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아내의 학력은 고졸, 아내의 걱정거리...그러나

그루터기 나무 2007. 7. 27. 22:17

 

 

아내의 학력은 고졸이지만 살림은 박사급이다. ⓒ 윤태

 

아내는 이제 막 두 돌 지난 아들 교육문제에 대해 벌써부터 걱정이다. 또래에 비해 제법 말을 잘 하는 편인 아들 새롬이에 교육 문제에 대해 아내는 걱정한다.


“수학을 누가 가르치지?”

“영어는 당신이 가르치면 되겠네?”


내가 영어영문과 출신이다 보니 영어는 문제없겠다 아내는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수학은 누가 가르치냐고 아내는 내게 묻는다. 나도 수학은 자신 없기 때문이다.


“수학 학원 보내지 뭐!”


나는 이렇게 응수한다. 그러면서 뭐 하러 벌써부터 그런 걱정을 하냐고 아내에게 핀잔을 주기도 한다. 아내가 너무 급한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느긋한 걸까? 여하튼...


종종 사무실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사모님은 무슨 과 나오셨어요?”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정보산업고등학교 나와서 특별한 학과가 없는데요.”


아내의 학과를 물었던 사무실 그 직원은 말실수를 했다 싶은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말실수 한 것 없고, 나도, 아내도 부끄러울 일도 아니다.


그렇다. 아내는 쉬운 말로 상업고등학교 즉 상고를 졸업했다. 아내의 말로는 공부하는 데 별로 취미도 없었고 가정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란다. 아내가 아들의 교육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어니 수학이니 아내는 전혀 ‘취미 없고’ 그런 과목들은 지금도 두려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내의 걱정이 이해 안되는 바 아니다. 요즘 엄마들보면 자신의 자녀들 영어, 수학 지도는 물론 아파트 아이들 모둠 모아놓고 영어나 수학 등 과외를 하는 엄마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이 아파트 단지 내 가정을 방문하며 토론식 독서 논술 지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정들은 속속들이 알고 있다.


이런 엄마들을 보면서 아내의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공부하기 싫어 대학 포기하고 상고 졸업해 일찌감치 직장생활을 해 온 아내. 어찌 보면 아들 교육에 대한 아내의 고민은 스스로 만든 것일 수도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지는 않더라도 대학이라도 나와서 초등생 아이 몇 과목 가르치는데 문제없이 할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아이 교육 얘기는 여기서 접겠다. 종종 아내의 ‘학력’이 아닌 ‘학과’를 묻는 사람들이 있지만 난 창피하거나 기죽지 않는다. 착하고 성실하고 알뜰하며 어른들께 잘하고 가족을 배려할 줄 아는 그런 아내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여느 여자 같았으면 나하고 살면서 몇 번은 헤어졌을 것이다. 흡족하게, 아니 가정을 꾸려나갈 만한 최소한의 경제여건을 만들지 못하고 버벅거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내는 나를 들볶지 않고 어디서 어떻게든 자금은 융통해 살림을 꾸려나갔다. 학력은 고졸이지만 살림과 살아가는 방법의 수준으로 따지면 ‘박사급’이다. 나는 아내의 10분에 1도 못따라간다.


누군가 아내의 학력 또는 학과를 물으면 나는 여전히 자신 있게 대답할 것이다.


“상고 나왔는데요”


그리고 아내에게 이 한마디는 이야기해주고 싶다.


“학력 때문에 아들 가르치는 문제, 고민하지 마라”고.


 

 

 벌써부터 아들 교육 문제를 걱정하는 아내, 그 심정 이해 못하는건 아니다. ⓒ 윤태

 

 

 

 

아래 사진은 알뜰살림을 인정받아 7개 TV 프로그램(전국방송)에 출연한

아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