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지하철 은인 꼭 찾아야 할까요? 여러분은 생각은?

그루터기 나무 2007. 3. 31. 15:12

 

 

지하철 의인을 찾는다는 기사.

 

 

 

미디어다음 깜짝뉴스에 이런 기사가 올랐습니다. 지난 29일 저녁 서울 지하철 3호선 수서역에서 술에 취해 발을 헛디뎌 선로로 떨어진 정모씨를 구출한 뒤 사라진 지하철 의인을 찾고 있다는 매우 짤막한 기사입니다.


이 기사를 보니 최근 서울역 노숙자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준 일명 홍익대 ‘목도리녀’가 생각납니다. 처음에는 많은 언론들이 이 미담기사를 앞 다투어 보도했지만 나중에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이 미담이 전해진 후 모 금융회사에서 목도리녀를 채용하겠다는 오보가 나간 후 또한 미시건주립대학에서 유학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목도리녀 김씨는 “아에 소설을 써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진짜 세상 살기 힘들군요”라는 글을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면서 자신이 원치 않은 기사가 언론에 나가는 걸 질타하고 속상해했습니다. 또한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인터뷰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보였습니다.


미담 기사에서 시작해 잇따른 오보로 그녀를 불편하게 만든 이번 ‘목도리녀 사태’. 이는 과도한 보도 경쟁으로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기사들이 양산되고 그 오보를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즉 미담기사의 주인공도 언론에 의해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이번 목도리녀 사건을 통해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지하철 은인 찾기’ 기사로 돌아오겠습니다. 취잭을 구한 지하철 은인은 이미 모습을 감췄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꼭 지하철 은인을 찾아야 할까요? 굳이 언론에 대고 그 은인을 찾아서 무얼 어쩌겠다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은인에 대한 사생활이 또 언론을 타고 나가고 그 가족도 인터뷰하고...그래서 어떤 회사에서 또 ‘지하철 은인’을 채용이라도 하겠다는 말인가요?  이 기사에 대해 벌써 독자들은 '목도리녀'를 생각하며 한 독자는 "저 은인도  과연 자기가 나서서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하고 기업체에 특채될까?"라는 의견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 지하철 은인이 언론에 얼굴을 내밀 요량이었다면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지지는 않았을것입니다. 그 현장에서 단 몇 분간이라도 머물렀다면 이 장면을 본 누군가의 휴대폰 촬영으로 혹은 카메라 촬영으로 어느 순간 포털에 오르고 금세 찾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은인은 그 일을 하고 나서 금세 사라졌습니다. 알 수 없는 그 누군가가 취객을 구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는 선에서 기사가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영상이나 정지화상으로 그 당시 상황을 언론에 보도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더 이상 언론에서 그를 찾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를 찾아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고 그 결과가 결코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갈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서울역 ‘목도리녀’에서 익히 보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