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맨발의 기봉씨 살려던 새집 어찌 처리될까?

그루터기 나무 2007. 2. 19. 15:27

지난 설날인 18일 밤, SBS에서 영화 <맨발의 기봉이>를 방영했다. 실제 주인공 엄기봉씨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무조건적이고 본능적으로 효를 베푸는 영화에서의(실제도 그렇지만) 기봉 아저씨 모습은 특히 초등학생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내가 초등학생등을 상대로 논술 수업을 하면서 기봉 아저씨 이야기(기봉 아저씨 만나 취재한 이야기)를 해주면 모두들 영화를 봤다며 기봉 아저씨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떼를 쓰곤 한다. 물론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안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엄기봉 씨는 오는 3월 강원도 철원의 Y 초등학교에 입학할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장과 관계자 들과 면담도 모두 마치고 3월 2일 입학식을 한다는 신문보도까지 나온 상태.


나는 지난 16일 기봉씨가 철원으로 가기전 거주하던 충남 서산시 고북면 정자리 기봉씨 옛 집을 찾았다. 아니 기봉씨 집을 찾기 전에 기봉씨 새집 짓기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행정적 도움을 줬던 고북면사무소 건축 담당 공무원을 먼저 찾았다.


보일러와 화장실 타일 등 몇군데만 공사하면 완성될 ‘기봉씨가 살기로 예정돼 있던 집’이 궁금해서였다. 그 집을 어떻게 활용할지 나는 무척 궁금했다. 면사무소 담당 공무원 말로는 그 집에 독거노인을 살게 해주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지만 기봉씨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새 집에 대해서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새 집 건축을 책임지던 후원회 관계자이며 건축주인 김 아무개 사장이 연락 두절된 상태로 그 집에 대한 세금문제와 명의 이전 문제 등이 복잡하게 걸려있는 상태였다. 면사무소 관계자 또한 기봉씨가 철원으로 떠난 이 마당에 그 집에 크게 신경쓸 겨를은 없다고 내게 전했다.


다만 그 관계자는 최근에 기봉씨 어머니 김동순(83)씨가 옛 집을 다녀갔고 과거 후견인이자 법정관리인이던 엄기양 마을이장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무슨 일로 엄기봉씨의 어머니가 다시 고향을 찾았을까 궁금한 마음에 엄기양 마을 이장을 찾았다.


동네 사람이 상을 당해 서산 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엄기양 이장은 기봉씨 어머니 김동순 씨를 서산에서 만난 것에 대해서는 별 이야기하지 않았다. 만나긴 했는데 별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며 찾아와줘서 고맙다며 내 두 손을 잡아 주었다.


엄기양 이장을 만나고 기봉씨가 살던 고북면 정자리 옛 집으로 가봤다. 공사가 중단된 새 집은 여전히 굳게 잠겨 있었고 두달째 비워둔 옛 집은 더욱 허물어져 있었다. 그런데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집 앞마당에 있던 창고(당시 쓰러진 창고)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집 앞마당까지 쟁기질이 돼 있었다. 쉽게 말해 앞마당이 밭으로 변해있던 것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고양이와 쥐들로 가득한 채 이곳저곳 못 보던 쥐구멍이 더 생겼다. 미처 걷어가지 못한 빨래조각도 보였다. 건넌방에서 기봉씨가 금세라도 웃으며 나를 맞아줄 것 같았지만 기봉씨는 역시 보이지 않았다.


사람 발자국 소리에 귀가 번쩍 뜨여 반가운 마음에 뛰어나오던 기봉씨. 그 아련한 추억을 뒤로 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기봉씨 옛 집을 빠져나왔다.

 

지난 해 5월 촬영한 맨발의 기봉씨 살던 집 전경.ⓒ윤태

 

 

2007년 2월 16일 촬영한 기봉씨 살던 옛 집. 앞마당까지 밭이 돼 버렸다.ⓒ윤태

 

허물어진 창고 건물 온데간데 없고 앞마당이 밭으로 변했다.ⓒ윤태

 

2007년 2월 16일 촬영한 기봉씨 살려던 새 집. 이 집에 대한 처리는 아직 진행중이다.ⓒ윤태

 

 

 이중창은 굳게 잠겨 있고...그래도 창문을 통해 새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