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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아이 착한아이 투표-도덕 교육의 문제점

그루터기 나무 2007. 11. 15. 10:51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도덕 시간에 담임교사가 <나쁜아이, 착한아이>를 투표로 뽑아 그 명단을 공개한 사건이 발생했다. 나쁜아이로 뽑힌 아이는 그 명단이 공개되자 심한 수치심과 충격으로 닷새째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14일 아침 뉴스를 통해서도 보도됐다.


이번 사건에 대해 담임교사는 “그렇게 하면 나쁜아이로 선정된 아이가 바른아이로 인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나쁜 아이 명단을 발표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 들은 내용이다.


우선 교사는 뭔가 잘못 생각했다. 아이가 받을 상처나 수치심보다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바르게 인도될것이라는 생각을 왜 먼저 하게됐을까?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바이다. 이런 경우 나쁜 아이로 선정된 아이를 따로 불러 교사가 야단을 치기보다 먼저 사랑과 믿음으로 감싸며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하는 것이 순서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초등학생들을 상대하고 있다. 네다섯명씩 모둠을 지어 수업을 하는데 간혹 나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한 학생을 지목에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친구가 기분나빠하고 삐치는 경우도 있었다. 수업태도가 바르지 않아 지적을 한것인데 요즘 초등학생들은 이에 대해 민감한 것 같다.


다시 <나쁜 아이 좋은 아이 투표>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우리는 먼저 ‘그 사건’이 초등학교 <도덕>과목 시간에 일어난 사건임을 주목해야한다. 아무래도 해당교사 즉 담임교사는 도덕적인 학생으로 만들려는 의도에서 그런 일을 벌인 것 같다.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씻지 못할 상처와 얼룩으로 남게 되었다.


나는 여기서 <도덕>과목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성 세대도 그렇지만 우리가 도덕 시간에 배운 것은 무엇인가? 도덕적 인간이 되기 위해 우리는 학교에서 도덕과목을 배운다. 그런데 도덕의 뜻은 무엇일까? 도덕의 사전적 의미로는 “인간이 지켜야할 마땅한 도리”를 뜻한다.


그런데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도덕 내용은 어떠한가? 기성세대들도 이 대목을 주의깊게 생각해보자. 도덕의 기본이 되는 것은 예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도덕 교과서에서는 학생이 선생님에게 지켜야할 도리, 예절, 자녀가 부모님에게 지켜야 할 도리나 예절 등을 가르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도덕교과서에서는 아랫사람이 윗 사람에게 지켜야할 도리나 예절은 강조하지만 윗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지켜야 할 도리나 예절은 가르치지 않는다. 도덕의 의미가 “인간이 지켜야할 마땅한 도리”인데 그렇다면 윗 사람은 아랫사람에게 도리나 예절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인가? ‘윗 사람’은 도덕에서 정의하는 것처럼 ‘인간’이 아니라는 말인가?


이렇게 따지고 보면 도덕은 상하수직 관계로 아랫사람이 윗 사람에게 지켜야 할 도리나 예절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 그래야만 하는걸까? 윗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지켜야 할 도리나 예절에 관한 것을 교육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윗사람에게 은근히 강요당했던 도리나 예절을 그 다음세대에 그대로 전해주는 게 아닐까?


<나쁜아이 좋은아이 투표>건을 계기로 초등학교 도덕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해보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도덕 교육에 문제점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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