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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팔 없이 잘 사는 이 사람! "내 모습 통해 희망과 용기 드리고 싶습니다"

그루터기 나무 2007. 6. 3. 17:15

 

 

 

자신의 모습을 통해 같은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고 싶다는 이호용씨

 

 

“선생님 이야기를 저희 잡지 ‘칭찬합시다’ 코너에 싣고 싶습니다. 그래서 취재를 좀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는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세인의 관심을 끌려고 취재하려고 한다면 사양하겠습니다.”

경기도 파주 경의선 금촌역 근처에서 건강보조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이호용(52)씨. 그는 양팔이 없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최근 자신을 취재해 간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나서 적잖이 실망했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 등 장애인에 대한 절박한 상황을 목 아프게 설명했는데 방영된 내용은 단지 ‘양팔 없는 장애인이 운전도 잘 하네’ 하는 ‘흥밋거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 이야기를 듣고 난 기자는 “그렇다면 이호용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다시 한 번 취재 요청을 했다.


 

 

 

이호용씨는 선천적인 장애로 태어나자마자 한쪽 팔을 잃은 뒤, 열한 살 때 여물 써는 기계에 나머지 팔마저 잃었다. 이 때문에 학창 시절 못된 짓을 일삼으며 방황도 많이 했다. 파출소에서 머리로 책상을 내리치며 양 팔 없는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십대 초반이 돼서야 이씨는 마음을 잡았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젓가락 잡는 방법을 익혔다. 집 뒤란에서 6개월 동안 연습한 끝에 뭉뚝해진 양 팔로 젓가락을 쥘 수 있게 됐다. 쌀을 집을 수 있을 정도로 이씨의 젓가락 솜씨는 능숙했다.

그런가하면 이씨는 지난 2002년 양팔 없는 장애인 중 최초로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규정상 보조기를 착용해야 운전면허 응시자격이 주어지지만 이씨의 경우 장애 구조상 보조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보조 장치 없이도 일반인처럼 운전할 수 있을 만큼 양 팔 훈련이 잘 돼 있던 이씨는 면허 시험장을 상대로 끈질긴 설득 끝에 면허를 따낸 것이다.

“일반인과 똑같이 운전을 잘 할 수 있는데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이러한 선례가 없어 당황하던 면허 학원측도 결국 삶의 몸부림을 위한 이씨의 절규를 막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씨가 칭찬받아야 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해 힘들어하는 동료 장애인들에게 “당신은 한쪽 팔이라도 있지 않냐. 내게 만약 한 쪽 팔만 있었어도 지금보다는 생활이 더 나을 거야”라고 웃으며 동료들을 위로해준다.

지나는 동네 꼬마들이 “아저씨, 왜 팔이 없어요?” 라고 물으면 “응, 저기 횡단보도 빨간불일 때 건너가다가 차에 치여서 이렇게 됐어. 너희들은 절대 그러면 안 돼.” 정말 ‘아름다운 거짓말’ 그 자체다. 뿐만 아니라 유원지 같은 곳에 놀러 가면 이호용 씨는 솔선수범해 오물을 줍는다. 담배꽁초를 버리려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버렸던 꽁초를 다시 줍게 만든다.

지금은 한 달에 두 번씩 봉사단체에서 나오는 반찬 등 부식을 불우한 이웃들에게 배달해준다. 아예 바깥출입도 못하는 독거노인을 방문해 부식을 건네줄 때는 눈물이 난다고 한다.

한편 이씨는 과거 파주시 장애인 연합회에서 13년 동안 근무하면서 많은 봉사활동을 펼쳤다. 정부, 단체에서 표창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이씨는 표창장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봉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야 하는 것이지 상장이 무슨 의미가 있냐 하는 것이다.

이씨는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편하다. 그리고 당당하다. 그러한 마음은 그의 웃는 얼굴에서 먼저 나타난다. 일 때문에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도 서슴없이 자신의 ‘없는 팔’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낸다. 자신의 모습 때문에 마주 앉아 있는 사람이 무안해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앞서는 사람이 바로 이호용 씨다.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는데 말이다.

“장애인의 심정은 같은 장애인끼리도 모릅니다. 특히 심적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요. 기자님은 이해하시겠습니까?”

기자는 이씨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어떠한 거짓도, 가식적인 대답도 이호용씨 앞에서는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가게 운영해서 한 달에 20~30만원의 수입과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이씨이지만 그는 자신보다 더 불우한 이웃들이 많다며 정부의 ‘장애인 복지 서비스’ 향상을 위해 언론이 힘써 줄 것을 당부하는 말을 잊지 않았다.

“제가 힘이 닿는 한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줄 수 있도록 정신적인 지원은 아끼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의 복지 서비스 향상과 재활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켜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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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제가 월간 교양잡지 <아름다운 사람들>(지금은 안나옴)에 근무할 때 취재한 글입니다. 자포자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많은 장애인 여러분들께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함에 다시 올립니다. 이호용 씨 또한 당시 인터뷰에서 자신의 모습을 통해 같은 장애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새롬이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