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 요즘 대화 “너네집 몇 평이니?”

그루터기 나무 2007. 6. 9. 09:03
 

아파트 평수가 넓은 아이들끼리만 어울린다는 뉴스에서의 이야기.... 틀린말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경기도 성남 분당에서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방문하며 토론식 독서 논술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2~6명까지 모둠으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분당 지역인 만큼 아파트 평수가 넓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놀라기도 합니다. 열다섯 평 빌라에 사는 저로써는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요. 그런데 재밌는 것은 수업 시작전 아이들끼리 “야, 넓다, 너네집 50평이니?” 그러면 아니 “60평이야.” 라며 집 평수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주고받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하튼 다시 수업 얘기로 돌아와서 수업이 끝나면 어머니들과 그날 학습한 것에 대해 상담을 하기도 합니다. 어제(8일) 수업한 내용은 ‘저승창고’에 관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이승에서 좋은 일, 착한 일을 많이 하면 자신의 저승창고에 많은 것들이 쌓인다는 내용이지요.


이 내용을 공부하면서 초등학교 2학년 한 친구가 자신의 저승창고에 ‘돈’이 많이 쌓였으면 좋겠다고 대답을 하더군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돈이 최고다”라고 말을 하는 겁니다. 겨우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이런 대답을 했다는데 저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곧장 어머니와 상담에 들어갔지요.


“어머니, ◯◯이가 돈에 관심이 많은가봐요. 수업 시간에 돈 얘기를 많이 하던데요.”


“선생님, 그게 아니고요. 우리 ◯◯이가 돈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요.”


엄마의 설명은 이러했습니다. 학교에서 숙제를 내줬는데 자기 집의 자랑거리를 세 가지 이상 적어오라고 했는데 ◯◯이는 “자기 집이 넓다”라고 썼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네 집은 30평이 채 안되는 비교적 좁은 집입니다. 분당 신도시 중에서는 매우 작은 평수지요. 그런데 ◯◯이는 자존심 때문에 집이 넓다고 선생님께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이 어머니와 학교 선생님과의 상담에서 이 거짓은 바로 탄로 났지요.


그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이 친구가 ◯◯네 집에 놀러왔습니다. ◯◯이가 친구들에게 “야 숨바꼭질하자”고 했더니 한 친구가 “야, 너네 집에서 숨바꼭질 할 데가 어디 있니?”라고 말을 했답니다. 다시 말해 집이 좁다는 얘기입니다. 그 친구의 그 ‘발언’으로 ◯◯이는 상처를 받았고 이후 다른 친구들이 자신의 집으로 놀러오거나 ◯◯이가 친구 집으로 놀러가는 걸 꺼렸다고 합니다. 집 평수가 비교되기 때문이지요.


그런 사연이 있었기에 ◯◯이는 수업 시간 저승창고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돈’ 얘기를 했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연말에 학교에서 불우이웃 돕기 행사를 하는데 분당 지역에 크게 불우이웃이라고 할만한 친구가 없어 아파트 평수가 20여 평인 아이를 선정해 도움을 줬는데 그 아이가 크게 상처를 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겨우 초등학교 1, 2학년인데 생각하는 자체가 예전과는 많이 다르지요.


◯◯ 어머니 말에 따르면 학교 숙제에서 ‘우리 집 자랑거리’를 써오라고 했을 때 “아파트가 넓다, 차가 좋다, 대형 스크린 TV다” 등 실제로 이렇게 물질적인 것들을 적어오는 아이들이 매우 많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잘 사는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물론 뉴스에서도 그런 기사가 몇 번 있었지요. 아파트 넓은 평수에서 사는 아이들끼리만 어울리고 작은 평수 아이들은 따돌린다는 뉴스 말이지요. 그러한 사실을 뉴스로만 듣고 전해 오는 얘기만 접하다가 이번에 직접 경험하고 나니 어쩐지 아이들이 딴 세상 사는 아이들처럼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한편으론 씁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이 도대체 뭘 알기에 그런 돈 개념, 물질개념으로 말하고 서로 비교하며 자존심 상해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인지 말이지요. 저희 어릴 적에, 초등학교 1, 2학년 때는 논, 밭, 산에가 뛰어놀며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지금 대도시, 신도시에 사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의식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이 달라진 것입니다. 격세지감과 함께 씁쓸한 감을 감출수가 없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집평수 넓다고 좁은 아이들 따돌리지 말아요.” 이 부분은 부모님께서도 어느 정도 교육 적인 측면에서 아이들과 함께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PS : 라디오에서 들은 얘기인데요, 평범한 곳에서 살던 사람이 있는데 자녀가 어렸을 때는 잘 몰랐대요. 그런데 이제 자녀들이 초등학생, 중학생 되고 하니까 '물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야한대요. 아이들 결혼 문제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강남이나 신도시 같은 좋은 일찌감치 정착해 그곳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고 그곳 사람들과 인맥쌓고 학연, 지연 같은 걸 쌓놔야 나중에 자녀 결혼시키는데 '높은 레벨'의 자녀들과 혼인을 할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씁쓸하지요.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 입니다.  

 

 

넓찍한 아파트 실내 공간, 이 정도는 돼야 친구들사이에서 기를 펼수 있다는 현실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