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뉴스

내 대신 떫은 감 먹고 배탈 난 친구의 감동 사연

그루터기 나무 2007. 4. 7. 17:42

친구를 위해 떫은 감을 먹고 배탈이 난 진정한 친구 수인이

 

 

요즘 소풍 시즌이죠. 초등학생들 수학여행도 가고 가까운 곳으로 소풍도 가고, 날씨도 좋구요. 그래서 오늘은 소풍에 관한 감동적인 글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아래 글은 저의 초등학교 적 가을 소풍에 관한 기억을 되살려 소풍때 감동 받았던 일을 토대로 하여 동화풍으로 다시 쓴 것입니다.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독자 여러분, 감동 많이 받으세요 ^^ (그림은 전남 해남에 사시는 조대희 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옥봉산으로 가는 소풍 길은 아름답습니다. 날다람쥐가 밤이나 도토리를 물고 나무를 오르내리는 풍경도 보입니다. 불을 질러 놓은 듯한 형형색색의 단풍이 눈을 어지럽게 만듭니다. 그러나 승호는 이런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자, 점심시간은 1시까지입니다. 너무 멀리 가지 않도록….”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친구들의 함성 소리가 들립니다. 승호는 이 순간이 너무 싫습니다. 김밥 때문이었습니다. 친구들이 맛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이 가져온 김밥을 안 먹으면 어쩌나 하고 승호는 내내 걱정을 했습니다.

일곱 명의 친구들이 모여 앉아 김밥을 꺼내 한데 놓습니다. 어느 김밥이 승호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승호의 김밥을 한 번 집어 먹은 친구들은 다시는 손을 대지 않습니다. 승호는 애써 자신의 김밥을 먹고 있지만 역시 맛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소시지나 햄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수인이가 승호의 김밥을 집중적으로 먹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김밥을 승호 앞으로 슬그머니 밀어 넣습니다.

“야, 수인아 천천히 먹어라 임마. 체하겠다.”

승호는 급하게 먹는 수인이의 등을 두드리는 시늉을 하며 달랩니다. 왠지 모를 고마움의 표시였습니다. 그때 수인이의 나무젓가락에 쥐어져 있던 승호의 김밥이 잔디 위로 구릅니다. 그러자 수인이는 손으로 김밥을 주워 들고 “훅”하고 불더니 먹어 버립니다. 다른 친구들이 일제히 수인이의 얼굴을 살핍니다. 그러자 수인이는 태연하게 말을 꺼내며 씩 웃습니다.

“야야, 먹어도 안 죽어. 하여간 깔끔한 척 하기는….”

김밥을 먹은 다음에 친구들은 저마다 간식을 꺼내 먹습니다. '빠다코코넛비스킷', '초코파이' 등 주로 과자입니다. 승호는 아까부터 콜라만 홀짝홀짝 마시고 있습니다. 가방 속에 있는 찐 밤, 찐 고구마, 우린 감은 꺼내지도 못하고 우쭐대고 있는 것입니다.

“야, 너 그 안에 있는 거 뭐냐? 이리 내 봐 임마.”
“어, 밤하고 고구마….”
“야, 이 자식이 맛있는 거는 지가 다 먹으려고 그러네. 이리 줘봐.”

수인이는 승호의 가방 속에서 찐밤, 찐고구마 등이 들어 있는 봉지를 꺼내 들며 대신 자기 가방 속에 들어 있던 과자를 승호에게 건네 줍니다.

“야, 나 요즘 충치 생겨서 단 과자는 못 먹겠더라. 엄마가 어제 사오셔서 가지고 오긴 했는데…. 아, 잘 됐다. 승호 니가 이거 다 먹어라. 나는 우린 감하고 밤이나 먹어야겠다.”

수인이는 승호 가방에서 꺼낸 음식들을 먹기 시작합니다. 우린 감 껍질은 벗기지도 않고 잘도 씹어 먹습니다. 승호는 오린 라면 봉지를 씌워 노란 고무줄로 봉해 놨던 병콜라 마개를 열어 수인에게 건네 줍니다. 콜라를 한 모금 마신 수인이가 또 입을 엽니다.

“임마, 그리고 소풍이 왜 소풍이냐? 오늘은 먹고 놀라고 있는 날이야. 가지고 온 거는 다 먹고 내려 가야지. 올라올 때 힘들지도 않데? 하여간 뭘 모른다니까."

결국 승호가 싸온 음식은 수인이가 모두 먹어치웁니다. 학교 근처에 다다랐을쯤 수인이가 화장실이 급하다며 집쪽으로 뛰어 갑니다. 승호는 수인이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걸음을 되돌려 문방구로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2500원짜리 태권브이 3단 변신 로봇을 삽니다. 혹시 소풍비 3000원 받았다는 사실을 수인이가 알아차릴까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그날 저녁밥을 먹는데 누나가 승호에게 묻습니다.

“승호야, 오늘 우린 감 안 떫데? 너 가고 나서 보니깐 제대로 안 우려진 게 많더라.”
“어? 어, 괜찮던데….”

승호는 그 감을 수인이가 다 먹었다고 할 수도 없어서 그냥 먹을 만 했다고 누나한테 거짓말로 얼버무립니다. 낮에 수인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떠올리며 왜 집에 있는 감만 제대로 안 우려졌는지 승호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날 승호는 수인네 집앞에서 수인을 부릅니다.

“수인아, 학교 가자.”

그런데 수인이 엄마가 걱정스런 얼굴을 하며 대문 밖으로 나옵니다.

“승호 왔구나. 우리 수인이가 어제부터 배탈이 나서 꼼짝을 못하고 있거든.”
“예? 배탈이라고요?"
“그래, 어제 뭘 그렇게 많이 먹었는지 밤새 설사하고 토하고… 죽는 줄 알았어.”
“…….”
“오늘은 학교에 못 갈 것 같구나. 그래서 말인데 승호 네가 선생님께 말씀 드려 줄래?”
“네. 그럴게요. 안녕히 계세요.”

승호는 얼굴도 못 들고 모기만한 목소리로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아이구 미련한 놈. 감이 떫으면 먹지 말지…. 바보 같은 놈.”

승호는 떫은 감을 아무렇지도 않게 오히려 맛있게 먹었던 수인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해져옴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