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그놈 목소리>의 '그놈'이 이 영화를 볼까?

그루터기 나무 2007. 2. 4. 16:41

 

 

 

영화 <그놈 목소리>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2007년 2월 4일, 영화 <그놈 목소리>를 관람했다. 지난 1991년 납치됐던 이형호 군이 40여일만에 한강변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이 영화를 두고 말들이 많다. 한 아이의 비극적인 결말을 영화화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 목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는 또한 영화 <살인의 추억>처럼 화성 연쇄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살인범에 대한 공소시효 지난 문제를 둘러쌓고 비록 공소시효는 지났어도 범인은 꼭 잡아야 한다는 시대적 목소리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일본의 경우 지난 98년부터 살인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25년으로 연장했는데 우리나라는 15년이다. 이에 대해 국회에서도 공소시효 연장에 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거론하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여하튼 아내와 함께 <그놈 목소리>를 관람하면서 치가 떨렸다. 이 영화를 통해 다시한번 눈물을 흘리고 그때의 끔찍한 상황을 상기해야하는 고 이형호군의 부모와 그 지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또 자녀를 둔 나로써도 남 일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상상해보았다. 혹시 형호군을 유괴 살해한 ‘그 놈’이 어디선가 이 영화를 보며 웃음을 짓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생각을 하니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내 생각에는 이 영화가 영화로써의 작품성은 그리 뛰어나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영화 끝머리에 당시 범인의 실제 협박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반드시 잡아야한다는 메시지가 머릿속에 강하게 꽂혔다. 영화가 끝나고 뒤를 쓰윽 돌아보았다.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여럿 보였다. 아마 형호군 만한 자녀들을 둔 부모들이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전화 목소리와 협박 쪽지가 단서인 이 사건, 15년이 지난 지금 아무것도 진전된 것은 없다. 당시의 과학수사 기법이 지금처럼 좀더 발전했더라면 범인을 잡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과거는 과거의 일이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루에도, 한달새도 많은 어린이들이 실종 내지 유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종된 아이를 찾는 모습이 뉴스와 여러 TV 프로그램을 통해 나오고 이들의 부모가 눈물짓는 장면도 흔히 볼 수 있다.


모쪼록 이번 영화 <그놈 목소리>를 통해 부모들은 자녀들을 더욱 더 챙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더불어, 영화 끄트머리에 실제 범인의 목소리가 더욱더 많이 전파되어 혹여나 범인의 행방을 찾을 수 있기를 실낯같은 희망으로 어렴풋이 기대해본다.


이와 함께 살인범, 성범죄 등에 대한 공소시효가 어느 정도 연장돼 그 크나큰 아픔을 간직한채 살아가야 하는 부모, 그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영화 <그놈 목소리>가 상영중인 한 극장 ⓒ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