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목도리녀'가 빅뉴스 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루터기 나무 2007. 3. 19. 23:31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노숙자...ⓒ 윤태

 

 

목도리녀 모습이 우리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과연 뉴스거리가 될까요? ⓒ 윤태

 

 

지난 주말 서울역 일명 ‘목도리녀’가 인터넷을 휩쓸었습니다. 노숙자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감아주며 아낌없이 선행을 베푼 그녀. 포털에 댓글이 몇 개 달렸는지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아니, KBS, MBC 9시 뉴스에서도 그 주인공을 찾아 인터뷰하는 모습이 뉴스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지하철 결혼식’ 연극 파문 때문인지 이번 ‘목도리녀’를 두고 ‘연출’이 아니냐는 의혹과 진실공방이 인터넷상에서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진심에서 우러나온 선행임이 밝혀졌지요.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볼 일이 있습니다. 이번 목도리녀 사건이 ‘뉴스거리’가 됐느냐 하는 것입니다. 칭찬받아 마땅하고 인터넷 감동뉴스 섹션에서 화제가 될 만한 일은 되지만 9시 뉴스를 비롯해 온갖 언론에 나올만한 사건이었나 하는 것입니다.


혹자는 당연히 뉴스가치 혹은 뉴스거리가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겠고 혹자는 너무 호들갑 아니냐며 의견을 내는 분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미 큰 뉴스거리가 돼 버렸습니다. 저는 그것이 뉴스거리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이 ‘왜’ 그렇게 큰 뉴스거리가 될 수 있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록 우리 모두가 실천하지는 못하지만 도의적으로 응당 해야할 일이고 어찌보면 당연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선행의 한가지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봉사 및 선행을 베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기삿거리가 되지는 않지요.


그렇다면 다시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어떻게 해서 목도리녀가 그렇게 큰 기사거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선행에 대한 희소성의 가치(?) 때문?, 감동적인 기사에 목말라 있는 언론사 기자들의 열성때문에?? 저도 답은 모르겠습니다. 생각 나름이겠지요.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의견은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각박하고 메말라 있다는 것입니다. 목도리녀 같은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인다면, 그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뉴스거리가 안되겠지요. 눈만 뜨면 납치, 살인, 강도, 강간 소식이 올라와도 큰 관심을 보이기 보다 “또 발생했군”이라고 생각하는 흔한 뉴스거리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이번 목도리녀 건을 보고 “아주 감동적인 일이 뉴스로 잘 떳네”보다는 “어쩌다가 이러한 일이 큰 뉴스가 됐지?”라고 생각이 드는, 그래서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와 비슷한 일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한때 직업상 ‘휴먼 취재’를 한적이 있습니다. 어렵고 불쌍한 사람, 누군가를 도와주고 아름다운 일을 하는 감동적인 사건 등을 취재하는 것이었지요. 그때 한 선배가 제게 아래와 같은 말을 해주었습니다.


"불쌍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 무척 많다. 이와 관련해 감동적으로 쓴 기사들도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가능한 한 최대한 망가지고, 비참해져야 도움을 더 받을 수 있다. 어느 정도 감동을 주느냐에 따라 도움의 손길이 더 가고 덜 가기도 한다. 즉 '감동에도 등급'이 있다. 그 감동의 차이는 제목을 어떻게 뽑느냐에 달려 있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문사도, 포털 사이트도 '감동 경쟁'을 하고 있다. 이게 무슨 감동인가? 어려운 사람들은 똑같이 도움을 받아야지 어려운 정도에 감동의 등급이라는 잣대를 들이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감동 글, 기사가 적잖다. 그래서 나는 감동 글을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싫다“


가슴에 팍 꽃히는 선배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