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아내들이여, 남편 담배 이렇게 끊어보세요."

그루터기 나무 2007. 1. 2. 20:54

새해 되면 금연 결심하시는 분 많으시죠?

제가 어떻게 담배를 끊게 되었는지, 아래 사연을 한번 읽어봐주세요.

그리고, 아내분들, 남편들 금연하는데 한번 써보세요 <새롬이아빠 주>

 

 

 

지긋지긋한 담배, 왜 그리도 피우고 싶었을까? 그때는 말이죠.. ⓒ윤태

 

 

저는 5년 전 아내와 결혼하면서 금연을 하겠다고 굳게 약속을 했습니다. 담배를 다시 피우면 이혼도 감수하겠다며 각서까지 썼습니다. 그러나 금연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낮에 회사에서 담배를 태우고 양치질은 물론 껌을 몇 개씩 씹고 퇴근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털어 내려 해도 찌든 담배냄새는 조금씩 풍겨왔습니다.


“당신, 담배냄새 나는데…. 어디, 왼손 좀 내밀어봐.”


아내가 제 왼손을 잡아당기며 냄새를 맡으려하자 얼른 손을 빼며


“무슨 소리야? 내가 각서까지 썼는데 무슨 담배를 피웠다고 그래.“

“들어오자마자 담배냄새가 나는데 이건 뭐야. 내 코는 못 속여.”

“아, 그… 오늘 친구 만나서 맥주집 갔는데 사람들이 엄청 피우잖아. 거기서 냄새 밴 거야.”

“정말이야? 그런데 냄새가 너무 강한데…. 이리 와서 입 한번 벌려봐.”

“나 참, 왜 그래. 안 피웠다니까. 얼른 밥이나 줘.“


저는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 다시 한번 양치질을 했습니다. 저녁밥 달라고 해놓고는 양치질을 한 것입니다. 저는 놀란 가슴을 쓸어안고 큰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금연했다는 것을 아내에게 떳떳하게 보여주지 않는 이러한 행동은 아내의 의심을 더 키울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당신 퇴근해서 들어오면 왜 뽀뽀도 안 해줘? 뭐 찔리는 거 있남?"

“허허, 무슨 소리. 이리 와.”


퇴근해 들어온 어느 날 저는 아내에게 다가가 볼에 번개같이 뽀뽀를 하고는 얼른 목욕탕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내는 뽀뽀할 때 입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재빠른 제 행동에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심증은 분명한데 물증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꼬리가 밟히고 말았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담배 생각이 간절했던 저는 차에 신문을 두고 왔다며 가지러 간다고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설마 옷까지 챙겨 입고 4층에서 저 아래 골목까지 쫓아올 줄 꿈에도 생각을 못했던 것입니다.


아내가 본 남편, 즉 제 모습은 어땠을까요?


남편은 차 안에서 신문을 집어들고는 트렁크 문을 열어 무엇인가를 꺼낸 후 주위를 살피더니 집 반대 쪽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골목에 쪼그려 앉아 서둘러 담배를 빨아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질겅질겅 껌을 씹고 그것도 미덥지 않았는지 주머니에서 귤을 꺼내 까먹었습니다. 그런 다음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저 사람이 정말… 귤까지 챙겨왔네.”


그 날 저녁 아내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무슨 이유였을까요?


다음날도 남편은 저녁식사를 끝내고 차에 서류를 놓고 왔다며 자동차 열쇠를 챙겼습니다. 물론 일부러 서류봉투를 차에 두고 온 것이었습니다.


“잠깐, 내가 갖다 올게, 어차피 슈퍼에서 양파도 사야 하거든. 오늘 고기 재놔야 내일 먹지.”

“아… 아냐, 내가 갖다 올게. 양파 얼마짜리 사면 돼?”

“아냐, 내가 갖다올게. 저번처럼 깨지고 썩은 양파 사 올라. 내가 직접 골라야지.”

“아니, 그래도 내가….”


순식간에 차 열쇠를 낚아챈 아내는 벌써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만약 트렁크를 열기라도 하면 모든 게 끝장나는 순간이었습니다.그러면서도 저는 저는 설마 트렁크까지 열어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건 단지 저의 간절한 바람일 뿐이었습니다.


10분 후 아내는 양파 한 자루와 서류봉투를 들고 들어왔습니다. 제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서류봉투를 건네주며 말을 했습니다.


“자, 여기 있어.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차에 놓고 오는 게 그리도 많아?”

“응, 요즘 들어 부쩍 깜빡깜빡하네…. 헤헤.”


저는 놀란 가슴을 다시 한번 쓸어 내리며 앞으로는 좀더 조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자동차 트렁크보다 더 안전한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날 출근해 트렁크에서 담뱃갑을 찾던 저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후미진 구석에 있어야 할 담배와 라이터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오렌지색 포장지에 싸인 선물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내가 한 일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기야, 담배끊기가 그렇게 힘들면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지. 거짓말하고 숨어서 피운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잖아? 담배 피우고 싶은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왜 금연을 해야하는지 누구보다 당신이 더 잘 알잖아? 오늘 일찍 들어와, 자기 좋아하는 우렁 된장 해놓을게. 사랑해 자기야.”


짧은 아내의 메모가 먼저 나왔습니다. 그리고 담배 한 개비와 50원짜리 성냥갑이 들어 있었습니다.성냥갑 속에는 역시 성냥개비 1개만 들어 있었습니다. 이 담배 한 개비를 끝으로 금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간절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언젠가 여의도 윤중로 벚꽃 길에서 아내와 손잡고 찍은 사진이 하트모양의 작은 유리액자 속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액자 위쪽에는 하얀 색 수정 펜으로 쓴 ‘금연’ 글자가 아주 자그맣게 보였습니다.


저는 마지막 담배에 차마 불을 붙일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담배를 두 동강 냈습니다. 어젯밤 차 트렁크를 열며 이 선물을 넣는 아내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바로 이 사진 입니다. 담배갑 대신에 놓여있던 바로 그 사진...ⓒ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