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가는 현장

무분별한 카드 발급 현장

그루터기 나무 2007. 10. 21. 12:31
 

10월 20일 토요일, 오후, <2007 한국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성남 서울공항으로 들어가는 길은 복잡했다. 한마디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특히 에어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그런데 행사장 입구부터 손님들을 반기는 이들이 보였다. 한손에 전단지를 들고 카드를 만들라고 권유하는 아주머니들이다. 대목을 만난 것처럼 아주머니들은 열심히 카드 권유를 외쳤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드디어 행사장에 도착했다. 전면에 <만남의 광장>이라고 돼 있는 천막이 쳐진 곳에서 확성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확성기 내용은 이랬다.


“전시회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만남의 광장으로 오시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안내와 서비스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족들은 귀가 솔깃해 천막이 쳐진 만남의 광장으로 갔다. 그 확성기 소리를 들은 많은 사람들 역시 만남의 광장 천막으로 모여들었다. 천막 안 책상앞에 뭔가 있나 살펴보려는데 아주머니 두 분이 대뜸 우리가족을 맞았다. 그리고는 이 멘트를 시작했다.


“◯◯ 카드 있으신가요? ◯◯카드 만드시면 전시회에 무료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물었다.


“아니, 카드를 만들면 어떻게 무료 입장할 수 있다는 얘긴가요?”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네, 카드 만드시면 저희가 전시회 입장권을 사다가 고객님께 드려요. 2만원이니까 두 분이 각각 하나씩 만드세요. 그럼 입장 티켓 두장 갖다드릴게요.”

(나중에 판매소 가서 보니 19일까지는 입장료가 2만원이고, 20일부터는 9천원이었다. 그런데 왜 카드 아주머니는 2만원이라고 맞지 않는 말을 했을까?)


전시회 티켓을 경품으로 카드를 발급해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정말 필요해서 그런것인지 무료입장을 하기 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작성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선 전시회 무료입장을 위해 카드를 만들고 카드나오면 안쓰고 꺾어버려도 그만이니까...요즘엔 연회비 없는 카드도 많다하니, 경품만 받고 꺾어버리면 그만이니까...


신용카드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돌아서려다, 지금의 이 문제를 지적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자료사진으로 담기위해 천막이 쳐진 <만남의 광장>을 촬영하려고 했다. 그때 카드 아주머니 너대섯분이 막 달려오며 카메라를 막아섰다. 그리고는 이렇게 따졌다.


“아니, 누군데 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겁니까. 왜 초상권을 침해하고 그러십니까?”


나는 이렇게 응수했다.


“지금의 무분별한 카드 발급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이를 좀 지적하려고 합니다. 저는 기자도 아니고 그냥 인터넷 블로그 하는 사람입니다. 초상권 같은건 침해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들이 다급한 소리로 다시 막아섰다.


“우리도 돈 주고 여기 들어와서 정상 영업하는 것이고 실적 때문에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어요. 그래야 한 달 100만원 받을 수 있거든요.”


실적 때문에, 한 달에 100만원 받으려고 길거리에서 “카드 가입”을 외치는 저 아주머니들이 무슨 잘못이 있으랴?


신용카드회사들이 회원 확보 경쟁에 치중하면서 신용카드를 남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득 여부를 형식적으로만 확인하고 회원의 소득을 훨씬 초과하는 이용한도를 부여한다든지 하는 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한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부모의 동의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해 문제가 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로 인한 즉 무분별한 카드발급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과 사회적 문제는 또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필요에 의한, 계산된 카드 발급보다는 당장의 경품에 현혹되어 카드를 발급받는 행위나 이런 행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적 때문에, 할당량 때문에 무분별하게 발급을 권유해야 하는 카드회사와 힘없는 카드 발급 아주머니들.


뭔가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구름처럼 모여드는 관중들

 

 

만남의 광장은 곧 카드 만드는 곳이었다.

 

 

전시회와 카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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