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뉴스

철사로 자전거 만드는 아저씨, 아직도 거기 계신가요?

그루터기 나무 2006. 6. 22. 09:18

어제는 성남의 한 자전거대리점에서 자전거를 수리했습니다. 자전거를 만지작만지작하며

수리하는 아저씨를 보며 작년 가을 서울 인사동에서 철사로 자전거를 만드는 아저씨가

순간 떠올랐습니다.

 

 

그때 당시 골목 한켠에 사람들이 모여 뭔가를 신기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대단한 구경거리가 있나 싶어 가보았습니다.

체구가 좀 작은 한 아저씨가 색깔이 있는 철사로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습니다. 펜치로 철사를 잡아 구부리거나 끊기도 하고 라이터로 철사를 달궈 쉽게 구부리기도 합니다. 아저씨가 만드는 작품은 사람, 헬리콥터, 자전거, 별 등 마음만 먹으면 아무거나 뚝딱 만듭니다.

모여든 사람들은 물건을 살 생각은 안하고 현란한 손놀림에 금방금방 탄생하는 철사 작품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은 아예 넋을 잃고 쳐다봅니다. 아저씨는 이러한 시선을 의식했는지 손님들이 가격이나 철사 작품에 대해 물을 때 얼굴이 발갛게 변합니다. 저도 몇 가지 물어봤습니다

 

 

<철사로 만든 자전거, 정말 멋져 보입니다>

 

 

"하루에 몇 개나 만드세요?"
"약 30개 정도 만듭니다. 간단한 거 복잡한 거 다 합쳐서요."

"처음에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나요?"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았어요. 3개월 정도 만지작만지작 하니까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이 일 하신지 얼마나 됐어요?"
"15년 됐습니다. 주말에만 나와요."

"가격은 얼마나 해요?"
"조그만 건 5천원도 하고 헬리콥터처럼 복잡한건 2만원까지 해요."

"이 일로 생활하실 수 있나요?"
"하하하. 이건 부업입니다. 진짜 직업은 중장비 운전이에요."

그 육중한 중장비를 움직이는 손으로 이렇게 작고 가볍고 세밀한 철사 작품을 만들다니, 믿기 어려웠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이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30분 넘게 아저씨를 지켜보았습니다. 몇 차례에 걸쳐 구경꾼들이 다녀갔지만 철사로 만든 작품을 사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저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지런히 그리고 끊임없이 작품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단지 행인들에게 철사로 물건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 자리에 나온 것 같았습니다. 만드는 작업에만 매우 열중했기 때문에….

제가 볼 땐 아저씨의 수고나 노력에 비하면 작품 값이 그리 비싼 것도 아닌데 손님들이 왜 사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마 몇 개의 철사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너무 가볍고 뭔가 텅 빈 듯한 느낌 때문에 선뜻 구입하기 '좀 아깝다'라고 손님들의 심리를 나름대로 파악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아저씨의 모습은 좋아보였습니다. 돈 보다는 그냥 취미로, 여러 사람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언제든지 주말에 오면 아저씨는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은 철사작품을 만들고 있겠지요?


 

 

<저 여린 손으로 중장비를 하신다니...믿기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