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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개가 아니라 한 가족입니다"-세상에 이런 일이 나왔던 흰멍이(서평)

그루터기 나무 2006. 12. 7. 00:25

 

 

 

 

 

<내 친구 흰멍이>의 실제 주인공 : 사진 제공 김그네 님

 

 

어릴 적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 채 눈도 못 뜬 어린 강아지를 방으로 데려와 이불 속에서 꼬옥 껴안으며 '낑낑' 거리는 개를 달래며 특유의 야릇한 냄새를 맡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개 우리 안은 너무 추워 내가 꼭 방에서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마치 저 자신이 강아지의 엄마가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김그네(44)씨의 책 <내 친구 흰멍이>에서 흰멍이에게 쏟는 식구들의 조건 없는 사랑과 헌신적인 보살핌은 독자들로 하여금 가슴 전체를 먹먹하게 만듭니다. 특히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는 이 시대 수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에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이 책은 주인공이 할머니 댁에 다녀오다 앞 다리가 없는 선천성 장애견을 발견하고 데려다 정성껏 돌봐주면서 인간과 동물 사이를 초월해 진정한 가족이 돼 가는 과정을 정겹게 그려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자녀들) 눈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동화 형식을 빌려 쓴 <내 친구 흰멍이>는 동화작가 김그네씨 가족이 경험한 실제 사건을 이야기로 구성한 것입니다.

이 책은 투박합니다. 행간을 아무리 찾아봐도 미사여구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 동화'여서 그런지 읽는 내내 동화 속 흰멍이 표정에 푹 빠지게 됩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편의 아내인 동화작가 김그네씨는 이 책에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가볍지 않은 청각장애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난 흰멍이에게 아이들 못지않게 애정을 쏟습니다.

 

 

<내 친구 흰멍이> 동화의 한 장면



이 책에서 보면 흰멍이는 피나는 노력으로 앞발 없이 뒷발로 걷고 서서 식구들을 기쁘게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네 아이들에게 '병신개'라고 모욕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SBS TV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 흰멍이 사연이 방송되면서 누군가에게 바퀴 달린 신발을 선물 받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는 김그네씨 아파트에 불이 났는데 앞다리도 없는 흰멍이가 베란다 문턱을 넘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 위 엄마(김그네)를 깨워 큰 화를 면했다는 살신성인의 감동 스토리도 들어있습니다. 이 대목은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이쯤 되면 흰멍이가 김그네씨 가족과 어떤 관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가족이 된 것입니다.

제 주변에도 애완견을 기르는 분들이 꽤 있는데 사고나 질병으로 개를 잃었을 때 "아가야" 하며 몇 날 며칠을 슬피 우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동화를 읽고 나서야 그들이 왜 그토록 슬퍼하는지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흰멍이가 제게 준 교훈이었습니다.

김그네씨는 이 동화를 통해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장애견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가족들을 통해 많은 독자에게 감동 주기? 일차적인 측면에서는 맞겠지만 저는 그 이면의 것을 생각해보았습니다.

흰멍이도 신체적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인 만큼, 사람이든 동물이든 간에 이를 바라보는 편견을 동등한 시선을 바꿔보자는 의지가 들어 있는 듯합니다. 또 흰멍이가 그랬던 것처럼 설령 장애가 있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위치에서 뭔가에 최선을 다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해석이야 독자 나름이겠지만 제 느낌은 그랬습니다.

최근 애완동물 등록제, 부담금 부과 등의 법 개정 문제를 놓고 설전에 설전을 더하며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애완동물 주인이 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하고 유기하는 데서 비롯한 환경오염 때문에 이번 법 개정 문제가 나온 것입니다.

이런 문제에도 애완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자주 볼 수 있어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최근 대전에서는 유기견 2백여 마리를 거둬 '헌신적으로' 키우는 아주머니가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물론 개발제한구역에서 개를 키웠다는 이유로 벌금을 물 처지에 놓였지만, 그 아주머니는 법은 전혀 모른 채 자식을 대하는 마음으로 유기견들을 거두고 돌봤던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축산법 위반'이지만 실제로 그 아주머니는 '개들을 사랑한 죄'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여하튼 김그네씨의 <내 친구 흰멍이>는 아무래도 추운 겨울날 읽어야 제 맛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읽는 동안 이야기가 훈훈한 난로가 되어 온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따뜻해지기 때문입니다.

 

 

 

성남모란 시장에서 새 주인을 만난 강아지. 흰멍이처럼 따듯한 가족을 만난 것 같네요.

 

 

 

 

 

동화작가 김그네님 인터뷰

 

 

작가 김그네님

 

 

 

- 요즘 흰멍이 근황은 어떤가요?
"가끔씩 발작을 일으켜서 식구들을 종종 깜짝 놀라게 하지만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또 낯선 사람들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아 설사를 하기도 한답니다. 이런 점 빼고는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 <내 친구 흰멍이> 동화에 보니 수화를 배운다고 하셨는데.
"배웠습니다. 그런데 딱히 사용할 기회가 없어서 배워놓고도 많이 까먹었네요. 그래서 수화도 더 익힐 겸 수화를 주제로 한 기획물을 쓰고 있습니다. 청각 장애가 있는 아이가 장애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책인데요. 이야기 거리와 함께 수화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 전에 애완동물 부담금 관련한 법 개정을 추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터넷에서 기사 봤습니다. 애완견 갖고 있으면 10만 원씩 세금 내게 해서 이들로부터 발생하는 환경오염 처리비용 등으로 쓴다고요. 글쎄요. 저는 법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애완견도 위하고 사람도 위하는 좋은 취지라면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10만 원이면 적지 않은 금액이네요."

- 흰멍이를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우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앞발도 없는 흰멍이가 뒷발로 일어서는 과정을 지켜봤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짐승도 이러한 악조건에서 뭔가를 해내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뭔가 어려운 상황에 닥치면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는 거 보면 안타깝더군요. 흰멍이를 보면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우리 아이들은 생명의 소중함과 함께 생명을 보살피는 일이 늘 책임이 따른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을 것입니다."

- 혹시 흰멍이 사연이 방송되고 나서 원래 주인한테 연락이 없었나요.
"네, 안타깝게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혹시 처음 흰멍이를 데려왔던 산책길에서 종종 만났던 분들 중에 주인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키우지는 못했지만 늘 흰멍이를 생각 했을 거라고 믿거든요. 여하튼 방송 나가고 나서 많은 시청자가 자신 일처럼 나서서 관심과 사랑 쏟아주고 흰멍이 앞다리까지 만들어 준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물론 흰멍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안 쓰고 있지만 잘 보관하고 있답니다."

- 원래 애완견을 좋아하셨나요. 장애가 있는 애완견이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제 손으로 개를 키워 본 건 흰멍이가 처음이에요. 좋다, 나쁘다 그런 마음이 없었지요. 처음에는 서툴러서 조금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자연스레 가족이 됐답니다. 좋다 나쁘다가 아닌 가족이 된 거죠. 몸이 불편해도 가족은 가족인 것처럼 흰멍이는 우리 가족에게 그런 존재랍니다."

- 지금 준비하는 책이 있나요?
"<으뜸사냥꾼>이라는 동화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석기 시대 아이들의 성장 동화입니다. 사냥이 최고였던 그 시대, 사냥꾼들을 통솔하는 으뜸사냥꾼 이야기인데 아이들의 일과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위에도 언급했지만 올해 안에 수화를 주제로 한 기획물을 완성하는 게 꿈이라면 꿈입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지난가을 스와츠잼펠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경남 마산의 원식이(9)라는 아이가 <내 친구 흰멍이>를 보고 흰멍이를 만나러 이곳 충주에 왔었습니다. 서울 병원 가는 길에 들른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아이가 힘들까봐 책 나오면 제가 가려고요. 아이 엄마가 저랑 동갑이라 친구처럼 연락 주고받는 답니다. 힘든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을 보니 흰멍이가 더 대단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