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뉴스

애완견 되찾아 온 사연

그루터기 나무 2007. 8. 15. 23:11
 

 

 

 

“깜둥아, 이제 시골에서 마음껏 뛰어 놀며 살 수 있을 거야.”


승태는 애완견인 깜둥이를 번쩍 들어올리며 깜둥이의 입에 뽀뽀를 했다. 승태의 아내도 깜둥이가 귀여웠는지 품에서 떼어놓을 줄을 몰랐다.


“와,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는 처음 봐. 새카만 털이 내 머리카락하고 똑같네. 히히.”


승태 부부가 애완견을 가까이서 만져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이 깜둥이를 키워달라며 승태 처갓집에 주었는데 처갓집 역시 개를 기를 형편이 안 돼 승태 부부는 이번 추석 때 시골에 살고 계시는 승태 부모님께 데리다 주기로 했다.


깜둥이는 벌써 이틀째 승태네 빌라 계단에서 지내고 있었다. 날이 밝으면 아침 일찍 승용차를 타고 시골로 내려갈 참이었다. 이틀 동안 함께 한 시간이었지만 승태 부부는 깜둥이와 꽤 정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승태 부부는 깜둥이를 라면박스에 넣은 다음 승용차 뒷자리에 놓았다. 그러나 깜둥이는 박스를 박차고 나와 운전하고 있는 승태의 무릎에 떡 하니 앉는 것이었다. 두 번 세 번 제자리에 갖다 놓아도 헛수고였다.


“그 녀석 참, 내가 그렇게 좋은가. 그래 좋아. 대신 운전하는데 방해하면 안 돼.”


승태는 점잖게 깜둥이를 타일렀다. 깜둥이는 승태 말을 알아들었는지 말썽을 부리지 않고 잠자코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도 깜둥이는 아내가 타고 있는 옆자리에 옮겨가 아내의 무릎에 턱을 괴고 앉는가 하면 창문에 앞발을 올려 몸을 세우고는 얼굴을 빠끔히 내밀어 창밖 풍경도 구경하는 것이었다.


“여보, 깜둥이, 전 주인이 차에 태우고 많이 다녔나봐.”

“맞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달리는 차안에서 두발로 서서 어떻게 창밖을 내다볼 수 있어?”

 


애완견을 처음 접해보는 승태 부부는 깜둥이의 재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애완견을 식구처럼 아끼고 사랑하는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휴게소에 들렀을 때 어떻게 알았는지 깜둥이가 먼저 차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 저만치 떨어진 풀숲에 가 쉬를 하고는 쏜살같이 달려왔다. 녀석은 화장실까지 따라와서 일을 보고 있는 승태의 바지자락을 물어뜯으며 재롱을 부렸다.


“야야, 깜둥아 얌전히 있어. 너 혼난다.”


승태는 깜둥이를 뿌리치는 척 다리를 살짝 흔들었지만 사실 이런 깜둥이가 자랑스러웠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던 사람들이 신기한 듯 깜둥이를 쳐다보았다. 사람들과 깜둥이를 번갈아 보면서 승태는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이었다.


시골에 도착한 깜둥이는 외양간 앞에 있는 흰둥이 옆에서 지내게 되었다. 승태는 시골에서 깜둥이가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늘 논밭에 계신 부모님이 깜둥이를 돌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부모님을 따라 밭에서 돌아다니게 할 수도 없었다. 밭을 망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흰둥이 옆에 매어둔 것이었다.


“깜둥아, 그래도 답답한 서울보다 공기 맑은 시골에서 사는 게 더 좋을 거야.”


추석 연휴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날 깜둥이는 눈물을 흘렸다. 승태의 차에 오르고 싶어 펄쩍 뛰었지만 도리가 없었다. 승태 부부도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이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차안에서 아내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승태에게 물었다.


“여보, 깜둥이 잘 살까요? 아까 보니까 송아지 사료밖에 없던데. 아버님이 따로 개 사료를 주진 않을실 것 같아요.”

“너무 걱정하지마. 잘 적응할거야. 난 깜둥이를 믿어.”


승태 부부의 눈앞에 깜둥이가 아른거렸다. 발밑에서 녀석이 ‘멍멍’ 하며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내려올 때 그랬던 것처럼 막히는 귀경길에도 깜둥이만 있었으면 즐겁게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승태부부는 시골에 두고온 깜둥이 얘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아무리 아픈 이별의 슬픔도 시간이 해결해주는 듯 했다. 바쁜 일상에 �기다보니 깜둥이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약간 누그러졌다. 일주일 후 승태는 시골에 전화를 걸었다. 깜둥이가 많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저 승태예요. 저녁 드셨어요?”

“응,”

“그런데 깜둥이 잘 있어요?”

“그래, 그런데 그 조그만 개가 웬 밥을 그리 많이 먹냐? 송아지 사료 못 당하겠다.”

“...”


승태는 너무나 급한 나머지 아버지가 식사하셨는지 여쭌 다음에 어머니 대신 깜둥이 안부를 물었던 것이다. 그만큼 승태의 마음속에 깜둥이가 깊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깜둥이가 부모님한테 사랑을 못 받고 있는 것 같아 속상했다. 애완견에 대한 깊은 정이 없었던 부모님은 깜둥이에게 송아지 사료를 먹이면서 사료값을 걱정했던 것이다.

 


한편 시골에 계신 승태 부모님은 깜둥이 때문에 나름대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옆 동네 사는 군호 엄마가 깜둥이를 사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영감, 저 깜둥이 어쩌죠? 군호네서 30만원 준다는데? 팔어?”

“뭐? 30만원? 무슨 개가 그리 비싸댜?”


순간 승태 아버지의 귀가 솔깃해졌다. 덩치 큰 개도 10만원 정도인데 저 작은 개를 30만원이나 쳐준다니 그럴 만도 했다. 게다가 흰둥이가 있었기 때문에 깜둥이는 굳이 있을 필요 없다고 승태 부모님은 생각했다.


“그런데 임자, 승태가 깜둥이 절대 팔지 말라고 했는데...”

“그러게요. 추석 때 보니까 이 개하고 꽤 정이 든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나 승태 부모님은 깜둥이를 옆동네 군호네 집에 팔았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탓에 소 사료 값이라도 보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잔뜩 실망할 승태의 얼굴이 떠오르긴 했지만 승태 부모님께 있어서는 지금의 생활, 그 현실이 중요했다.


다음 날 깜둥이가 팔려갔다는 비보를 들은 승태 부부는 적잖이 실망했다. 부모님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깜둥이와 너무 많이 정이 들었던 터라 속이 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승태 부부는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5개월 후 어머니 생신 때 승호 부부는 시골에 내려왔다. 집에 가려면 군호네 집 앞을 지나가야 했다. 승태 부부는 혹시 군호네 집 앞에서 깜둥이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그 앞에서 차를 잠깐 세웠다. 아니나 다를까, 깜둥이가 5개월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군호네 앞마당에서 풀짝풀짝 뛰어노는 것이었다.


승태부부는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차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깜둥이가 달려왔다. 5개월이 지났는데도 깜둥이는 승태부부를 잊지 않았는지 꼬리치며 난리법썩을 떨었다. 그리고문이 열려 있는 차에 훌쩍 올라타고는 아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 웅크리고 앉았다. 5개월 전 이 차를 타고 시골에 왔던 일을 기억하는 것 같았다.


승태부부는 깜둥이를 떼어놓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깜둥이는 계속 뒤따라 왔다. 깜둥이 모습이 까만 점이 될 만큼 멀어져서야 승태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고는 눈물을 닦았다. 깜둥이를 다시 데려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잠시나마 행복한 상상을 했다.


잠시 후 승태의 행복한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집에 도착한지 20분정도 지났을까. 방에 있다 외양간을 둘러보러 마당에 나온 승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군호네집에 있어야 할 깜둥이가 승태의 차 문을 박박 긁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호네와 승태네집은 2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알고 따라온 것인지 승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승태는 깜둥이의 눈을 가린 채 다시 군호네 집에 갖다 놓았다. 그러나 깜둥이는 쏜살같이 승태의 뒤를 따라왔다. 이번에는 군호네 식구들한테 목사리로 묶어두라고 일렀지만 깜둥이는 목사리의 가죽 끈을 물어뜯어 줄을 끊은 후 너털너털 줄을 매달고 다시 승태네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승태는 깜둥이를 다시 데리고 오기로 결정했다. 군호네 집으로 건너간 승태는 그동안의 사정이야기를 하고 어머니 생신 선물로 준비한 현금 30만원을 주고 깜둥이를 데려왔다. 그리고 다음날은 깜둥이가 넉 달 동안 먹을 수 있는 25kg 개 사료 두 포대를 사다놓았다.




 

 

 

 

위 글은 제가 경험한 것을 사실적인 동화로 다시 쓴 것입니다.

사진속의 애완견이 바로 동화속의 애완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