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이런 열린 학교 보셨나요?

그루터기 나무 2007. 6. 14. 13:09

 

열린학교라는 칭송을 받고 있는 청계초등학교 전경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에 자리 잡은 청계초등학교(교장 송문용). 이 학교로 들어가는 길목의 정식 명칭은 '꿈보람길'이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꿈보람'이라는 말보다 더 어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게다가 청계(淸溪)라는 학교 이름도 '맑은 시냇물'이라는 뜻이어서 정감을 더한다. 비록 학교 앞으로 냇물이 흐르진 않지만 이에 버금가는 자연 경관을 간직한 곳이 바로 청계 초등학교다. 청계초등학교의 전면은 과천 중앙공원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청계초등학교에 가려면 과천 중앙공원을 관통해야 한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학교 건물을 왼쪽에 두고 정문 쪽으로 가다 보면 '개구멍'이 있긴 하지만 학부형이나 손님들이 '개구멍'으로 드나들지 않는다. 정문으로 가는 길이 꽤 멀기는 하지만 연푸른 경관의 산책로를 즐기며 학교를 찾는 학부모나 관계자들이 많다고 한다. 돌아가는 것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학교 주변에 공원이 조성되면서 사실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다. 공원 조성 과정에서 학교 주변에 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이 때문에 동네 불량 청소년들이 이곳으로 모여 들었다. 음침한 나무 아래 모여 담배를 피우는 불량 청소년들 때문에 운동장이나 시설물 관리에 어려움이 따랐다.

올 3월에 부임한 송문용 교장은 이 문제를 깊이 고민했다. 고민 끝에 송 교장은 과천시 당국과 협의해 학교 주변 나무의 가지를 모두 쳐냈고 음침했던 분위기가 환해졌다. 하지만 '놀이터'를 빼앗긴 일부 비행 청소년들이 밤에 몰래 들어와 학교 시설물을 파손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을 내밀라는 옛말이 떠올랐던 것일까? 송 교장은 이 과정에서 학교 주변을 둘러싼 철조망마저도 걷어 버렸다. 불량 청소년들을 막으려면 단단하게 울타리를 쳐야 하는데 송 교장은 그 반대를 택한 것이다. 그 결과 학교는 공원의 일부가 됐고 더 이상 비행 청소년들도 모여들지 않았다. 학교장의 열린 마음이 '울타리 없는 학교'를 만들었고 결국 쾌적한 환경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학교 운동장 한 모퉁이에는 주차장이 있다. 주변의 심각한 주차난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기 위해 구청 등 행정기관과 협의해 학교측이 무료 주차장을 만들었다. 주민들을 위한 학교측의 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학교 운동장을 통해 주민들이 과천역이나 시내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운동장을 터 준 것이다. 드나드는 사람들 때문에 귀찮을 법도 한데 학교는 주민들을 먼저 생각했다. 이로써 운동장은 24시간 개방됐고 심야에도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송문용 교장은 인터뷰에서 "동네 사람들도 청계 초등학교가 '열린 학교'라는 인식을 같이 한다"며 설명했다. 이런 '열린 학교'를 위한 작업들은 송 교장이 부임한 3월 이후부터 6월 초까지 이뤄졌다.

열린 학교의 열린 대화 채널

청계초등학교는 외형상으로만 열려 있는 게 아니다. 대화 채널도 열려 있다. 그 중 하나는 학교장의 이메일 주소가 공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학생이나 학부모 등 청계 가족이면 누구나 의견을 글로 전할 수 있고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즉시 답장을 해줌으로써 상호간에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또 이 학교는 형식적인 것을 파괴한다. 간단한 일일 때 교사들은 교내 인터폰으로만 교장에게 연락한다. 교장실까지 와서 깍듯이 인사하고 업무를 보던 것에서 과감하게 탈피한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청계초등학교 홈페이지에는 '칭찬합시다' 코너가 활성화 되어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칭찬 받은 학생이 수업이 시작할 때 주목을 받게 함으로써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믿음을 돈독하게 하고 있다. 교무부장을 맡고 있는 2학년 1반 담임 신보림 교사는 "칭찬을 하는 학생이나 받는 학생 모두 칭찬을 해줌으로써 늘 훈훈함이 있는 교실이 되고 있다"며 뿌듯해 했다.

한편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에 있어 대부분의 학교는 학교 측에서 사정하다시피해 운영위원을 선정하고 있지만 청계초등학교는 오히려 지원자가 몰려 약 2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학교운영위원회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고 활성화 되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취재기사는 제가 월간 아름다운 사람들에 근무할때(지금은 안나옴)에 취재한 것입니다. 열린 초등학교의 본보기가 되는 것 같아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