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급하게 병원가야 하는데 돈 빌려 달라" 사기당한 경험담-여러분도 조심하세요

그루터기 나무 2007. 4. 25. 22:47

 

 

독자여러분에게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돈을 노리는 사기범이나 흉악범이 달려들지 모릅니다. 조심하세요. ⓒ 윤태

 

 

일전에 귀가 어두운 노부모님을 상대로 “돈이 급하니(병원에 가야하니) 얼마를 계좌로 보내달라”는 수법으로 사기를 친 범죄자들이 있었습니다. 자식의 목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노부모님이 부랴부랴 송금해서 사기를 당하는 경우였지요.


엊그제 저희 집에서 이와 유사한 사기피해를 당했습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사기를 당했다는 그 자체가 불쾌하고 그런 사기범과 마주했다는 사실 또한 지나고나서 두려운 마음을 지울 길이 없습니다. 지금부터 자초지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24일(화) 저녁 8시경, 저는 밖에서 한참 업무중이었고 아내는 아기 목욕을 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때 문을 꽝꽝 두들기는 소리가 났습니다. 우리집은 201호.


“402호인데요. 꽝꽝꽝”


관리비 때문에 누가 온줄 알고 문을 연 아내 앞에 30대 남자가 보였습니다. 그 남자는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402호 사는데요, 지금 병원에 급하게 가야하는데 4만원만 빌려주시겠어요?”


순간 아내는 당황했습니다. 본적이 없는 얼굴이고 402호에 누가 사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이지요. 우리 빌라는 총 10세대가 사는데 아주 친한 집도 있고 얼굴만 아는 집도 있고 누가 사는지 전혀 모르는 집도 있지요. 아내 딴에는 ‘누가 사는지 전혀 모르는 집’의 남자 정도로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그 밤에 누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한다는데 모른척 하기도 좀 그랬답니다. 누군지 확신이 서진 않았지만 '병원' 이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인 아내.


그런데 마침 가진 현금이 없고 식탁 앞에 만원짜리가 보여 그것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30대 남자는 “이따 10시에 드릴게요” 하며 가더랍니다.


그러나 10시가 지나도 402호에 산다는 남자는 오지 않았습니다. 혹시 무슨 사정이 생겼나 싶어 더 기다려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25일(수)에도 그 남자는 빌려간 1만원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25일 밤 10시에 퇴근해 들어온 저는 당장 사실확인에 들어갔습니다. 402호로 올라가서 “201호에서 어제 돈 빌려가셨나요?” 라고 물었습니다.


402호에 사는 사람은 오빠와 여동생 단랑 두 식구. 게다가 오빠라는 분은 어제 즉 돈을 빌려간 사건이 있던 시각(밤 8시경) 회사에 있었고 그날 10시에 퇴근했습니다. 그러니 당연 어제 저녁에 병원 갈 일도 없고 돈을 빌린 사실도 없었습니다. 402호 가족들은 제게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조심하라”고 조언해주었습니다.

 

같은 빌라 사람이라고 속이고 '병원'이라는 마음이 약해지는 동정심을 이용해 그런식으로 돈을 뜯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사기범)은 또 다른 빌라를 돌며 똑같은 행각을 벌이겠지요. 마음 약해서 다만 몇만원이라도 빌려준다고 해서 돈 받으면 사기에 성공한 것이고 꼼꼼한 사람과 마주쳐 "당신은 우리 빌라 사람 아니다"라며 빌려주지 않는다고 해도 사기범 입장에선 "밑져야 본전"일테니까요. 빌라 천지인 경기도 성남 우리동네에서 그렇게하고 또 옮겨가면 될테니까요. 물론 같은 빌라 사람끼리 완전히 알아보지 못했다는 즉 서로의 친목이 완벽하지 못해 이런일이 발생했다는것에 대해 좀 씁쓸하기는 합니다(그러나 바쁘게 살아가는 이 생활과 위층에 올라갈일 없는 상황에서 빌라 각 호에 누가누가 사는지 정확히 얼굴을 안다는 것도 무리인 것은 사실입니다)


비록 피해액수는 1만원에 불과했지만 사기범과 마주했다는 그 사실이 늦게나마 두려웠고 그런 사기범이 아내와 아기만 있는 집으로 뛰어들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공포감이 아내와 제 뇌리에 스쳐 지났습니다. 아내와 친하게 지내는 4층 00이 엄마도 "그래도 그만한일로 끝나서 다행이다. 강도로 돌변했더라면 어쩔뻔했냐"며 걱정과 다행스러움을 표시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내는 앞으로 낮에도 문을 항상 잠궈놓고 지낼거라고 했습니다. 뉴스에서만 봐 오던 그런 일이 우리 가정에서도 벌어진 것입니다.


맞습니다. 언제 어디서 사기범이나 흉악범이 뛰어들지 모르는 일이고 택배기사나 검침원을 가장, 칼들고 흉악범으로 돌변해 가정을 파탄시키는 사례를 우리는 그동안 뉴스를 통해 숱하게 보고 들어왔습니다. 서로 믿고 사는 사회가 된다면 이루다 말할 수 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닌담에야 스스로 단속하고 조심하여 그런 사기와 범죄를 예방해야겠습니다. 이번 제가 경험한 사기 사건을 통해 독자 여러분도 언제 어디서 그 피해자, 당사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독자 여러분들도 이런 사기 당한 경험 있으신가요?

아래 댓글을 보니 저와 유사한 방식으로 당한 분들이 꽤 계시네요.

 

 

 

위층 혹은 아래층이라며 병원갈 돈이 급히 필요하니 몇만원을 빌려달라며 문을 두둘기는 '멀쩡한 차림의  사람들' 조심해야 합니다 ⓒ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