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담벼락에 걸린 시계? 이유가 뭘까?

그루터기 나무 2007. 8. 20. 21:54

 

빌라 벽에 붙은 시계, 무슨 사연이 있을까?

 

영필이는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은행동 시장 쪽으로 가다가 주택가 밀집지역에서 특이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한 빌라의 바깥벽에 큼직한 시계가 걸려 있는 것이었다. 누가 그랬을까? 누군가가 장난으로 걸어놓은 것일까? 생각하며 무심코 지나치려는데 벽시계의 시간이 현재시간과 정확히 맞았다. 7시 10분. 그것은 살아 있는 시계였다.


좀더 가까이 가 살펴보니 시계의 테두리에는 여러 겹의 투명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웬만큼 비가 와서는 물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방수장치를 해 놓은 것이었다. 영필이는 이 시계 가 왜 이곳에 걸려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혹여 무슨 사연이라도 있을까 해서였다.


시계가 붙어 있는 곳 바로 옆에 마침 슈퍼마켓이 있었고 마침 그곳에 동네 아저씨 몇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필이는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저씨, 저 시계 누가 붙여 놓은 거예요?

하고 묻자 아저씨들은 일제히 손가락으로 슈퍼마켓 안을 가리키며

“여기 사장님이요." 라고 대답했다.


영필이가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입구 공중전화기 앞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역시 벽시계였다. 현재 시간이 정확히 맞는 살아있는 벽시계. 아무래도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그 안에는 세 개의 벽시계가 더 걸려 있었다. 그 중 하나는 건전지가 소모돼 멈춰 있었고 두 개는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결국 슈퍼마켓 주변에는 모두 다섯 개의 벽시계가 걸려 있었던 것이다.


슈퍼마켓 아저씨는 안에서 동네 어른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얼굴은 이미 취기가 올라 있었다. 영필이는 그 이유를 물었다.


"아저씨, 왜 이렇게 시계가 집 안팎에 많이 붙어있죠? 무슨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나요?"

"사연은 무슨… 지나가는 사람들 보라고 붙여놓은 거지. 허허."


요즘 세상에 시계 안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비록 시계는 아니더라도 웬만하면 휴대폰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영필이는 생각했다. 그러나 서민 주택이 밀집돼 있는 곳인 만큼 노인들이 자주 지나다니고 초등학생들도 이 앞으로 많이 다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서 시계를 걸어놓았던 것이다. 바늘이 큼직한 시계를 걸어놓은 이유도 바로 눈이 침침한 노인들을 위한 것이었다.


슈퍼마켓 주인아저씨와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는데 이야기를 나누던 동네 아저씨들이 영필에게 물었다.


“젊은이, 주변에 시계가 많은 까닭을 알아냈소?”


영필이는 흐뭇한 표정으로 아저씨들에게 대답했다.


“네, 진정으로 남들을 배려하시는 주인아저씨네요.”


그러자 한 아저씨가 영필이에게 되물었다.


“그런데 다른 말씀은 안하시던가요?”


“네, 학생들하고 어르신들 시간 보는데 불편하지 않게 일부러 바늘 큰 시계 달아놨다는 말씀밖에 안하시던데요.”


“허허, 젊은 양반. 사실은 이 시계에 얽힌 사연이 따로 있다오.”


한 달 전 이 동네에 사는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친구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모란 터미널을 가는 중에 이 슈퍼마켓 앞을 지나게 되었다. 친구는 몸이 무척 불편해 딸의 결혼식장에도 참석을 못하는 상황이었고 남편도 일찍 돌아가시고 없던 터라 절친한 친구인 이 아주머니가 어머니 자리에 앉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고 나왔을 텐데 그날은 한복을 입고 급하게 나오던 참에 휴대폰을 챙기지 못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이 슈퍼마켓 아저씨에게 시간을 물어봤는데 아저씨는 자신이 차고 있던 시계를 보고 시간을 알려줬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시계가 30분이나 늦게 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아저씨가 알려준 시간만 믿고 여유 있게 결혼식장으로 향했던 아주머니는 식이 끝나고 기념 촬영할 때 식장에 도착하게 됐다. 부모님의 자리가 비어있는 친구 딸의 결혼식. 아주머니는 너무나 속이 상하고 안타까워 눈물을 흘렸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슈퍼마켓 주인아저씨는 그 다음날 가게 주변 이곳저곳에 큼직한 벽시계를 몇 개 걸어 놓은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담벼락에 시계를 걸어놓은 슈퍼마켓 아저씨를 취재

 

한 후 취재 후일담을 동화 형식으로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