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미망인'은 좋은 뜻이 아닙니다.

그루터기 나무 2006. 6. 18. 11:31
 

▲ 무심코 쓰는 잘못된 언어, 정말 많습니다.

 

 

 

 

토요일인 어제(17일) 한 텔레비젼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애국가를 만든 고 안익태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스페인에 그를 기리는 조각상을

세웠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손학규 경기도 지사 얼굴도 보이더군요.

 

그런데 놀란건 고 안익태 선생의 아내를 가리켜 '미망인' 로리타 안 이라고 방송에서

하는 것입니다.

 

그 방송이 '미망인'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건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지난 어린이날 행사에서도 에어쇼를 하다 관중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산화한 공군 김도현 소령이 우리 기억속에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숭고한 희생정신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며 늦었지만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남겨진 두 아들과 그의 아내는 이제 아빠 없는 슬픔 속에서 살아야 갑니다.

유족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질 듯 합니다.

 

그런데 산화한 김도현 소령 소식 보도와 관련해 텔레비젼, 라디오, 인터넷, 종이신문 등의

매체에 적찮게 실망했습니다.

 

고 김도현 소령의 아내를 두고 '미망인' 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동아 새국어사전 풀이에 따르면 미망인은<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으로-남편이 죽고 홀몸이 된 여자를 이르는 말로 즉 과부>를 뜻하는 것입니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써 남편을 따라 죽는 풍습에서 비롯된 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시점에서는 별로 좋은 말이 못됩니다.

 

그런데도 일부, 아니 많은 언론에서는 유가족을 언급하면서 남겨진 아내를 가리켜 '미망인'이라고 씁니다. 이번 고 김도현 소령 산화 뿐만 아니라 일련의 사건이 벌어질때마다 '미망인'을 언급합니다. 그렇다면 언론에서는 왜 '미망인'이라고 표현할까요?

 

남겨진 아내, 부인을 폄훼하기 위해서 그런건 절대 아닐것입니다. 단지 '미망인'이라는 유래와 뜻을 정확히 모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미망인'이라는 어휘가 홀로 된 아내를 '고품격'으로 이르는 말로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너무 심한 비약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자꾸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고, 그냥 대충 넘어가지 뭐 그리 따지냐고 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분들이야 그냥 넘어가겠지만 알고 있는 분들은 이러한 언어의 잘못 쓰임에 가슴 아프고 한탄스러워 할 일입니다.

 

제 나라의 글 뜻을 제 나라 사람이 정확히 모르고 엉뚱하게, 그것도 남들 다 그렇게 쓴다고해서 잘못된 말인지도 모르고 그냥 사용한다는 것은 정말 슬픈일입니다. 게다가 언론 매체 등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뜻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은 정말 있을수도,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미망인의 뜻을 정확히 알고 '고 000의 아내, 혹은 부인' 이렇게 사용하면 좋을 듯 싶습니다.

 

또한 맨몸으로 강도를 때려잡은 영웅 같은 사람을 가리켜 '장본인'이라 하고 국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대학교수가 대한민국을 가리켜 '저희나라'라고 일컫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네요..

 

시간되시는 분은 포털의 뉴스 검색에 '장본인'을 한번 쳐보세요.

그리고 국어사전에서 '장본인'도 한번 찾아보시구요.

 

 

요즘처럼 그야말로 '장본인'이 많은 상황에서는 국어사전 한번 찾아보고 기사를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