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금연 확인, 혈액검사 하겠습니다

그루터기 나무 2007. 6. 12. 08:53

 

 

지긋지긋한 담배, 왜 의지만으로는 끊기 힘든 것일까?

 

 

결혼 5년 4개월차. 결혼 당시 첫째 조건은 금연이었습니다. 초기엔 금연 약속을 지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지가 약해져갔습니다. 회사에서 담배 피우고, 집에 와서는 안 피운 척 하기를 몇 년동안 지속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그동안 열 번은 넘게 각서를 쓰고 다짐했지만 금연은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였습니다.


인터넷 언론을 통해 금연을 공언하는가 하면 이로 인해 아내와 제가 TV 방송에 출연해 금연성공사례를 토크쇼하는 장면이 전국으로 전파를 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담배는 쉽게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끊었다고 하고 아내에게 들킨 날, 아내는 밤새 울고 속상해했습니다. 철통같이 믿고 있던 남편이 한두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이 아내를 비통하게 만들었습니다. 한마디로 남편에 대한 믿음이 깨어져 버린 거죠.


그때마다 저는 다시는 안 피운다는 다짐에 다짐을 하고 각서를 쓰며 밤새 우는 아내를 달래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피우고 집에서는 안피우는 생활은 반복됐고 그러다 10일(일요일) 밤 흡연 사실이 또 ‘발각’되었습니다. 남편에 대한 철저한 믿음이 깨어져버린 것에 대해 아내는 아기가 울어대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슬피 울고 있었습니다.


어떤 다짐도, 어떤 형식의 각서도 통하지 않을 상황. 한두 번 발등 찍힌 것도 아니고 몇차례나 믿음을 깨버린 것에 대해 아내는 극도의 흥분상태를 보였습니다. 우는 아기를 제게 떠맡기며 “믿음을 수차례 깨버린 당신과는 못살겠다”며 집을 뛰쳐나갈 태세였습니다.


(중간 생략-상상하시길)


다시 한번 각서를 썼습니다. 또 흡연시 아내의 결정에 무조건 따른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아내의 결정은 이혼을 말합니다. 이에 앞서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니코틴이 혈중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다는 내용도 각서에 적었습니다. 심하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담배이기 때문입니다.


끊어 버리고 싶습니다. 스트레스를 풀고자 피우는 것이 담배인데 숨어서 몰래 몰래 피우려니 그것이 더 스트레스인 것 같습니다. 건강도 챙기고 숨어 피우는 스트레스도 없애고 불쾌한 냄새도 나지 않는 금연, 이제 현실로 옮겨야겠습니다.


그러나 의지로는 끊기 힘든게 담배입니다.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니코틴 유무를 알아보는 방법은 아내가 저를 못 믿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제 스스로가 자처한 것입니다. 제 금연 의지가 약해질 것을 대비해 강제적이고 확실한 방법의 ‘혈액검사’를 스스로 택한 것입니다.


정기적인 혈액검사 통한 니코틴 유무를 밝혀 아내에게 확신한 믿음을 주고, 저 또한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 이 ‘혈액검사’를 상기하면서, “한 대 피우고 가정 파탄 낼 것이냐, 참아내고 평화로운 가정을 유지할 것이냐”를 결정할 것입니다. 선택은 당연히 후자겠지요.


금연이라는 의지로도 스스로를 콘트롤하지 못할 때, 이를 대신 콘트롤 해 줄 방안이 바로 ‘혈액검사’ 통한 니코틴 유무 판정 같습니다. 특히 저와 같은 ‘특수한’에 경우에만 유익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시 아내 몰래 흡연하고 계시는 독자 여러분 계신가요? 그렇다면 저처럼 아내한테 각서 쓰고 혈액검사 받는다고도 써보세요. 금연의지보다 더 강력한 금연방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금연 성공했다는 이름표를 달고 TV 방송에 출연하던날...그러나...

  

  

술 끊은 남편과 담배 끊은 남편, 그 아내들이 함께 출연했었습니다.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