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현장>지하철 휴대용 비상조명등, 작동 잘 되나?

그루터기 나무 2006. 6. 20. 20:43

 

 

<지하철 내 비상 조명등>

 

 

얼마전 지하철서 내려 우연히 눈에 띈 휴대용 비상 조명등. 어떻게 생겼을까 구체적으로 보고 싶어 살짝 만졌더니, “띠오옹, 삐리삐리~~” 경고음이 울렸다. 도난방지 장치가 돼 있었다. 급한 마음에 사진 한 장 얼른 찍고 나왔다. 역내 몰래카메라가 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고음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 일이 있은 후로 비상 조명등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졌다. 6호선 합정역 환승하느라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비상 조명등을 자세히 살펴봤다. 제조월일 : 2005년 3월. 벌써 1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생겼다. 이 상태로 1년, 2년, 3년 ..... 이렇게 지나서 만에 하나(그래선 안되겠지만)역내에서 비상사태가 일어난다면, 이 비상조명등이 잘 작동할까?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배터리가 자연 소모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따지고 보면 사실 우리나라 ‘전시행정’이 무척 많지 않은가? 너무 오래돼 안전핀이 녹슬어 있는 소화기, 또 너무 오래돼 불이 나도 작동되지 않는 천정의 스프링클러 등등..


이 비상조명등도 걱정된다. 몇 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살피고 배터리가 방전됐는지 확인해 힘이 넘치는 것으로 교체할까? 아님, 먼지가 수북이 쌓일 때까지 그냥 놔둘까? 비상사태가 안 일어난다고 전제하고 언제까지나 비상용이 아닌 전시용으로? 그런데 직원이 이 조명등 상태를 확인하는 일도 쉽지 않겠다. 손만 대면 “띠오옹, 삐리삐리” 자동으로 울어버리니....


대략 세어 보니 한 역에 3개씩 곱하기 10~15개=꽤 많다. 그런데 이상한건 6호선 지하철 상수역에 내려 곳곳에 비치돼 있는 비상조명등을 살펴보니 두 군데서 한 개씩 비어있었다. 승객이 몰래 가져갔는지, 지하철 직원이 필요해서 쓰고 있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다른 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오늘도 내가 너무 민감해서 생각하고 반응한걸까?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게 맞았나? 내가 걱정, 고민안해도 지하철 직원들이 알아서 잘 관리하고 배터리 갈아 끼우고....할 텐데. 조명등에 대한 나의 생각, 잘 한건지 괜 한건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번 자세히 취재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