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8년째 메모일기를 쓰는 이유

그루터기 나무 2007. 2. 3. 11:53

 

 

 

2000년 2월 3일 금요일 : 설 연휴 하루 앞두고 고향에 내려갈 준비 하기

2001년 2월 3일 토요일 : 내과 진료 내시경 받고 결근, 조카들에게 피자 사주기

2002년 2월 3일 일요일 : 동대문 모 예식장에서 내 결혼식, 저녁때 제주도로 신혼여행

2003년 2월 3일 월요일 : 결혼 1주년, 강남에서 아내와 영화 ‘클래식’ 관람, 액자 선물

2004년 2월 3일 화요일 : 결혼 2주년, 강추위, 취재 때문에 여러군데 다님, 전세금 반환 문제로 ○○○ 에게 내용증명서 보냄

2005년 2월 3일 목요일 : 결혼 3주년, 기상 후 왼쪽가슴 통증, 최실장님과 아내와 칼국수 먹음.

2006년 2월 3일 금요일 : 결혼 4주년, 올 들어 가장 추운 날 . 케익 사들고 와서 파티하기

2007년 2월 3일 토요일 : 결혼 5주년, 영화 ‘그놈 목소리’ 예약했다가 아들 녀석 봐준다던 처제 출근하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음.


<미디어다음> 독자 여러분!


혹시 일기 쓰십니까? 빼곡하게 쓰는 일기가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중요한 일을 메모해두는 간단한 일기 말이지요. 사실 생활하다보면 그날그날 가단한 메모 남기기도 쉽지 않지요. 어떤 날은 피곤해도 손 발 안 씻고 자는 일도 있으니까요.


저는 8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굳이 일기라고까지 할 필요는 없을 듯 싶습니다. 그날에 있었던 중요한 일들을 간단간단히 메모해두는 것입니다. 우리 아기 첫 임신한 날, 아기가 처음으로 옹알이 한 날, 첫 걸음 뗀 날, ‘엄마’라고 말한 날 등등등....


위에 적어 놓은 2월 3일, 바로 오늘이자 우리 부부 결혼 기념일이지요. 지난 2000년 2월 3일부터 2007년 2월 3일까지 결혼 기념일인 그날에 있었던 일을 순서대로 적어 보았는데요, 뭐 그렇게 특별한 일은 없지요. 결혼 기념일날 영화도 보고, 케익도 사들고 오고, 몸이 아팠던 적도 있으며 전세금 문제 때문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유쾌하지 않은 일도 있었네요. 모두 지난 다이어리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결혼기념일은 아니구요. 하루하루 중요한 일을 빠짐없이 메모해두면 무엇이 좋을가 여러분 생각해 보셨나요? 물론 어떤 일이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것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 정보(?)가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딱딱하게 생각하진 않아요.


제 생각에는요, 하루하루가 지난다는게, 그 하루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잃어버린다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내 자신이 과거에 존재했었다는 그 사실을 다 까먹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간단하게나마 메모를 해 놓으니 그 과거를, 그 과거의 존재를 되찾을수는 없어도 잃어버리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말로 하면 어떤 추억을 고스란히 다이어리 속에 간직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 메모가 없었다면 단지 머릿속에 그 추억을 갖고 있는건데 그건 한계가 있잖아요. 그리고 더 먼 과거는 자꾸 잊혀지게 되구요.


다이어리를 하루도 빠짐없이 쓴지 8년째. 시간이 진나면 지날수록 그 아련한 추억은 다이어리 속에서 더 진한 향기를 뿌려내며 추억을 다져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메모하는 습과, 메모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과거를 잃지 않기 위해 그 추억을 작은 다이어리에 꾸준히 담아보자,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아래 동영상은 8년째 쓰고 있는 작은 메모 일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펼쳐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