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한겨울 부모님 마음 담긴 싱싱한 냉이 보셨나요?"

그루터기 나무 2007. 1. 1. 15:17

 

냉이를 캐고 계신 어머니..

 

 

비닐하우스 안의 냉이와 어머니의 모습이 정겹게 보입니다.

 

 

어머니의 성근 호미질에 맛나는 냉이가 술술 올라오고..

 

 

 평생을 흙에서 살아가실 부모님.

 

 

신정을 맞아 시골 부모님과 처가에 들러 세배 드리고 성남 집에 돌아왔습니다. 해돋이 관광객 등으로 차가 막혀 고생은 했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신정 연휴를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18개월 된 우리 아기 새롬이는 시골 부모님이나 장인 장모님께 유일한 낙이자 희망이기도 합니다. 아기를 보며 즐거워하시는 양가 부모님 모습,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오늘은 특히 시골 부모님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도회지서 생활하는 자식을 둔 부모님 마음이야 마찬가지겠지요. 집에서 가꾼 농산물 무엇 하나라도 챙겨주시려고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부모님 마음 말이지요.


저는 시골 음식 중에서 냉이를 무척 좋아합니다. 냉잇국이나 냉이가 들어간 된장 찌개, 냉이무침 등 냉이요리를 무척 좋아하지요. 시골 부모님께서도 물론 잘 알고 계시지요.


시골에 내려가서 제가 한마디 중얼거렸습니다.


“냉이 캐야하는데….”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냉이 먹고 싶으냐?” 하고 물으셨습니다. 그리고는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호미와 담을 그릇을 들고 비닐하우스 밭으로 가셨습니다. 농한기인 겨울이지만 비닐하우스에는 시퍼런 냉이가 한 가득입니다. 물론 비닐하우스지만 날이 추우면 얼어버리기 때문에 냉이를 캘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신정 때는 날씨가 포근해 쉽게 냉이를 캘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냉이는 단순한 냉이가 아닙니다. 큰 일이 없는 농촌의 겨울, 매일 방안에서 텔레비전이나 보고 계실 부모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냉이 한 관 가격은 대략 5천원, 한관은 4kg입니다. kg수에 비해서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아버지, 어머니 둘이서 하루 종일 캐봐야 서너관 정도이고 가격으로는 1만5천원에서 2만원 사이입니다. 냉이를 캐면 물에 씻어 잘 포장한 후 아버지께서 오토바이를 타고 농협에 올리십니다.


한겨울 그 찬물에 냉이 흙을 모두 씻어내려면 손이 깨지듯이 시립니다. 얼핏 생각하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별로 되지 않는 고된 작업이지요. 돈을 번다는데 있어서는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저를 비롯해 저희 형제들은 부모님께 한겨울에 꼭 냉이를 심어야 하냐고 묻기도 하지만 부모님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평생 흙에서 살아오셨고 끝까지 흙에서 살아가실 부모님. 날씨는 추워도 햇살이 가득한 날에는 비닐하우스 안이 따듯해집니다. 그 안에서 부모님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냉이를 캐실 것입니다. 큰애는 어떻고 둘째는 어떻고, 셋째는 어떻고…, 여섯째 막내 이야기까지 냉이를 캐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겨우내 냉이를 캠으로써 얻는 돈이나 이득보다는 그러한 소일거리를 하시며 자식들을 생각하고 계실 것입니다. 맛나게 냉이 요리를 먹는 자식들을 생각하시며..


글쎄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만약 내가 복권에 당첨돼 수십, 수백억 원이 생긴다면 서울에 널찍한 아파트 구입해 어머니 아버지를 편히 모시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부모님은 서울 아파트에서 잘 적응하실까요?


제 생각엔 아무래도 이틀을 못 견디시고 시골로 내려가실 것입니다.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몸에 병이 생길 정도로 농촌의 흙을 사랑하시는 부모님, 100만원 들여 씨를 뿌리고 가꾸어도 결코 50만원 밖에 수확을 못 하지만 그래도 밭을 놀릴 수 없는 부모님의 그 심정, 시골에서 나고 자란 자식들이라면 아마 그 마음 이해하실 것입니다.


밤만 되면 몽뚱아리가 아파 끙끙거리신다는 부모님, 그래도 손에서 호미와 낫을 놓지 못하고 논밭에서 평생을 보내야 하는 부모님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는 신정 연휴입니다.


오늘 저녁은 어머니께서 캐 주신 냉이로 된장찌개를 끓여먹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