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하겠다고 바람만 잔뜩 넣고는 촬영팀은 감감 무소식이다. ⓒ윤태
한 방송사 모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왔다. 알뜰살뜰 살아가는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린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본 프로그램 작가가 우리집을 취재해 방영하고 싶다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번갈아가며 그 작가의 전화를 받고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일반인이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어찌보면 대단히 영광스럽고 소중한 추억거리가 될 수 있다. 뉴스 나갈 때 잠깐 10-20초 인터뷰 나가는 것도 아니고 한 가지 테마를 가지고 10분 이상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것은 다시 말하지만 영광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정의 출연료도 나온단다.
촬영날짜와 시간도 잡았다. 한 반 나절 정도 촬영해야한단다. 우리 부부는 그 촬영날짜인 휴일에 다른 스케즐을 잡지 않고 촬영준비를 시작했다. 집안 청소도 하고 알뜰살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촬영 전날 그 작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무슨 사정이 생겨 촬영을 미뤄야한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우리 부부는 이해했다. 일주일, 이주일, 삼주일, 시간은 그렇게 지났고 벌써 두달이 지났다. 도대체 언제 촬영을 하겠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물 건너갔지 싶다. 모르긴해도 더 좋은 아이템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참 허무하다. 사람 기분을 이렇게 들뜨게 해놓고, 준비 다 해 놓고 펑크라니...
방송 작가, 시스템을 모르는바 아니다. 작가들끼리 아이템이 좋아서 촬영을 추진하다가도 윗엣분(방송 용어로는 책임 피디(CP)라고 한다)이 ‘NO' 하면 그 아이템은 펑크나기 일쑤라는 생리도 잘 알고 있다. 더러는 갑자기 출연하기로 했던 사람이 펑크내는 바람에 ’대타‘로 출연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동안 몇 번의 출연 경험에서 알게 된 방송 생리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개인이던, 단체던, 어떤 마을이던, 취재한다고 해 놓고 미뤄진다고 하는 경우는 다반사고, 이런 저런 내용으로 방송에 나간다고 해놓고서는 몽땅 잘라먹어 출연자들의 불만을 사는 경우도 여럿 보았다.
확실한 계획 그리고 결정된 후 촬영을 하면 좋겠다. ‘허파’에 바람 잔뜩 불어 넣고 ‘사정이 생겨서 미뤄졌다. 취소됐다’고 하면 그 촬영을 준비하고 또 설레던 마음의 일반인들은 어떡하란 말인가?
독자 여러분들은 이런 경험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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