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월드컵 주의보'에서 '월드컵 경보'로 강화

그루터기 나무 2006. 6. 7. 18:34

 

<한강 다리위에도 월드컵을 홍보하는 방송사 글귀를 여러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월드컵 열풍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땅굴 깊게 파고 그 안에 들어가 귀와 눈을 막고 있지 않은 한 그 열풍을 피할 길이 없는 것 같다. 마치 ‘4·8 황사대란’ 때처럼 전국에 황사주의보 혹은 황사경보가 내려진 듯한 느낌이다. 일부에서는 16강 탈락시 ‘월드컵 공황’상태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불어 닥치고 있는 월드컵 열풍을 '월드컵 주의보'라는 제목의 참여시(목적시) 형태로 표현해봤다.

월드컵 주의보


광화문 붉은 악마의 함성에 하얀 빛깔* 이순신 장군의 귀가 먹었다. 명량, 노량해전 수군의 함성보다 더한 붉은 함성이 장군을 동상처럼 얼게 만들었다. 붉은 함성은 청계천을 적시고 한강을 따라 서해까지 붉게 물들였다. 어젯밤 광화문을 중심으로 월드컵주의보가 내렸다. 내일은 월드컵 경보로 한 단계 강화돼 전국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오는 6월 13일 대한민국을 강타하면서 최고의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월드컵에 한번 걸리면 동상처럼 얼어 그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다. 달리 대비책도 없다. 힘깨나 쓴다는 한국 문화 서울 브로드캐스팅도 속수무책이다. 오히려 무시한 월드컵을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 절대군주나 유일신처럼. 마치 개구리 왕눈이에서 무지개 연못의 군주나 다름없는 메기를 받들며 사는 연못의 개구리를 보는 듯 하다. 녀석의 파워가 얼마나 센지 아직 강타한 것도 아닌데 전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피랍된 동원호 선원들의 삶의 외침을 삼키고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두 학생의 애절한 혼을 삼키고
2억 만리 이라크에서 울린 새파란 젊은이의 절규를 삼키고
서해교전 젊은 해군들이 육체와 맞바꾼 포성을 삼키고
시각장애인 마포대교 위 생존의 목소리를 삼키고
한국전쟁 용사들의 구슬픈 넋을 삼키고

월드컵에 휘말려 간 목숨들의 외침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다. 마치 10톤 무게의 고래 뱃속에 들어간 1센티 크기 새우 몇 마리의 애절한 몸부림처럼. 사람들은 이 목숨들의 외침을 집어삼킨 월드컵을 붉은고래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 무시무시한 붉은 고래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저항하지 못했다. 저항의 목소리마저 삼켜버리는 붉은 고래의 위력에 사람들은 속으로만 그를 경계했다. 또 언젠가 붉은 고래가 지쳐 힘을 쓰지 못하면 일부 사람들은 고래의 살을 파먹거나 사체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걸어두는 음흉한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이러는 사이 집채만 하던 붉은 고래의 덩치는 대한민국을 통째로 삼켜버릴 만큼 커져 갔다. 예외 없이 붉은 고래의 지배를 받는…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붉은 고래를 향해 하나 둘 저항하기 시작했다.

 

 

 

* 하얀빛깔은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해 왜적과 싸우는 것을 상징한 것입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송고한 글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