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가는 현장

20년된 소화기 문화재에 비치돼

그루터기 나무 2007. 10. 27. 11:53
 

아래 첫 번째 사진은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중앙공원 내 위치해 있는 경기도 문화재 자료 제 78호인 ‘전통가옥’이다. 조선후기에 건립된 살림집으로 원래 안쪽에 70호 가량 모여 마을을 이루고 살았지만 분당 신도시 건설로 철거되고 사진속의 집만 남았다. 여하튼 중요한 건 경기도 문화재 제 78호 라는 점이다.


26일(금) 이 전통가옥을 둘러보았다. 나 어릴때 살던 분위기와 비슷해 정감을 느끼며 둘러보던 중 3.3kg짜리 간이 소화기가 보였다. 그런데 상태가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먼지와 습기와 기타 오염물질로 찌들어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작동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혹시나해서 소화기 정보가 들어있는 표시부분을 살펴봤다. 앗! 그런게 이게 무슨 일인가? 제조일조가 1988년 아닌가? 20년이 다 된 소화기가 비치돼 있던 것이다. 나머지 소화기들도 차례대로 둘러봤다. 모두 6개의 소화기중 3개는 1994년 생산이었고, 1는 1988년, 2개는 표식이 지워져 알 수 없었다. 표식 지워진 것도 눈짐작으로 보아 1988년도 생산한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닳고 닳은 표식이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소화기의 수명은 정상적인 조건에서 유지관리했을 때 5년, 그리고 5년이 경과하면 매 2년마다 소방 설비 공사업체로부터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아무런 보호장구 없이 습기, 먼지, 오염물질에 노출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그것도 최고 20년이나 지난 소화기들이 과연 유지관리가 됐나 하는 것이며 작동은 가능한 것일까? 점검기록을 보니 최근 2년 전 즉 2005년에 검사를 받은 제품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5년 수명인 제품을 20년 동안 유지관리(?)하면서 검사를 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한마디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화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 특히 이러한 전통가옥은 목조건물에다 지붕은 짚으로 엮여 있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될 수 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 긴급하고 긴요하게 쓰일 수 있는 물건이 소화기인데 13년에서 최고 20년 된 소화기가 온갖 오염물질에 노출돼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황당한 일이기도 하다.


일전에도 ‘불량 소화기’, ‘불 못끄는 소화기’ 해서 해당제품을 만든 업체와 소방방재청 등이 애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뉴스로 보도되고 나면 공원 관리 사무소측은 관할 구역의 소화기들을 점검하고 바로 살펴봐야하는게 아닌가? 왜 이렇게 무감각 한 것일까?


불이 일어나지 않을것이라는 확신한 믿음 때문에 제대로 된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예산이 없어 그런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안일한 생각 때문에 손을 안쓰고 있는 것일까? 지금으로써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며칠 후에 다시 한번 전통 가옥을 찾아 소화기 상태를 살펴봐야겠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걸로 갖다놓고 ‘정상적인 조건’에서 유지관리하고 있는지...

 

성남 분당 수내동 중앙공원에 위치한 지역 문화재 78호 전통가옥

 

 소화기 상태가 어느정도 인가 살펴봤더니..

 

먼지와 습기와 오염물질이 찌들어, 사용가능할지 의문이다. 

 

허걱, 제조일자가 1988년이면 20년...  

 

수명이 5년이라고 나와 있다. 

 

94년 생산한 것도 별반 차이 없음. 

 

2년마다 점검하면 뭐하나? 오래된 소화기인데...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소화기. 

 

낡은 표시가 세월의 깊이를 말해주고 있다. 


 

지난해 지하철에서 촬영한 관리 잘 되고 있는 소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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