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이렇게 눈물나게 고마울데가....

그루터기 나무 2007. 2. 3. 15:26

 

 

손수 김밥을 만들어주시는 학생의 어머니, 가슴이 뭉클했다. ⓒ윤태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눈물나게 고마울 때가 있다. 뭐라 감사의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정말 감사할 때가 있다.


내가 하는 일은 아파트 단지 내 각 가정을 돌며 여러 명의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모둠 수업(토론식 독서 논술)을 하는 일이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출근하면 오전 내내 교육이나 교재 분석 등의 업무를 본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오전 11시 남짓해 이 업무가 끝나면 곧바로 수업 나갈 준비를 한다. 12시부터 수업이 있는 날이면 점심을 못 챙겨먹고 수업 나갈 때가 많다. 결국 아침 점심을 굶고 일을 하게 되는 셈이다.


내가 하는 일 즉 토론식 독서 논술은 입을 엄청 많이 사용하는 직업이다.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이끌어나가는건 기본이고, 저학년의 경우 수업시간에 교재(이야기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도 한다. 수업시간이 정해져 있는 만큼 아이들에게는 한 페이지씩 읽고 교사인 나는 세 페이지씩 읽는다. 그렇게 교재를 읽고 나면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어떤 때는 피곤에 쌓여 스르르 잠이 오기도 한다.


참 쉽지마는 않은 일이다. 이러한 피곤과 입 마름, 목 통증 이외 괴롭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배고픔이다. 특히 점심 12시부터 저녁 9시 정도 까지 수업이 ‘풀’로 있는 날은 그야말로 ‘초주검’이 되는 날이다.


늦는 날에는 수업 마치면 10시가 훌쩍 넘는다. 결국 짬이 나지 않아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굶고 목을 혹사하며 일을 하는 것이다. 어느 날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기도 한다. 그럴 땐 아이들 앞에서 그걸 감추기 위해 더 큰 목소리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는데 에는 내 자신에게 문제가 있거나 잘못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표를 적절하게 배치하지 않아 짬을 못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시간표 맞추기도 쉽지 않다. 아이들이 보통 일주일에 예닐곱 군데 학원을 다니다보니 시간표 맞추기가 우리들 사이에서는 ‘영원한 숙제’로 불리기도 한다. 


여하튼 이러 저러한 애로사항이 많다. 어느 직장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여느 직장보다도 힘이 많이 든다.


그러던 지난 금요일(2일), 저녁 6시 20분, 4학년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하고 있는데, 부엌 쪽에서 ‘딱딱딱’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도 역시 배가 고파 쓰러질 지경이었다. 드디어 1시간의 수업이 끝난 후 학생 어머니께서 뭔가를 들고 오셨다. 김밥이었다.


“선생님, 저녁 식사도 못하시고 계속 수업 하시죠. 시장하실 텐데 좀 드세요.”


내 간절한 마음을 이렇게 알아주시는 어머니가 계시다니…,


그 학생 어머니는 손수 김밥을 만드셨다. 나와 아이들에게 주려고 말이다. 게다가 식사 못하고 수업해야 하는 나의 애로사항을 어머니께서 알아주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뭉클했다.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김밥, 몇 개 집어 먹었는데 꿀맛이었다. 어머니께서 앞에 계시면 내가 민망하실까봐 자리까지 비켜주시며 김밥을 먹으라고 하셨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다음 수업 시간이 임박해서 비록 네다섯 개의 김밥을 먹고 일어섰지만 배가 든든해졌다. 아마 김밥 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 상대방의 처지를 알고 넉넉하게 마음을 써 주신 그 학생 어머니의 마음이 내 뱃속을 채웠기 때문이리라.

 

이 글을 빌어 그 어머니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