팀장님의 모습은 저를 당황하게까지 만들었습니다.

사회 경험이나 나이 면에 있어 대선배인데 팀장님은 그런 격식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제가 죄송하고 부끄럽고… 여하튼 몸둘 바를 모를 정도였죠.

팀장님의 생활은 초지일관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팀장님에게서 청소기를 억지로 빼앗아 제가 청소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출근길 계단에서 마주치면 제가 먼저 뛰어 올라가 청소기를 차지(?)할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마다 팀장님은 "그냥 두세요"하며 말리셨죠.

팀장님과 어느 정도 친해졌을 때 저는 왜 이렇게 일찍 출근 하냐고 물었습니다. 팀장님은 복잡한 지하철이 싫어 일찍 출근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업무 한 시간 전에 출근하는 적도 많았습니다. 아침에 청소를 하고 나면 운동하는 효과가 있어 몸과 마음이 후련해지고 하루 종일 상쾌하다며 그 솔선수범, 부지런함을 운동으로 돌렸습니다.

함께 생활하는 동안 팀장님은 천성이 착한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스무 살 이상 어린 여직원들에게 절대로 말을 놓거나 함부로 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누구누구 기자님"하면서 꼭 '님' 자를 붙여가며 직원들을 대했습니다.

책이 들어오는 날이면 아무리 바빠도 컴퓨터 작업을 멈추고 책 상자를 열심히 날랐습니다. 그런가 하면 구청 식당으로 식사하러 갈 때 길 저편에 휴지가 떨어져 있으면 일부러 달려가서 주워 휴지통에 넣기도 했습니다. 이럴 때면 같이 가던 어린 직원들이 어쩔 줄 몰라합니다. 죄송한 마음에….

그렇습니다. 저도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아주 잠시나마 팀장님을 경계의 대상으로 생각했습니다. 물론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당시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그런 마음을 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는 옹졸한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책임자급 상사' '군림'이라는 직원들의 생각은 단지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직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팀장님이 설령 책임자급이 되고 모든 직원들을 총괄하게 되더라도, 아니 이 회사의 대표가 되더라도 솔선수범 청소기를 먼저 잡고 아침부터 사무실을 누비고 다니실 분이라는 걸 말이지요.

여러분이 다니는 회사의 상사분들은 어떻습니까? 저희 사무실 팀장님 같은 분만 계시다면 일할 맛이 나지 않겠습니까? 동료 직원이든, 상사든 보기만 해도 오히려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 그런 직장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독자 여러분은 원하지 않습니까? 아마 일의 능률이 쑥쑥 오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침마다 청소를 하시는 팀장님..

 

 

오늘 미디어다음 메인 기사를 보니 이런 기사가 떴네요...

 

제목 : 직장인 및 구직자...내 직장은 지옥

 

http://news.media.daum.net/economic/employ/200704/23/dailian/v16478492.html?_right_TOPIC=R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