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뉴스

5백원짜리 샌드위치에 담긴 애틋한 사연

그루터기 나무 2006. 11. 29. 23:58

 

 

일명 모닝샌드 아주머니라고 불리는 김입분 씨  ⓒ윤태

 

 

 

이 글은 일명 ‘모닝샌드 아주머니’라고 불리는 한 인심 좋은 아주머니의 가게(분식집)에서 문 밖에 내놓은 샌드위치를 친구들과 함께 몰래 먹고 난 후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그 사연을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TV 동화 행복한 세상) 사이트에 올린 한 여고생의 글을 읽고 현장 취재를 한 것이다.


기자는 모닝샌드 아주머니 분식집에서 아주머니와 그 여고생을 동시에 만날 수 있었다. 불신풍조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따듯하게 해 준다. <기자 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덕원여고, 화곡여상 길목에 위치한 분식집 가게 김입분(49) 아주머니의 별명은 ‘모닝샌드 아주머니’이다. 샌드위치, 우유, 주스, 떡볶이, 라면,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데 그 중에서 샌드위치가 가장 인기가 좋기 때문이다.


고구마와 감자를 주 원료로 만드는 샌드위치 가격은 오백원인데 아주머니는 요구르트를 덤으로 준다. 어떤 때는 샌드위치 한개를 사도 요구르트를 두개 끼워주는 경우도 있다. 샌드위치를 그냥 먹으면 목이 막히기 때문에 주는 것이지 장사속과는 관계가 없다.


혹자 중에는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아주머니에게는 무의미하다. 주방일이 바쁠 땐 안에서 보이지도 않는 바깥 가판대에 샌드위치와 돈 통을 놓아 둔다. 이는 단지 학생들의 양심에 맡기고자 하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학생들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샌드위치를 먹고 싶은데 동전이 부족한 학생이 있으면 서슴없이 내어 준다. 등교길에 어깨를 늘어뜨리고 힘없이 들어오는 학생을 보면 아주머니는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조심스럽게 불러 “밥은 먹고 오니?”라고 물어 보기도 하지만 아주머니는 늘 조심스럽다. 행여 그 학생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떡볶이를 팔고 남은 게 있으면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가는 학생들 먹으라며 컵에 담아 밖에 내놓곤 한다. ‘끝물’로 ‘떨이’로 팔수도 있지만 아주머니는 맛있게 떡볶이를 먹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게 마냥 즐겁단다. 아주머니의 천성이 원래 그렇단다.


이런 아주머니의 모습에 감동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착해 ‘바보’같다고 생각하는 한 여고생이 있었다. 주인공은 덕원여고 2학년에 재학중인 노○○ 학생.


어느 한가한 토요일 오후 친구 네명과 귀가길에 그 앞을 지나던 노 학생은 며칠 전 못 드린 거스름돈을 드리기 위해 모닝샌드 아주머니 가게에 들렀다. 당시 샌드위치 두개를 집으며 만원을 건넸는데 아주머니가 잔돈이 없다며 그냥 먹으라고 했단다. 등을 떠 밀면서 그냥 가라고.


그런데 가게문은 잠겨 있고 샌드위치와 돈 통은 밖에 놓여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샌드위치를 그냥 가져가자는 의견이 나왔고 노 학생은 극구 반대했다. 그러나 결국 친구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걸어가던 노 학생과 친구들은 멀리서 지친 표정으로 장을 봐 오는 아주머니를 보고는 옆길로 막 뛰었다. 한참을 뛰고 난 친구들은 아주머니의 그 모습에 가슴이 아팠고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 깨닫게 됐다.


다음 날 용기가 나지 않았던 노 학생과 친구들은 동네 꼬마 다섯명을 시켜 각자 먹을 샌드위치 값 이천오백원과 어제 몰래 먹은 값 이천오백원을 합쳐 오천원을 쥐어 주며 한 개씩 사먹으라고 하고 거스름돈은 받지 말고 그냥 나오라고 아이들에게 부탁했다.


이렇게 해서 돈은 갚았지만 죄송한 마음을 전해 드리진 못했다. 결국 노 학생은 아주머니께 사과하는 뜻으로 이같은 사연을 적어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보내고 곧장 아주머니를 찾아가 사과하려던 참에 이 사연을 기자가 알게 된 것이다.


기자는 아주머니께 전후 사정 이야기를 한 후 노 학생을 포함한 친구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또한 노 학생을 비롯한 친구들에게도 학생들에 대한 아주머니의 마음을 전해 주었다. 아주머니와 학생들 그리고 기자와의 만남이 있던 그날 가게 안에서 학생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아주머니,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얘들아, 내가 미안하구나. 그날 돈 통을 밖에 두지 않는 건데 내가 미처 생각을 못했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주머니는 자신의 행동을 몹시 후회했다. 샌드위치만 밖에 내놓고 시장에 갔어야 했는데 생각 없이 돈 통까지 밖에 두어 학생들을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돈 통이 밖에 없었다면 배고픈 학생들은 마음껏 샌드위치를 먹었을 테고 아주머니도 마음 편하게 장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방 일이 바쁠 때 그랬던 것처럼 습관적으로 돈 통을 밖에 두고 시장에 간 건 분명 본인 잘못이라고 아주머니는 거듭 말을 했다.


“학생들이 와서 ‘아주머니, 라면 주세요, 떡볶이 주세요’라고 할 때는 꼭 내 자식들이 엄마한테 밥 달라는 소리처럼 들려요.”


아주머니는 학생들이 마치 자신의 아들 딸 같다는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아주머니에게는 직장 생활하는 딸과 대학생, 중학생인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두해 전만 해도 남편이 6천만원대의 연봉을 받으며 남부럽지 않은 ‘사모님’ 생활을 했지만 구조조정 탓에 지금은 아들 대학 등록금도 마련하지 못하는 형편이 됐다. 과거 단란했던 가정의 모습을 그리던 아주머니는 "라면 주세요"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행복했던 지난 날의 가정을 지그시 떠올리고 있던 것이다.


그렇다. 돈 통이 밖에 있고 없고를 떠나 아주머니는 학생들을 자식처럼 사랑하고 있었다. 믿음보다 더 강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아주머니의 마음이 있었기에 그날, 이처럼 아름다운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 이 글은 월간 교양지인 <월간 아름다운 사람들>에 실려있습니다. <월간 아름다운 사람들>은 전에 제가 근무한 잡지사이고 위 글은 제가 현장 취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