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금연을 둘러싼 소동과 우여곡절

그루터기 나무 2007. 1. 6. 18:03

몇일전, 아내의 금연 선물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아내의 감동스러운 행동으로 금연을 하게 된 제 모습, 그러나 그 전까지 담배를 둘러싸고 아내와 저와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담배를 둘러싼 이러한 우여곡절은 아내와 제가 텔레비전 방송에 나가 토크쇼에서 이야기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금연을 둘러싼 아내와 저와의 갈등 글을 한번 보시고, 신년을 맞아 금연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자그마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롬이 아빠 주>

 

관련기사 : http://blog.daum.net/_blog/blog.do?blogid=0BFo7&nil_profile=p&nil_loginbox=blog1

 

 

 

오늘 아침 비탈진 골목길이 덜 녹은 눈으로 조금 미끄러운 탓에 출근하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큰길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워낙 잘 넘어지는 아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앞서가는 사람이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습니다. 순간 심한 기침을 하던 아내는 서둘러 그 남자를 앞질러 갔습니다. 그리고는 제게 묻습니다. “이제 담배 생각 안나?” 그 물음은 “NO”라는 답을 듣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금연에 대한 확인 내지 경고의 메시지입니다.

 

 

아내가 만들어준 '금연 수첩',

 


그땐 담배를 왜 그리 피우고 싶었을까


담배를 끊은 지 3개월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러나 담배를 끊었다고 공언한 지는 2년이 넘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아내를 잘도 속였습니다. 부모님도, 형제들도 모두 속였습니다. 그러나 3개월 전에 이 같은 사실을 고백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습니다.


결혼의 첫째 조건으로 내세운 ‘금연’, 그것은 단지 아내와 저의 ‘약속’이 아닌 장인어른, 장모님, 처형, 처제 등 처갓집 식구 모두에게 결혼의 첫째 ‘조건’이었던 것입니다. 아내가 담배를 어느 정도 싫어하는지 짐작이 됩니다.


담배! 그 동안 징그럽게(?) 많이 피웠습니다. 금연하겠다는 각서는 수차례 썼고, 퇴근 후 아내가 담배 냄새가 난다며 추궁하면 얼른 얼굴을 돌리고 화장실로 뛰어가 세수와 양치질을 했습니다. 저녁 식사 전에 웬 양치질이냐고 물으면 하루종일 이를 못 닦아 찜찜해서 그렇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담배냄새의 원인은 사무실서 유일하게 흡연을 하고 있는 ○과장님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과장님과 늘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눈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혹시 아내가 ○과장님께 확인 전화를 할까봐 화장실에 들어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과장님, 아내한테 혹시 전화 오면… 아시죠?”


또 한번은 양복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피가 튀어 나왔습니다. “아니, ○과장님이 왜 담배를 여기에 넣어놨지?”라며 얼버무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담배 한 개피 때문에 아내의 신경성 복통과 가슴답답증(화병)이 몰려왔고, 아내는 3시간을 울고 난 뒤 밤 12시쯤 집을 뛰쳐나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거짓말하는 남편, 담배 피우는 남편과는 도저히 못살겠다며….


아내를 얼르고, 달래고 업고, 메고, 끌고, 밀고해서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새벽 3시. 다시는 안 피우겠노라고, 또 한번 피우면 ‘이혼’까지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나서야 그 일은 일단락 됐습니다.


아침 출근 후 밤새 잠 못자고 힘쓴 탓에 초췌한 얼굴로 저는 ○과장님과 맛나게 담배를 나누며 간밤의 사건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과장님 말씀하시길 “윤 기자님, 그냥 담배끊으세요.”


“아무래도 그래야 할까 봐요. 과장님 생각엔 아내가 좀 심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아내는 스스로도 그것을 인정해요.” 그렇습니다. 아내는 담배에 관해 지나친 과잉반응이 있다고 스스로 말합니다. “남들이 미친 사람이라고 해도 또 이해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말하며 저를 압박하곤 합니다. 이상 담배를 둘러싼 아내와의 마찰은 여기서 접겠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연재 20회 분량은 되니까요.

 

 

금연과 관련해 한 텔레비전 토크쇼에 출연한 경험도 있습니다.


이 쉬운 걸 왜 못 끊었을까


담배를 끊어야 할지 말아야할지, 끊는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지를 놓고 고민하는 동안 제 손에는 여지없이 담배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모금 깊게 빨고 난 후 ‘니코틴의 즐거움’을 내뿜으며 끊어 버리기엔 너무나 큰 아쉬움이 남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냥 회사에서만 피울까? 안 들키면 되는데… 아냐, 저번처럼 들키기라도 하면 이번엔 짤 없이 이혼(?)…. 만감이 교차하며 고개를 흔들고 있었지만 왼손으론 새로운 담배를 꺼내고 있었고, 오른손으로 라이터를 챙기고 있었습니다. 정말 구제불능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한가지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10년 동안 한순간도 쉬지 않고 피워왔던 담배를 잠시동안‘안 피우면’내 몸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담배도 라이터도 사무실에 놓고 밥값 5천원만 들고 외근을 나왔습니다. 오전에는 잘 참았는데 점심을 먹고 나서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지나가는 행인으로부터 담배를 하나 얻어 피웠는데 6시간만에 몸속에 니코틴이 들어가자 머리가 핑 돌았습니다. 그 동안 얼마나 니코틴에 중독이 돼 있었는지 여실히 증명해주는 것입니다.


회사에서의 담배 사랑이 그칠 줄 모르던 지난 해 11월 독감으로 일주일 동안 담배를 ‘못 피운’적이 있습니다. 심한 감기에 걸렸을 때 담배를 피우면 아무 맛도 못 느낄 뿐만 아니라 목이 따끔하고 아프며 가래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물론 감기가 다 나을쯤 다시 흡연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했습니다. “일주일도 안 피웠는데… 가능하지 않을까?”


이번엔 제 자신과 약속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무서워서도 아니고 제 건강을 우려해서도 아니었습니다. 순전히 제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이틀을 참았습니다.꿈속을 걷는 듯 몽롱한 정신상태가 계속됐고, 밤에 잠이 오지 않았으며 초조, 불안 등 금단현상이 몰려왔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안절부절 마치 똥마려운 강아지 같은 행동도 나왔습니다. 3일, 4일째… 열흘이 넘었습니다. 거짓말처럼 금단현상은 사라졌고 흡연욕구도 없어졌습니다.


금연 후 한달 후 길에서 100원짜리 ‘까치 담배’를 사 피웠는데 어지럼증 때문에 길바닥에 주저 앉고 헛구역질을 해야만 했습니다. 얼른 꺼버렸습니다. 역시 유해물질이 가득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고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건강한 몸에 니코틴을 쏟아 넣을 이유가 없어졌음을 비로소 알게 된 것입니다.


담배를 많이 피우면 다음날 아침 가슴이 뻐근해 컨디션이 별로였는데 금연 후 개운하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찼던 예전과는 달리 심폐기능도 좋아졌고 검붉던 얼굴 색도 뽀얘졌습니다. 모두 열거할 순 없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음으로 해서 얻을 수 있는 쾌적한 모든 것을 누리고 있습니다.


금연을 놓고 고민하는 여러분께


이 글을 읽으며 모니터 앞에서 담배를 태우고 계신 독자 여러분. 여러분들을 담배 연기 속에 가두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의지부족 입니까?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습관’일뿐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게 습관이 되면 ‘골초’가 되지만 반대로 담배를 안피우는 게 습관이 되면‘금연 성공자’가 되는 것입니다.

 

 

 

금연관련 토크쇼에서 이야기 할 내용이 적혀 있는 방송 대본.

 

 

금연 관련 토크쇼 녹화 들어가기전 분장하는 모습