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뉴스

69세에 대학생 되신 아버지, '주경야독'

그루터기 나무 2007. 4. 23. 22:54

 

 

경로대학에서 붓글씨를 배우고 계신 아버지. 신문지에 '공부연습'이라고 붓글씨를 쓰고 계신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 올해 69세 적잖은 연세의 우리 아버지는 대학에 다니십니다. 지난 일요일(22일) 시골에 파종(모상자에 볍씨 뿌리는 일)일손 도우러 갔다가 아버지께서 대학에 다니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놀랍기도 했지만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다니시는 대학은 일반 대학은 아니고 ‘경로대학’이라는 곳입니다.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가셔서 수업을 받으십니다. 붓글씨도 쓰시고 레크레이션도 하십니다. 어머니는 다 늙어서 그게 무슨 필요냐고 뭐라뭐라 하시지만 아버지는 뭔가 배우고 싶으신 모양입니다.


1938년생인 아버지는 국민학교 4학년 다니던 1950년 6월 한국전쟁이 터지자 배움을 그만두셔야 했습니다. 그것이 아버지 학벌의 전부입니다. 아버지 형제 7남매중 다섯째이신 아버지께서 시골을 지키셔야 했습니다. 그 어린시절부터 배움을 기억 저편으로 던져 버리고 몇십리 길을 걸어 산이 벌개지도록(당시 나무꾼들이 워낙 많아) 나무를 해오며 생계를 꾸려가셨던 아버지.


큰아버지, 둘째큰아버지는 대학 나오시고 학교 선생님이 되거나 좋은 회사 취직하고 작은아버지 또한 좋은 학벌에 큰 회사 사장이 돼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동안 아버지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제 형제 6남매를 키우셨습니다. 물론 아버지 형제 7남매 아버지께서 농사지어 학비 보태고 뒷바라지를 하셨습니다. 지금도 농사지으면 늘 쌀과 곡식을 친척들에게 보내주시는 아버지, 뭇 아버지들도 그런 분들이 많겠지요. 어렸을 땐 그런 생각, 원망한적도 있었습니다. 왜 하필 그 많은 형제 중 우리 아버지만 농삿꾼이 돼셔야만 했을까 하고 말이지요. 철없던 때의 불만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못배우신걸 걸 늘 한으로 생각하셨습니다. 지금도 하시는 말씀이지만 당시 국민학교만 나왔어요 면장은 할 수 있었다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씀을 심심찮게 하십니다. 당신께서 못배우셨으니 자식들이라도 열심히 공부해 우리 형제 누군가가 선생님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셨던 우리 아버지.

 

 

삐쩍 야윈 아버지, 낮에는 농사일, 밤에는 공부하시는 아버지, 주경야독이다


이런 옛날 이야기, 한국전쟁을 겪으며 배움을 접어야만 했던 수 많은 세대들이 있을 것입니다. 비슷한 상황이 많은 거라는 예상을 해보구요. 당시의 끔찍한 고생이 이제는 추억거리 내지는 세월의 무상함으로 변해 아버지의 굵은 주름에 고이 남아 있습니다. 당신은 여러 손주들을 보시면 “우린 곧 해골바가지로 누워 있을테고 너희들(손주)에겐 좋은 세상이다”라고 말씀을 하실때면 지나간 세월을 그리워하시는 듯 합니다.


여하튼, 다시 지금 시점으로 돌아오겠습니다. 1000여장이나 되는 모판 파종일을 끝내고 온 몸이 뻐근거리는 몸을 이끌고 아버지는 벼루에 먹을 갈으셨습니다. 그리고는 한자며, 한글이며 경로대학에서 배우고 있는 것들을 연습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배움의 목마름이 얼마나 깊었는지 짐작이 가더군요.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아버지!!


비록 경로대학이라고는 하지만 늦게나마 ‘대학생’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그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시고 많은 또래분들과 어울리시며 활기찬 대학생활 되었으면 합니다. 아버지께서 공부하셔서 면장되고 어디 선거 나가실 일은 없겠지만 당신께서 즐거워하시고 보람된다고 생각하시니 공부에 대한 가슴벅참과 앞으로의 나래를 활짝 펴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버지!!


파이팅입니다.

 

 

 

얼마만에 잡아 보시는 붓인가? 60년 만에??

 

 

 

요즘 한참 라디오에서 하고 있는 '부모사랑 효 캠페인 중'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이름 아버지>라는 캠페인 문구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아버지 해도 뜨기전 어둠속으로 일하러 가시는 뒷모습

가족을 위한 묵묵한 희생이었다는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회초리 들고 무섭게 꾸짖으신날

울며 잠든 자식에  마음아파 밤새 잠못 이루었다는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내아버지 당신만이 가장 따뜻한 가슴으로

가족을 사랑했고

최선을 다한 멋진 분 이셨다는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아버지 부끄럽고 죄송한마음

가슴속 눈물로 대신하고자합니다.

이세상 가장 아름다운 이름 아버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