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맨발의 기봉이>이 어머니, 요즘 서산 새집 생활은?

그루터기 나무 2007. 8. 1. 16:48

 

기봉씨 어머니가 살고 있는 서산 고북 정자리 새집 전경  ⓒ 윤태


 

영화 <맨발의 기봉이> 실제 주인공 엄기봉씨(43)는 강원도 여동생 집에서 여전히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고, 어머니 김동순 할머니(83)만 지난 6월 18일 강원도에서 충남 서산시 고북면 정자리 새집으로 내려와 한달 반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적잖은 연세, 특히 귀가 매우 어두워 앞에서 큰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야만 대화가 가능한 기봉씨 어머니. 1일 오전 정자리 새 집에 저희 식구들과 함께 할머니댁을 찾아뵈었습니다.


쇼파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는 우리 가족을 보자마자 “아이구, 어서와. 반갑네, 어떻게 여길 다 왔댜?” 하시며 무척 반가워하셨습니다. 예전에 자주 찾아뵈었던지라 얼굴을 서로 잘 알고 있던 터였습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야하는 할머니와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기봉씨가 방학이 됐는데도 오지 않아 할머니는 서운하다고 하셨습니다. 아드님 보고 싶지 않냐는 물음에 “눈물나게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강원도 요양원(할머니는 경로당이라고 표현)에서의 생활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하시며 그때 너무나 고향(충남 서산) 오고 싶다고 했습니다.


할머니의 새 집을 한번 둘러봤습니다. 기봉씨의 방이 있었고 할머니 방도 따로 있었습니다.새집이라서 그런지 살림살이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할머니 덥진 않으세요.”

“괜찮여...”

“할머니 그래도 예전처럼 집안에 쥐는 안 들어와서 좋지요?”

“응, 그려.”


그런데 집안을 살피던 중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할머니 댁에는 텔레비전이 없었습니다. 예전에 살던 집에서 할머니는 주로 텔레비전을 보시며 시간을 보내셨는데 정작 새집에는 텔레비전이 없었습니다.


“할머니, 하루종일 뭐하세요?”

“여기(쇼파) 앉아 있지.”


그랬습니다. 할머니는 한 달 반째 그렇게 즐겨보시던 텔레비전도 없이 하루 종일 1인용 쇼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한손에는 파리채를 든 채 말이죠. 하시는 일이라곤 하루종일 파리 잡으면서 쇼파에 앉아 가만히 있는 일뿐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기가 있는 우리가족이 방문을 했으니 할머니가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여하튼 할머니의 건강 상태는 매우 좋아보였습니다. 혈색도 좋고 행동이나 말씀 등 다 좋은데 잘  안들리는거 빼고는 전체적인 건강은 좋아보였습니다. 편찮으신데도 물어봤는데 없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 하루종일 심심하게 보내야한다는 사실과 아직까지 누군가 보청기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서산으로 내려왔을 당시 그 기사를 미디어다음 블로그에 올렸는데 당시 면사무소 한 관계자에 의하면 “보청기 해주겠다”고 문의한 보청기 회사는 꽤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 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방학 동안 아드님이 서산으로 내려오면 안되겠냐는 물음에 할머니는 “그 사진쟁이(인간극장 당시 기봉씨 모자 촬영한 양?? 피디)말만 듣고 다른 사람 말은 안듣는다”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이렇게 그리워하고 있건만...


“할머니, 이제 서울 올라가야 해요. 올라가는 길에 잠깐 들렀어요.”

“잉, 더 놀다가.”


비 오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문 밖에까지 나와 우리 식구들을 배웅해 주셨습니다. 늘 건강한 모습 유지하시고 비어 있는 기봉씨 방, 언제가 그 주인이 되돌아와 예전처럼 행복한 모자의 모습을 봤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래 동영상은 할머니와의 인터뷰

 

                     인터뷰 중인 기봉씨 어머니 김동순 할머니     ⓒ 윤태
 

 

 하루종일 쇼파에 앉아 계신 기봉씨 어머니 김동순 할머니.  ⓒ 윤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며 반가워하시는 기봉씨 어머니.  ⓒ 윤태

 기봉씨가 되돌아오게 되면 생활할 기봉씨 방.  ⓒ 윤태

 특히 우리집 아기 새롬이를 많이 귀여워해주셨습니다.  ⓒ 윤태

문밖으로 나와 배웅을 하고 계시는 기봉씨 어머니  ⓒ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