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황당한 '출산' 지원책보단 현실적인 '입양' 지원책을..

그루터기 나무 2007. 4. 15. 22:57
 

부모의 실직, 학대, 경제적 빈곤, 사망 등으로 친부모에게서 버려지는 어린이가 한해 평균 5500명이라는 보건복지부 통계가 있었습니다. 2004년도 통계수치인데요, 2007년 현재 상황도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2004년 통계에 따르면 9393명의 아동이 친부모의 품을 떠나 친 인척과 양육시설에 맡겨졌으며 특히 이들 중 4946명은 부모가 생존해 있지만 빈곤과 실직, 학대에 견디지 못해 가출이나 사회보호시설 혹은 양육시설 등에 위탁됐다고 합니다. 또 이중 2861명은 친 인척이나 일반 가정이 아닌 양육기관(고아원, 보육원) 등 사회시설에 맡겨져 가정과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부모에게서 버려지는 어린이들이 연평균 5500명이 넘지만 시설이 아닌 일반가정 위탁은 2000년 149명, 2002년 394명, 2004년 869명으로 지속적인 가정위탁 사업 홍보가 꾸준하게 진행되고 지원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적은 저조하기만 합니다.


가정위탁사업이란 아동이 가정내외의 다양한 요인 즉 부모의 사망, 실직, 질병, 학대 등으로 친가정에서 양육될 수 없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건전한 가정에 위탁해서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보호 양육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이지요.


저는 이 버려지는 아이들 문제를 저출산 문제와 한번 연계해봤습니다.


최근에 서울 모 자치구에서 저출산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있었습니다. 둘째아이 20만원, 셋째 100만원, 넷째 300만원, 다섯째 500만원, 여섯째 700만원, 일곱째 1천만원, 여덟째 1500만원, 아홉째 2천만원, 열 번째 이상 3천만원이라는 참으로 희한한 저출산 대책을 내놓아서 네티즌들의 비난을 많이 샀습니다. 현실 불가능한, 동네 강아지가 들어도 웃음이 나는 얼토당토 않는 대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저는 '출산‘ 이 아닌 ’입양‘ 했을 때 지원금을 주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물론 입양시 지원금보다는 입양 후 보육, 교육 등의 비용이 더 큰 문제가 되겠지만 아이를 낳는 수만큼 지원금을 주는 것보다 아이 입양 수에 따라 지원을 해주는 것이 저출산 대책으로 실현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버림받는 아이들에게는 가정의 사랑을 일깨워주고 자녀가 없어 애를 태우는 부부에게는 자녀를 키울 수 있는 기회 또,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해서 입양해서 키우는 분들께는 더욱 더 많은 가족이 늘어나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가까운 예로 연극인 윤석화씨가 위탁모를 하다가 아이를 직접 입양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두 번째 아기를 입양한 사실이 뉴스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입양했을 때의 정부 지원금 내지 여러 가지 지원책,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래 기사는 지난 2005년 4월 중순, 경기도 안성에서 스무명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최연화씨를 취재해 오마이뉴스에 실었던 기사 내용입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4월 중순,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의 한 가정집에서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데려다 키운다는 최연화(53)씨를 만났다.

 

스무명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경기도 안성 최연화 씨.ⓒ 윤태

 


벚꽃 길을 따라 마을 입구로 들어가니 개나리, 진달래가 뒤범벅이 돼 출렁거렸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한 학급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뛰어나오며 기자를 에워쌌다. 모두 스무 명인데 고만고만한 아이들이었으며 가장 큰 애가 열여덟살 고등학생, 막내는 네 살 배기 어린이였다.


"엄마, 배고파. 엄마 과자 줘."

"엄마, 동규가 때렸어. 아앙."


응석을 부리며 엄마한테 한꺼번에 안기느라 엄마는 휘청하지만 얼굴만은 싱글벙글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누가 봐도 자식과 엄마의 관계였다.


질문거리를 꽤 준비한 기자는 수첩과 펜을 들고 그녀와 마주앉았다. 그런데 그녀의 한마디에 기자는 수첩과 펜을 한쪽 구석에 치워놓을 수밖에 없었다.


"기자님, 혹시 5월 가정의달 맞아 기사 쓰려고 하는 건가요?"


최씨는 연말이나 성탄절, 가정의 달 등 특정한 시기에 집중해서 관심을 받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데려다 조건 없는 사랑으로 돌보는 그녀에게 가식이나 형식적인 말은 굳이 필요치 않았다.


최씨에게는 중학교에 다니는 친딸 수산나가 있는데 학교를 잘 찾지 않는다는 이유로 담임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을 정도란다. 물론 친딸이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스무 명의 자녀'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한 것이다.


최씨는 IMF 때 평택 역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을 보고 전도사인 남편 이훈구(57·서울 역삼동 명문 교회)씨와 함께 간단한 무료급식을 시작한 후 '사랑의 잔치 국수집'을 열어 노숙자 돌보기에 매진했다.


어린 시절 농촌에서 어렵게 자란 최씨의 눈엔 연로한 노숙자들이 부모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 노숙자 할아버지의 손자들이 거리로 나앉게 된 사실을 딸 수산나에게 듣고 이들을 거두면서 본격적인 '아이 사랑'이 시작됐다.


아이들을 데려올 때 기초수급생활대상자 자격으로 얼마 안 되는 보조금을 받긴 했지만 먹이고, 입히고, 학교·학원까지 보내야 하는 까닭에 늘 쪼들리기만 했다. 공식적인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 받는 지원금이 없던 것이다.


최씨는 손수 떡집을 운영하고 학원차량을 배달하는 등 어렵게 벌어서 아이들을 양육했다. 이러한 그녀를 보면서 주위 사람들은 "힘들지 않느냐.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해냐?"며 걱정 반, 위로 반 격려를하기도 한단다. 이러한 주위 반응에 대해 그녀의 대답은 한결같다.


"제가 살아 있는 이유 또 앞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나님이 제 육체의 에너지를 거두어 가시는 그날까지."


이처럼 사랑하는 아이들인데 공식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정부 시설 즉, 고아원 등에 보내야 한다는 말에 최씨는 정부 지원을 받아 건물을 새로 짓기로 했다. 그동안 끈끈한 정과 사랑으로 돌본 아이들을 떠나보내기 싫었기 때문이다.


지원금 규모도 10명의 아이들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이어서 나머지는 최씨의 몫이다. 비록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여기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정과 사랑이 모이고 쌓이면 스무 명, 아니 그 이상의 아이들도 돌볼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의 눈빛을 보이는 최연화씨.


요즘 세태가 어지럽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사건이 심심찮게 보도를 통해 나온다. 비록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아이들은 아니지만 '정' 하나만 가지고도 '사랑보다 더한 사랑'을 실천하며 이들을 가족, 가정이라는 구성원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최연화씨를 보며 마음이 짠해진다.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핀 어느 봄날, 최연화 씨 가족은 기념촬영을 했다.ⓒ 윤태


 

아자아자 화이팅!!ⓒ 윤태

  

 

모두 한 식구이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