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지하철에서 자리잡는 여러가지 방법

그루터기 나무 2007. 1. 17. 15:46

 

출퇴근 피로에 지친 여러분, 앉아가는 것과, 서 가는 것의 차이, 크지 않나요??  ⓒ윤태

 

 

피로에 지친 독자 여러분. 미어터지게 승객이 많은 지하철에서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고 출근한 날은 꾸벅꾸벅 졸기 일쑤입니다. 이럴 땐 정말 텅빈 지하철을 통째로 전세 내어 타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상상이겠지요.

그나마 시발역에서 출발하는 지하철을 타는 분들은 느긋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잠시나마 눈을 붙일 수 있지만 중간에 타는 분들은 ‘제발 미어터지지만 마라’는 간곡한 심정이 됩니다.

지하철 출근이 고되다보니 하루종일 조는 것은 물론이고 낮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해 외근을 다닐 때도 지하철에서 졸기 마련입니다.

저는 4년전부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많게는 하루에 일곱 번 정도, 평균 다섯 번의 지하철을 이용합니다. 차를 두고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면 그 횟수는 더 많아지겠지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좌석 확보'의 노하우를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즉 '어떤 역에서 어떤 사람이 내리느냐 하는 것'입니다. 서 있다가도 '그들'앞에 서 있으면 쉽게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머피의 법칙도 있답니다. 어느 역에 정차할 때 내가 서 있는 쪽에 앉은 사람은 한 명도 안내리는데 맞은편 좌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내립니다. 뒤돌아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건너편에 한 사람이 일어서면서 자리가 납니다.

"얼른 가서 앉아? 말아?" 고민하는 동안 누군가가 잽싸게 앉아버리거나, 내 딴엔 몸을 날려 좌석을 향해 달려갔지만 바로 그 순간 누군가가 '슬쩍' 앉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일을 당할 경우 '쪽 팔려' 옆칸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구요. 누구나 한번쯤 이런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저는 여러분들에게 '좌석 확보'의 노하우를 지금부터 알려드리려는 것입니다. 몇몇 주요 지하철역에 한정해서 말이지요. 물론 이미 알고 계신 분들은 실천하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노약자나 장애인, 임산부 등의 '좌석 우선권'을 무시한 '좌석 확보'를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보통 사람의 경우 "그분들이나 본인이나 똑같이 직장 생활하는, 피곤한 직장인"이라는 조건 하에 노하우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5호선을 타고 김포공항을 간다고 가정합시다. 세종문화회관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공항까지 간다면 꽤 먼 거리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여의도 역에서 기회를 노려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의도 역에서 내리지만 사람이 많을 때는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들고 앉아 있는 사람들 앞에 서 계십시오. 주로 젊은이들이겠지요. 여의도 공원에서 분명히 내릴 것입니다. 아마 백발백중일 것입니다. 설마 김포공항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러 가는 젊은이는 없겠지요.

다음은 시청역·세종로청사·과천청사·각 구청역 등 정부기관이나 관공서가 위치한 지하철역입니다. 이때는 서류봉투를 손에 들고 앉아 있는 사람들 앞에 서 있어야 합니다. 또는 얇고 납작한 서류가방을 든 사람들도 이에 해당합니다. 특히 이들은 주로 정장차림을 하고 있습니다.

1·3·5호선의 환승역인 종로3가역. 대부분 아시겠지만 이 역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내립니다. 탑골공원 가시는 분들이지요. 이분들 앞에 서 있으면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주의하십시오. 종로3가역은 반대로 많은 노인분들이 타는 곳이기도 합니다.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야 하는 곳이 바로 종로3가역이기도합니다.

다음은 이대역·홍대입구역·건대입구역 등 대학교 소재지 역입니다. 가방을 메고 손에는 리포트 파일을 든 젊은이들이 많이 앉아 있을 것입니다. 자리확보의 확률이 매우 높은 곳입니다. 특히 출근시간 때 중·고등학교가 위치한 지하철역을 알고 있다면 그들 앞에 서 있으면 100%입니다. 아무래도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대학생과는 달리 그 시간에 반드시 학교에 가야하니까요. ○○중학교가 위치한 역인데 교복 입은 학생들이 내리지 않는다면 이 학생은 학교수업을 '땡땡이'를 치는 겁니다.

이태원역은 두말할 것 없이 외국인 특히 미국인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군인들 앞에 서 있으면 승산(?)이 있습니다. 6호선인 이태원역은 낮동안에는 이용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로 출근시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부터미널역·고속터미널역· 동서울터미널역· 상봉터미널역 등을 지날 때는 머리와 손에 짐을 잔뜩 든 분들 앞에 서 계십시오. 특히 남부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의 경우 농어촌 지역에서 올라온 분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입니다. '당신의 부모님 같은 분'앞에 서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한가지 주의하십시오. 혹시 여러분이 터미널역을 이용하게 된다면 무거운 짐 들고 계단 올라오시는 분들을 도와주십시오.

다음은 어린이 대공원·서울대공원 등 공원을 지나는 역입니다. 어린아이와 엄마가 이야기하는 곳에 서 있으면 됩니다. 5월 5일 어린이날은 확실할 것이고, 또 주말인 경우도 자리확보의 확률이 더 커지겠지요. 그러나 이런 자리에는 너무 연연해 하진 마십시오. 간혹 보면 어린이 8∼9명(보통 성인 7명 앉음) 앉은 틈에 그 자리를 비집고 앉았다가 쉴새없이 장난치는 아이들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명동역·강남역·신사역 등 세련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입니다. 이러한 역이 가까워질 때는 우선 젊은이들을 잘 살펴 보십시오. 그 중에서도 머리에 진하게(?) 물을 들이거나, 복장이 매우 특이한 젊은이들이 많이 내리더군요.

이 밖에 용산역에서는 손에 컴퓨터 등을 들고 있는 사람들 앞에 서 있으면 됩니다. 특히 젊은층에서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거나 고치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곳도 거의 확실한 곳입니다.

끝으로 보너스입니다. 4호선 사당역에서 당고개 방면으로 올라갈 때 사당역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있습니다. 물론 빈차이지요. 좋은 자리(구석?)를 골라 앉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열차를 구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오이도부터 올라온 것인지 아니면 사당역에서 처음 출발한 것인지 말입니다.

밑(안산이나 오이도)에서부터 올라온 열차는 전광판에 "당고개행 열차가 전역을 출발하였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문구가 뜹니다. 반면 사당에서 처음 출발한 열차는 "당고개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뜹니다. 이러한 안내글을 못 봤다면 열차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도 알 수 있습니다. 밑에서 올라온 열차는 꽤 속력을 내며 역에 진입하지만 사당서 출발한 열차는 최대한 천천히 진입한다는 것입니다.

자, 여러분 어떻습니까? 이미 알고 계신 분도 있겠지만 또 어떤 분들은 "아하"하며 무릎을 치고 계신 분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또 알고 있었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분도 계실테구요. 오늘은 한번 실천해보는 게 어떨까요? 그 예감이나 예상이 얼마나 맞아 떨어지는지 실험도 해볼 겸 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거듭해서 당부드리지만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 등을 늘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