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뉴스

앵무새 아저씨, 감동 사연

그루터기 나무 2007. 8. 15. 12:21
 

진규 부부는 3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 동네 공원에 놀러갔다. 파릇한 새싹이 돋을 때여서 진규 부부는 그 정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공원 입구에서 이들 부부는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앵무새 여러 마리가 나뭇가지를 입으로 붙잡고 위에까지 올라가는 것이었다.


“우와, 정말 신기하다. 앵무새들은 손대신 입으로 가지를 잡고 올라가네?”


진규가 먼저 신기한 듯 나무 위의 앵무새를 가리키며 말했다.


“와, 정말, 이런 희한한 모습은 처음 보네.”


아내도 맞장구를 쳤다. 앵무새를 한참동안 바라보던 진규는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그 모습을 찍기 시작했다. 잘 찍으면 사진대회에 응모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진규가 사진을 찍는 동안 아내는 지쳐 있었다. 적당히 찍고 말 것이지 벌써 한 시간째 앵무새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보, 이제 앵무새는 그만 찍고 저좀 찍어주세요.”

“가만 있어봐. 지금 당신 사진 찍어 주는 게 문제가 아냐.”


작품 사진에 욕심이 난 진규는, 아내는 안중에도 없었다. 나무 위에서 앵무새가 신기한 동작을 할 때마다 숨죽이고 있던 진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


그때 앵무새 주인으로 보이는 듯한 아저씨가 진규의 모습을 보고 말을 건넸다.


“뉘신데 앵무새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어요?”

“네, 사진찍는 게 취미인데요. 나무 위 앵무새 모습이 그림 같네요. 여러 장 찍어서 그중 잘 나온 걸로 사진대회에 한번 올려보려고요.”

“네? 사진대회에요?”

“헤헤, 누가 알아요? 사진 대회에서 1등 하면 텔레비전에 나올지도...”


앵무새 주인아저씨는 사진대회에 올린다는 말과 텔레비전에 나올지도 모른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래서 아저씨는 장대를 이용해 나무 위에 있는 앵무새를 건드려서 더 멋진 포즈를 취하게 만들었다. 그럴수록 진규의 움직임은 더 바빠졌다. 진규는 문득 아저씨와 앵무새가 동시에 궁금해졌다.


“아저씨, 처음에 어떻게 해서 앵무새를 기르게 됐나요?”

“네, 얘들이 강아지를 좋아했는데, 집안에서 키울 여건이 안돼서 앵무새로 바꿨어요.”

“네. 그랬군요.”

“얘들 엄마가 죽고 나서 얘들이 앵무새한테 정을 많이 느끼는 거 같아요.”

“...”


순간 진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괜히 아저씨의 아픔을 건드린 것 같아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아저씨에게 무안한 마음도 있고, 날도 저물어 가는 참이라 들어가기 위해 카메라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때 앵무새 아저씨가 또 말을 걸었다.


“이 동네 사는 부부 같은데, 참 보기 좋네요. 이 앵무새 사람 말 잘 따라하는데 한번 들어볼래요?”


진규 부부는 앵무새 목소리를 한번 듣고 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저씨의 목소리를 내도 앵무새는 눈만 멀뚱멀뚱 할 뿐이었다.


“야, 왜 안 따라해? 자, 아빠! 엄마!. 집에서는 잘 하잖아. 오늘 따라 더 안하네.”


아저씨는 진규 부부를 보기가 민망했는지 계속해서 앵무새와 씨름을 했다. 이렇게 30분이 지나자 날은 어두워지고 쌀쌀해졌다. 진규 보다는 아내의 속이 더 탔다. 자신은 사진 한 장도 못 찍고 남편이 앵무새 사진 찍는데 오후 내내 구경만 했기 때문이었다.


“저어, 아저씨 다음에 구경할게요. 오늘은 틀린 거 같네요. 너무 늦기도 하고...”

“이상하다. 집에서는 잘 하는데 밖에 나오면 왜 안하지?”

“다음에 기회 있으면 그때 구경할게요.”

“네, 잠깐만요.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 잠깐 들러서 앵무새 소리 한번 들어볼래요?”


그러나 진규 부부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아저씨가 나쁜 분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오늘 처음 만난 아저씨 집에 간다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의 진규는 이미 아저씨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아저씨의 집은 그리 넓지 않았다. 진규 부부는 비좁은 방에서 아저씨와 함께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아 앵무새 노래를 들었다. 이러는 사이에 아이들은 콜라를 따라 진규 부부 앞에 내놓았다.


“이거 드세요.”


초등학교 1, 2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콜라가 담긴 컵 두 개를 내려놓고 부끄러운 듯 저만치 가버렸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순간 진규 부부는 이런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집에 손님도 찾아오지 않아 아이들이 무척 외로웠고 또 엄마의 따뜻한 손길이 절실했다는 것을. 아내는 진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얘, 이리와봐, 너 이름이 뭐니. 몇 살이야?”

“수진이에요. 최수진. 아홉 살인데요.”

“이리와, 화장실로 들어가자. 아줌마가 씻어줄게.”


진규 아내는 두 아이들을 씻긴 후 얼굴에 화장품을 발라 주었다. 아내의 품에 안겨 화장품을 바르는 아이들의 얼굴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에구, 나는 한번도 애들 얼굴에 뭐 발라준 적이 없는데...”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진규 아내를 보며 아저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진규의 마음도 뭉클해졌다. 아저씨 집에 들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행복해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마음이 뿌듯했다. 한편 마음속으로나마 아저씨 집에 오는 걸 내키지 않아 했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집에 돌아와서도 진규와 아내는 아저씨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특히 진규보다는 아내가 아저씨 집안 형편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밥이라도 해놓고 올걸. 아니, 설거지라도 해주고 올걸. 부엌에 한 가득이던데...”


바로 그때 진규의 휴대전화벨이 울렸다. 앵무새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아내가 얘들 엄마처럼 잘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거듭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낮에 공원에서 만났을 때 혹시나 해서 명함을 한 장 드렸는데 잊지 않고 전화를 하셨던 것이다.


그날 저녁 진규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앵무새 사진과 함께 그날 있었던 일을 글로 써 올렸다. 그리고 나서 한 달 후 진규와 아내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저녁을 먹다가 깜짝 놀랐다. 그 앵무새 아저씨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앵무새와 함께 생활하는 아저씨의 진솔한 모습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다. 앵무새 아저씨의 마지막 멘트는 바로 이것이었다.


“한 달 전 저희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시고 이렇게 텔레비전에까지 나올 수 있게 해주신 젊은 부부께 감사드립니다.”




 

 

 

 

 

위 이야기는 앵무새 아저씨 취재 후 감동스러운 후일담을 동화형식으로 쓴 것입니다.

여기서 진규 부부는 실제 저희 부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