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이슈제안> 남녀 애정표현, 어떻게 보십니까?

그루터기 나무 2007. 1. 23. 00:07

 

남녀의 애정표현 정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윤태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지하철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일부러 운동 삼아 플랫폼 끝에서 끝까지 걷곤 합니다. 승객이 뜸한 지하철 6호선 상수역, 플랫폼 맨 끝 커다란 기둥까지 걸어갔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두 명이 기둥 뒤에서 끌어안은 채 진하게(?) 키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 민망해 얼른 돌아섰지만 그들은 잠깐 저를 인식하고서는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애정 행위, 비단 이뿐만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전철 안, 찜질방, 공원 등 공공 장소에서도 젊은 연인들의 애정표현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른들로서는 못마땅하지만 또래 젊은이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

지난해 이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건대입구에서 택시를 탄 20대 중반 연인이 껴안고 택시 뒷좌석에서 입맞춤을 하다 "자제해 달라"는 택시기사의 말을 듣고 기사를 폭행해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미 뉴스보도를 통해 나간바 있지요.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했는지 쉽사리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택시기사는 못 본 척 요금 받고 그냥 충실히 영업만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테고, 젊은 남녀도 잠시 참았다가 그들만의 공간에서 사랑을 나눴다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겠지요.

그렇다면 택시 기사는 왜 이들의 애정표현을 제지했을까요? 세대 차이에서 비롯되는 애정표현에 대한 관점의 차이 때문에? 자식 같은 젊은 사람들이 뒷좌석에서 그런 표현을 했기 때문에?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애정표현 행위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깔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또 다시 세대 차이에 따른 애정표현의 관점이 다르다는 얘기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 남녀는 왜 택시 뒷좌석에서 과감한(?) 애정표현을 했을까요? 분명히 룸미러로 자신들의 행위가 보일 게 뻔한데, 왜 택시기사를 의식하지 않은 걸까요? '애정 표현의 당당한 권리'를 외치고 싶었던 걸까요?

참으로 애매모호한 상황입니다. 선뜻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다고 말할 수 없는…. 일명 '발바리'처럼 확 까 젖히며 풍기문란죄를 유발하는 행위라면 마땅히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문제겠지만 공공연한 장소에서의 입맞춤 등 애정표현은 그 범위나 정도(수준) 등 기준이나 규정이 정해진 것도 아니어서 법적으로 제지할 상황도 아닙니다.

물론 예의상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각도, 연령층 등에 따라 애정표현이 아름답게 보일 수도 불쾌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선뜻 뭐가 맞고, 뭐가 틀리다고 판단할 사안은 아닌 듯합니다. 흔히 '과도한' 애정표현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노골적인 성행위가 아닌 한 '과도한'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애매모호합니다.

공공연한 장소에서의 애정 표현! 단지 세대 차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풍습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니면 '어느 선까지는 된다'는 식으로 선을 긋고 이를 제도화해 제지해야 할까요?

미디어 다음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공장소인 공원에서 애정표현을 하는 남녀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